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재난이 일어나도 스스로 지킬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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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재난이 일어나도 스스로 지킬 수 있어요!”
2016.11.17 17:31 by 최현빈

어린이 재난안전 현장체험학습

“실제로 소화기를 사용해 본 것은 처음이에요. 이젠 불이 나도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김지원(12)양의 말입니다. 소화기를 내려놓은 지원양의 손에는 소화기 손잡이를 잡고 있던 느낌이 여전히 생생한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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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경상북도 경주에 규모 5.8의 지진이 발생했고, 지난달에는 18호 태풍 차바의 영향으로 순식간에 건물이 물에 잠기기도 하는 등 재난재해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습니다. 실제 재난상황이 일어났을 때 안전하고 침착하게 대피하는 것은 정말 중요하지요. 아직 재난 상황에 대한 경험과 지식이 부족한 아이들에게 자세하고 정확한 대피방법을 필수적으로 가르쳐야 하는 이유입니다. 지난 11월 4일, 경기 남양주시 사능초등학교 5·6학년 학생 86명은 이러한 재난이 발생했을 때의 대피요령을 직접 체험해보기 위해 경기도 파주에 위치한 희망브리지 재해구호물류센터를 찾았습니다.

재해구호물류센터에서 진행되는 안전 체험 교육

재해구호물류센터는 재난 발생 시 피해를 입은 이재민들에게 전달할 구호물품을 보관하는 곳입니다. 더불어 재난 안전 교육의 현장이기도 하지요. 어린 학생들이 재난에 대해 인지하고, 실제로 가정·학교에서 화재가 일어났을 때 대피하는 방법을 몸으로 체험해보는 커다란 교실입니다.

희망브리지는 9월 26일부터 서울·경기 지역의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이곳에서 ‘어린이 재난안전 현장체험학습’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현대글로비스가 함께하는 이 프로그램은 실제와 같은 재난 모의훈련을 통해 재난에 취약한 어린이들이 언제든 대처할 수 있도록 돕고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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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은 크게 두 가지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었는데요. 먼저 재해구호물류센터를 견학하며 재난이 일어났을 때 이재민들에게 어떤 물자가 어떻게 지급되는지를 알아보았습니다. 재해 현장을 전하는 TV 뉴스를 통해서만 볼 수 있었던 물자들을 실제로 본 아이들은 가는 곳마다 “오오”하는 탄성을 지르며 신기하게 바라봤습니다.

세탁구호차량 내부 및 임시거주시설 내부를 둘러보는 아이들의 모습

아이들의 관심을 가장 많이 받은 것은 세탁구호차량과 임시거주시설이었습니다. 세탁구호차량은 20kg급 세탁기와 건조기가 세 대씩 장착돼 있는 7.5t의 특수차량으로, 수해 시 뻘에 젖은 의류 세탁 등 재해 이재민들의 불편함을 덜고자 많은 세탁물을 빠른 시간 내에 처리할 수 있도록 제작되었습니다. 임시거주시설은 풍수해‧지진 등으로 삶의 터전을 잃은 이재민들이 안전한 거처가 마련될 때까지 사용할 수 있도록 지급되는 원룸형 모듈러주택입니다. 시설물들의 이색적인 외형과 기능을 접한 아이들은 제각기 반응을 쏟아냈는데요. 여러 개의 세탁기가 모여 있는 모습을 보고 “영화에서 본 외국 세탁소 같다”라고 말하기도 했고, 임시거주시설을 보고는 “너무 아늑해서 텔레비전만 있으면 최고겠다”고 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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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는 아이들의 질문이 쏟아졌습니다. 그저 신기하게만 바라보던 호기심 어린 눈빛도 순간 예리하게 바뀌었지요. “폭설로 인해 차량의 이동이 제한됐을 때는 어떻게 물자를 공급하나요?”, “쌀은 구호물품에 왜 없지요?”와 같은 질문들은 아이들과 함께 온 담임선생님도 놀라게 할 정도였습니다.

위급한 상황에서

자신을 지키고 남을 도울 수 있는 법을 배웁니다

재해구호물류센터를 견학한 뒤엔 재난 시 대피요령을 학습하고 직접 체험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아이들에게 실제 대피요령을 알려주기 위해 파주소방서에서 오지선, 김동현 소방관이 지원에 나섰습니다. 실제 체험에 앞서 ‘우리집 화재 대피도 그리기’ 프로그램이 진행됐는데요. 자신의 집 또는 학교에서 불이 났을 때, 안전한 대피로를 상상해 그려보는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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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계단, 유도등에 대한 소방관 선생님의 설명 후 곧바로 아이들에게 스케치북과 색연필이 주어졌습니다. 빠르게 자신의 집과 학교를 떠올리며 그림으로 옮겼고, 완성한 뒤엔 발표가 이어졌습니다. 많은 학생이 몰려 계단이 혼잡스럽지 않도록 학년 별로 대피 계단을 정하자거나, 옆집으로 대피할 수 있는 아파트 베란다의 가벽을 활용하는 방법 등 아이들의 입을 통해 나오는 유용한 대피법들이 소방관 선생님들을 감탄하게 만들었습니다.

곧이어 본격적인 체험 프로그램이 전개됐습니다. 강의장으로 활용된 재해구호물류센터 2층이 모의 훈련장으로 변신했지요. 어두컴컴한 공간에서 연기가 피어오르자 실제 상황을 방불케 했는데요. 아이들은 소방관 선생님이 알려준 대로 자세를 숙이고, 옷이나 손수건 등으로 입과 코를 막은 채로 한 손으로 벽을 짚으며 비상등이 보이는 곳을 향해 대피했습니다.

소방관의 설명에 따라 화재 대피 체험을 하는 모습입니다. 방향감각을 잃을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한쪽 손으로만 벽을 짚으며 대피해야 합니다.

야외에서는 소화기를 직접 사용해보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안전핀을 뽑고 바람을 등지고 선채 불이 난 방향을 향해 호스를 잡습니다. 불 모형을 향해 물을 뿌리는 게 재밌는지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이 끝날 때마다 하나같이 아쉬운 모습입니다. 자기 차례를 기다리는 다른 아이들도 앞선 친구들이 체험하는 모습을 보며 덩달아 흥분했습니다.

교육의 마지막 순서는 응급처치술을 배워보는 시간으로 꾸며졌습니다. 교육용 인형 ‘애니(Rescue Anne)’를 앞에 두고 심폐소생술 및 자동심장충격기(AED)의 사용방법을 익혔습니다. 특히, 심장의 기능이 정지하거나 호흡이 멈추었을 때 쓰는 자동제세동기를 체험할 때는 ‘전기 충격’이라는 단어에 크게 움츠리기도 했는데요. 처음엔 겁을 먹던 아이들도 기계에서 흘러나오는 안내음에 따라 차분하게 작동에 성공한 다음부터는 뿌듯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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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아이들에겐 실제로 체험할 기회가 필요해요”

“오늘 정말 새로운 경험을 했어요. 자동심장충격기가 어떤 역할을 하고 어떻게 사용하는지 실제로 해봐서 너무 좋았어요!”

6학년 1반 이영현(12)군은 오늘 수업이 너무 즐거웠다고 말합니다. 그동안의 안전교육에서 실제로 해보는 경험은 반장이나 전교 회장이 대표로 하는 것만 지켜보았는데, 자신이 직접 해보니 “제대로 배운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는데요. 실제로 대피해야하거나 주변 사람이 위급한 상황에 처했을 때, 오늘의 기억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하네요.

생생한 체험 교육으로 신이 난 아이들은 수업 내내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사능초등학교의 배찬효(35) 선생님은 이전에 희망브리지가 진행하는 어린이 안전교육에 참여후 만족하여 이번 교육도 신청했습니다. 배 선생님은 “건물을 완전하게 어둠으로 뒤덮어 실제 상황처럼 연출하는 것은 일선 학교에선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라며 “지금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교육은 대피도, 진압도 실제로 해보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희망브리지의 어린이 재난안전 현장체험학습은 매년 상반기‧하반기로 나누어 진행됩니다. 내년에는 최근 관심이 높아진 지진과 관련한 내용도 추가할 계획이지요. 이날 교육을 진행한 이광재 희망브리지 구호사업팀 과장은 “아이들이 재난과 안전에 대해 관심을 가지도록 하기 위해서는 주입식 교육보다 체험식 교육이 확실히 효과적임을 느낀다”면서 “자연 재해와 사고 소식이 끊임없이 들려오는 요즘, 우리의 미래인 어린이들이 더욱 안전한 세상에서 살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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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신한섭

필자소개
최현빈

파란 하늘과 양지바른 골목을 좋아하는 더퍼스트 ‘에디터 ROBIN’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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