시대의 춤꾼들이 펼치는 말없는 살색 대화, <바디-토크>
시대의 춤꾼들이 펼치는 말없는 살색 대화, <바디-토크>
시대의 춤꾼들이 펼치는 말없는 살색 대화, <바디-토크>
2016.10.13 20:36 by 김석준

컴퓨터 게임이 없던 시절, 숨바꼭질은 에디터가 좋아하는 놀이 중 하나였다. 특히 장롱 속에 숨는 것을 좋아했는데, 어두운 농 안에서 밖을 관찰하는 게 흥미로웠기 때문이다. 장롱 문틈 사이로 술래를 지켜보는 게 마치 연극을 보는 것 같았다.

대사가 없는 춤은 숨바꼭질과 비슷한 재미를 준다. 10월 한 달간 언더스탠드에비뉴 아트스탠드(서울 성동구)에서 열리는 ‘춤으로 전하는 이야기 <바디-토크>(이하 바디-토크)’에서 시대의 춤꾼들이 무언의 동작 속에 담은 메시지를 유추해보자.

오는 23일까지 이어지는 <바디-토크>에는 스타 안무가 김보람의 ‘앰비규어스 댄스 컴퍼니’, 현대무용가 김재덕의 ‘모던테이블’, 댄싱9 시즌2의 MVP 김설진이 이끄는 ‘크리에이터 그룹 무버’ 세 팀이 참가한다.

<공존>의 한 장면

오롯이 몸의 대화에 집중할 수 있도록,
앰비규어스 댄스 컴퍼니

‘몸으로 말해요’ 게임을 통해 속담을 설명해본 사람은 안다. 몸으로 설명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하지만 생각보다 이러한 비언어적 의사소통은 일상 속에서 흔하다. 삐진 것 같은 연인의 기분을 파악하거나, 눈치껏 상사의 의중을 헤아리는 일은 모두 몸의 대화에 속한다. 뿐만 아니라 인간은 다른 언어를 쓰는 강아지, 고양이와도 충분히 교감하고 있지 않은가. 몸으로도 충분히 말할 수 있다는 뜻이다.

<바디-토크>의 첫 번째 주자 앰비규어스 댄스 컴퍼니도 무언의 춤사위에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충실히 담아냈다. 이들은 지난 8일과 9일 <앰비규어스의 날>이라는 타이틀로 관객을 만나 누구나 긍정과 부정을 동시에 가진 존재임을 말하는 <공존>, 인정하고 싶지 않은 실수에 대한 고뇌를 담은 <실수>, 그리고 춤의 즐거움 자체를 전달하는 <바디콘서트> 등 세 가지 공연으로 무대를 채웠다. 공연이 끝났을 때 힘들어서 팔이 움직이지 않았다는 김보람 단장의 말에서 격렬했던 당시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실수>의 한 장면

‘앰비규어스’의 세 작품은 공통적으로 눈과 머리카락을 가렸다. 이에 대해 김보람 단장은 이렇게 설명했다.

“여러 무용수들이 등장하지만 모두 한사람을 표현한 것이다. 그래서 무용수 개개인의 얼굴이 드러나지 않게 일부러 가렸다. 머리를 가린 건 머리카락이 흩날리면 섬세한 동작이 관객들에게 잘 전달되지 않기 때문이었고, 눈을 가린 건 감정이 아닌 오로지 몸으로 대화하기 위해서 였다.”

몸의 움직임에 집중했기 때문에 공연 내내 들리는 것은 배우의 숨소리와 쿵쾅거리는 발자국 소리 뿐이었다. 자연스레 관객들은 화면을 통해 보는 가짜가 아닌 ‘진짜 몸’에 몰입했다.

<다크니스 품바> 중

‘품바’ 속 울분과 억울함,
한국적 요소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모던테이블

예술의 종류는 다양하다. 현대인이 주로 접하는 예술은 음성예술(음악), 활자예술(문학), 그리고 영상예술(영화)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이유는 다른 예술을 접할 기회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뫼비우스의 띠처럼 영화, 맛집, 카페 사이를 무한 반복하는 데이트코스도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몸을 쓰는 예술인 무용은 좋은 선물이 될 수 있다.

오는 14일과 15일에 열리는 <다크니스 품바>는 한국의 전통 소재인 ‘품바’를 현대무용으로 재해석한 모던테이블의 작품이다. ‘품바’는 마음 깊숙한 곳에 쌓여있는 울분과 억울함 그리고 멸시나 학대 등이 한숨으로 뿜어져 나오는 한이 깃든 소리다.

<다크니스 품바> 중

울분과 멸시는 현대인에게 친숙한 소재기 때문에 낯설지 않다. <다크니스 품바>는 품바 타령의 기본 멜로디 틀은 유지한 채 현대적 편곡과 힘 있는 움직임으로 ‘한’을 표현했다. 역동적 곡선미를 강조하기 위해 ‘전원 남성 무용수’로 구성한 것도 특징.

현대무용가 김재덕을 주축으로 한 모던테이블은 국내뿐만 아니라 아시아와 유럽, 중남미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활동을 펼치고 있다. 곡선적이면서도 강렬한 동작으로 한국적 요소를 모던하게 재해석하며 세계적으로 통하는 무대를 보여준다.

인간 내면의 고민을 해학적으로 풀어낸
크리에이터 그룹 무버

춤으로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에서 조르바는 이렇게 말한다. “자네의 감정을 설명하기 어려우면 춤으로 표현해보게.”

김설진이 이끄는 크리에이터 그룹 무버(이하 무버)는 감정적인 요소를 몸으로 풀어내는 데 능하다. 현대무용, 한국무용, 비보잉, 팝핀 등 다채로운 분야의 ‘춤꾼’들이 모여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눈 위에서> 중

오는 20일과 23일 아트스탠드 무대에 오르는 무버는 <눈 위에서>, <이퀼리브리엄>, <오름> 등 세 가지 공연을 준비했다. “올림픽 대회의 의의는 승리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참가하는데 있으며, 중요한 것은 성공보다 노력하는 것이다.” <눈 위에서>는 근대 올림픽의 창시자 피에르 드 쿠베르탱의 말에 영감을 받아 만든 작품이다. 차가운 눈 밭 위에서도 땀이 흐를 정도로 노력하는 모습을 몸으로 전달한다.

두 번째 공연 <이퀼리브리엄>은 사회적 균형에 대해 말한다. 사회에는 일정한 규칙이 있으며, 이 규칙을 깨려는 세력이 항상 존재한다. 기존의 규칙이 깨지면 또 다른 규칙이 생기고 다시 깨어지기를 반복한다. 무버는 여기서 ‘결국 사회에는 완벽한 질서나 균형 없이 지속적으로 변한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마지막 공연 <오름>은 낮디 낮은 오름이라도 그것을 오르는 과정에 의미가 있음을 이야기한다.

관객도 함께하는 살색 대화
공연 후 펼쳐지는 <바디-토크> 워크숍

아트스탠드는 전시‧공연 다양한 문화예술콘텐츠를 접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이다. 무용 전용극장이 아닌 만큼 이번 공연에 색다른 이벤트도 함께한다. 무용가와 관객이 만나 일상 속 동작을 춤으로 표현해보는 워크숍을 진행하는 것.

<바디-토크>는 언더스탠드에비뉴 홈페이지(www.understandavenue.com)에서 예매 후 관람할 수 있다. 각 팀 당 1회씩 진행되는 워크숍은 홈페이지를 통해 무료로 신청할 수 있다.(선착순 20명)

공연 일정

‧ 앰비규어스 댄스 컴퍼니: 10월 8일(17시), 9일(17시)
‧ 모던테이블: 10월 14일(20시), 15일(17시)
‧ 크리에이터 그룹 무버: 10월 20일(20시), 23일(17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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