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봄의 싱그러움을 선물하세요_오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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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봄의 싱그러움을 선물하세요_오마치
새 봄의 싱그러움을 선물하세요_오마치
2017.02.21 19:44 by 김다영

오랜만에 내려간 부모님 집의 화분이 전보다 몇 개 더 늘어있었다. 내가 독립하기 전까지는 잡동사니만 쌓여있던 베란다가 이제는 온갖 화초들로 가득하다. 먹지도 못하는 관상용 식물을 왜 기르느냐는 물음에 엄마는 말했다. “귀엽잖아.”

요즘 들어 ‘반려식물’이라는 단어를 자주 접한다. 한 생명을 책임지고 교감하는 것으로부터 얻는 행복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해 못 했던 말이다. 식물에게서 위안을 얻는다고? 강아지처럼 애교도 못 피우고, 고양이처럼 보드랍지도 않은 그들이 뭘 할 수 있을까? 하지만 내가 없는 빈자리를 따뜻하게 채우고 있는 엄마의 화분들이 그 질문에 조용히 답해주었다. 

반려동물을 넘어, 반려식물의 시대다.(viktoriia borovska/shutterstock.com)

새순이 돋는 계절, 그 느낌 그대로

오마치(OHMARCH)는 ‘식물이 주는 위안’을 제품으로 구현하는 회사다. 사명(社名)은 3월을 뜻하는 마치(March)에 감탄사 ‘Oh’를 합친 것. 이 회사의 양지윤(32) 대표는 “눈이 녹고, 새순이 돋는 3월은 화려하진 않지만, 감동을 주는 계절”이라고 말했다. 이름에서 느껴지듯, 자연을 주제로 한 제품을, 환경친화적으로 제작한다.

오마치의 제품군은 ‘soil(흙)’, ‘sunshine(햇살)’, ‘breeze(바람)’ 등 세 가지 카테고리로 구분된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soil’에 해당하는 씨앗카드. 메시지가 적힌 카드를 받은 후 씨앗을 붙인 부분을 떼어내 화분에 꽂으면, 7~10일 후 새순이 돋아나는 것이다.

이 제품을 이용해 심을 수 있는 식물은 바질과 클로버. 카드에 씨앗을 넉넉하게 담았기 때문에 일단 심어두면 발아에 실패할 확률은 적다고. 양 대표는 “오히려 너무 많이 나서 ‘뽑아주는 게 일’일 정도”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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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가 화초가 되는 마법

기르는 과정도 어렵지 않다. 겉흙이 말랐을 때 물을 적당히 주기만 하면 된다. 햇빛이 들고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두면 더욱 좋다. 특히 다년생인 클로버는 관리만 잘 해주면 “아이와 함께 커가는 모습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화분에 꽂는 종이는 석회암을 이용해 만든 것으로 자연스럽게 분해되는 특징이 있다. 특히 생산에 필요한 물의 양이 일반 종이의 절반 이하이고, 표백을 하지 않아 공해물질도 발생하지 않는다. 친환경적인 소재로, 친환경적인 제품을 만드는 셈. 양 대표는 “플라스틱 같은 걸 사용하면 단가를 쉽게 낮출 수 있지만 ‘여유를 가지고 자연이 전하는 아름다움에 대해 생각해보자’는 철학을 지키기 위해 유혹을 이겨냈다”고 설명했다.

공책 등 문구류가 포함된 ‘sunshine’이나 모빌 겸 디퓨저(Diffuser·향기를 퍼지게 하는 인테리어 소품) 제품을 만날 수 있는 ‘breeze’ 카테고리에도 오마치의 철학이 듬뿍 담겨있다. 특히 한지로 만든 디퓨저 ‘바람의 춤’은 생활 바람에 의해 퍼져나가는 향은 물론, 한지가 가지는 포근하고 아름다운 멋을 만끽할 수 있는 제품이다.

“한지는 일반 종이에 비해 20배가량 비싸고, 표면이 균일하지 않기 때문에 무척 다루기 어려워요. 하지만 우리가 가진 따뜻한 메시지를 전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재료죠.” (양지윤 대표)

숲길에 바람이 불면 숲 향기가 난다는 것에서 영감을 얻은 ‘바람의 춤’ 제품

자연을 닮은 디자인을 꿈꾸다

양지윤 대표가 본격적으로 환경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대학생 시절. 미대를 다니던 그는 수개월에 걸쳐 만든 작품들이 학기가 끝난 후 쓰레기통에 처박혀 있는 모습을 보고, 디자인의 본질에 대해 고민하게 됐다.

“문득 ‘앞으로 내가 할 일이 무언가를 끊임없이 만들고, 또 버리는 것이 전부는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보단 좀 더 의미 있는 작업을 해보고 싶어졌죠.”

그저 ‘환경 보호’를 외치는 것으론 부족했다. 추상적인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듣다 보면 무뎌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디자인을 통해 사람들에게 자연의 아름다움을 상기시키겠다고 다짐한 이유다.

다짐은 곧 결실로 나타났다. 친환경을 주제로 한 국제공모전에 입상하며 이름을 알렸고, 동양생명, 대한항공, 이니스프리 등 큰 기업들과 협업할 수 있는 기회도 생겼다. 환경보호를 기치로 내 건 사회적기업이나, 동아리 등에서도 활동했다. 청년창업지원프로젝트의 지원으로 2013년 3월 설립한 오마치는 그간의 경험을 집대성한 결과다.

designboom, 일본디자이너협회 주최 'Green earth' 수상작, 'Greening'
벌레 먹은 종이를 표현한 공책, 'The shape of light' (햇살의 모양)

양지윤 대표가 바라는 오마치의 미래는 뭘까? 양 대표는 “잠깐 이슈가 됐다가 사라지기보단 메시지를 전달하며 꾸준히 성장하는 브랜드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겨우내 꽁꽁 얼었던 땅을 뚫고 돋아나 꾸준히 뻗어가는 새순처럼 말이다. 지나치게 화려하거나 직관적인 디자인을 피하는 이유도 그래서다.

이런 가치 덕분에 여유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유럽에서도 각광받는다. 이미 지난 2014년부터 2년 연속으로 파리에서 열리는 국제 인테리어 디자인 박람회 ‘메종 오브제’에 참가했고, 이를 발판으로 프랑스, 벨기에, 독일로 향하는 수출 길도 열었다. 지난 1월에는 프랑크푸르트 국제박람회 '페이퍼월드'에 출품한 한지 모빌이 바이어들의 호평을 받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텐바이텐, 29CM, POOM 등 5개의 온라인 매장과 언더스탠드에비뉴, 국립현대미술관, 두타면세점 등 8개의 오프라인 매장에서 오마치의 제품을 직접 만날 수 있다.

/사진: 오마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