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자 0명, 중국 공무원 시험 외면당한 까닭은?
지원자 0명, 중국 공무원 시험 외면당한 까닭은?
지원자 0명, 중국 공무원 시험 외면당한 까닭은?
2017.04.05 14:00 by 제인린(Jane lin)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대한민국 청년들이 지난해 기준 28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한 해 대학 졸업자의 50% 이상에 해당하는 숫자이며, 매년 가파르게 늘어나는 추세이죠. '높은 안정성과 복리후생', '사기업에 비해 공정한 채용', '개인 생활 및 여가의 보장' 등의 이유 때문입니다. 중국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공무원 경쟁이 치열했지만, 그 이유는 우리와 조금 달랐다고 하는데요. 올해 이상하리만큼 텅 비어버린 중국 공무원 모집 자리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사진:www.shutterstock.com/Africa Studio)

 

 

china101-their

그들의 시선

최근 2017년 중국 전국 공무원 시험 접수가 종료되면서 총지원자 수 및 경쟁률이 공개됐습니다. 그런데 웬일인지 중국 중서부 내륙 지방 200여 곳의 공무원 모집 자리에 단 한 명의 지원자도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과거 대도시 내의 공직 1석당 최고 1만 명의 지원자가 몰린 것과는 대조적인 현상입니다. 더욱이 지금껏 지방직일수록 월급 이외에 들어오는 부수입으로 ‘부(富)’를 쌓기에 더욱 좋다는 인식이 만연, 상당수 지원자들이 지방직으로 몰렸던 현상과는 큰 차이가 있는 모습입니다.

도대체 그사이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걸까요? 한때는 중국 내에서도 ‘철밥통’으로 불리며, 최고의 일자리로 지목됐던 공무원 시험에 대한 열기가 한풀 꺾인 이유는 무엇일까요?

현지 언론들은 그 원인을 추측하는 기사를 앞다퉈 취재하며, 의아한 지경에 이른 현상에 대한 보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china101-her

그녀의 시선

중국에는 ‘애인은 사랑하는 마음이 있어야 가질 수 있고, 얼나이(二奶, 외도여성)는 돈이 있어야 만들 수 있으며, 첩은 돈과 마음 두 가지 모두가 필요하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공개된 중국 공직자 청렴도 관련 연구에 따르면 중국 공무원 중 상당수가 ‘얼나이’ 또는 첩 등 부적절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상한 일이죠. 2017년도 기준, 중국 국가 공무원 표준 임금표에 따르면 그나마 가장 월급 수준이 높다는 1급 공무원의 평균 월급이 6000위안(한화 약 98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납니다. 이들이 ‘얼나이’와 ‘첩’ 등과 부적절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가 각종 이권을 불법적으로 사고팔며 형성한 막대한 검은 돈 때문이란 추측이 가능해지는 대목입니다.

실제로 중국 정부는 비록 비공식적이지만 공공연하게 자국 공무원들에게 일명 ‘3공(三公)’으로 불리는 예산을 책정, △공무시 접대비용 △관용 자동차 구매 및 운영비 △해외 출장 비용 등의 명목으로 수백억 원대에 달하는 예산을 집행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공무원들은 비교적 자유롭게 국가의 돈을 할애해 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울 수 있었던 셈이죠.

더욱이 이 같은 ‘3공’ 사용 내역은 지난 2014년 시진핑 정부가 처음으로 공개 요구를 하기 전에는 단 한 차례도 일반에 공개된 바가 없는, 국민의 눈을 가리고 비밀리에 남용된 돈이었습니다. 지금껏 중국 공무원들의 행태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척도로 여겨졌던 이유죠. 

서점에 배치된 국가공무원 시험 준비 서적과 시험장 모습. (출처: 바이두 이미지 DB)

이 같은 공무원들의 비위 행위 작태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 중 대표적으로 최근 인민대학교 국가발전전략연구원에서 발간한 ‘기관장 부정부패 척결 및 방지’에 관한 보고서가 있습니다. 해당 연구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0~2014년까지 중국 내 부정부패 혐의로 구속된 구장급 이상 고위 간부 367명 중 172명이 첩을 두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는데, 특히 당 위원회, 교통, 사법, 국영기업 기관장 등 이권 개입이 쉬운 자리에 오른 이들의 부정부패 및 비위 행위가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고위직 업무를 담당하는 이들일수록 책임자의 결재권, 재량권, 인사권 등을 철저하게 제한하고 근무 시간 외의 행동반경을 감찰, 관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는 상황입니다.

실제로 중국 공산당은 지난해 중순 당 소속 정치 위원을 대상으로 친족과 배우자 비위 행태에 대한 철저한 관리를 주문했습니다. 이에 따라 친족과 배우자 등 일체의 관계에 있는 이들이 비위행위를 저지른 사실이 발각될 경우, 해당 정치 위원이 책임지고 물러나야 한다는 내용의 조례를 제정한 바 있죠.

(왼쪽)2014년 중국 공무원 표준 임금표와 2017년도 공무원 표준 임금표 내역. 공무원 임금 개혁 이전의 2014년도 임금표에는 이른바 ‘3공’으로 불리는 임금 수당 이외의 내역이 표기돼 있지 않은 탓에 비교적 낮은 수준의 임금을 확인할 수 있다. 반면 2017년도 공무원 임금표에는 ‘3공’ 등 표준 임금 이외의 수당 일체가 포함되도록 중앙 정부로부터 권고받은 이후의 임금이라는 점에서 비교적 높은 임금을 확인할 수 있다. (출처: 바이두 이미지 DB)

또 같은 조례 제 4조를 통해 정치 위원들은 공직자 윤리 규정에 따라 배우자와 그의 자녀 등이 상업 행위 및 직무 담임, 겸직 보수 수수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아 공개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부끄럽게도 이 같은 공무원의 비위 행위를 낱낱이 밝히고 관리 감독하겠다는 정부의 강경한 입장 탓인지, 일각에서는 공무원 시험에 대한 청년들의 인기가 한풀 꺾였다는 분석이 우세합니다.

실제로 최근 베이징대학 철학대학원 소속의 A 교수는 강단에 서서 “국가 공무원 시험의 인기가 시들해진 대표적 사유는 부정부패를 마음껏 저지를 수 없는 현재 중국 내 분위기 탓이다”라며 “아직도 공무원 시험을 매력적인 시험이라고 여기는 젊은이는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고, 그의 발언에 대해 대부분의 학생은 고개를 끄덕이는 분위기가 연출된 바 있습니다.

실제로 이달 28일 공개된 2017년 중국 국가 공무원 시험 접수 및 경쟁자 내역은 해당 교수의 지적을 웃어넘길 수 없게 합니다. 지난 5년 사이 전 세계가 경제 공황에 허덕이며 중국 내의 청년 취업률이 대폭 떨어질 때도 유독 공무원 시험만큼은 청년들에게 인기 있는 분야로 꼽혀 왔는데요. 올해 접수가 마감된 일부 공무원 시험 직군에는 단 한 명의 지원자도 없는, 웃지 못할 상황이 연출된 것입니다.

그렇다면 지금껏 공공연하게 만연했던 중국 공무원들의 비위행위 규모는 어느 정도 수준이었을까요.

중국 공무원의 비위 행위 규모는 지금껏 현지 언론을 통해 수차례 보도된 바 있습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주로 베이징, 상하이 등 대도시는 물론 지방 향촌직에서도 수천억 원 규모의 돈이 오갔다고 합니다. 특히 공무원의 비위 행위가 해당 지역 경제와 밀접한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쉽게 척결될 수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단골로 등장하곤 했죠.

중국의 공무원은 시진핑 정부가 들어서기 이전까지는 ‘철밥통’이자 임금 이외의 수입으로도 큰돈을 만질 수 있는 직종으로 공공연하게 알려져 있었다. (출처: 바이두 이미지 DB)

실제로 지난 2014년부터 중앙정부는 중국 내륙 지역을 남북으로 가르는 지역 감찰관 파견 제도(남쪽 지역의 감찰관을 북쪽 지방으로 파견, 북쪽 지방의 감찰관을 남쪽 지역으로 의도적으로 엇갈려 파견토록 하는 정책)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해당 지역 내에서 만연한 비리 행위를 비밀리에 수사하자, 결과적으로 해당 지역 내의 고급 레스토랑과 술집, 백화점 등의 매출이 급감했다는 보도가 잇따른 바 있었습니다.

베이징, 광저우, 상하이 등 일부 대도시의 경우 시내에서 진행되는 대형 건축 개발권을 사고파는 공직 내부의 부패 행위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반면, 언론과 국민의 감찰, 관리가 어려운 지방 향촌에서 벌어지는 비위 행위의 형태는 대부분 지역 광물 개발권에 대한 이권을 겨냥한 개발권자와 재량권을 가진 향촌 말단 행정직의 거래 행위가 상당했습니다.

그 가운데 중국 내에서 가장 부정부패가 심각한 지역으로 꼽히는 산시성의 부패 작태는 일반에 공개된 일부 사건만 들어도 혀를 찰 정도인데요. 지난 2015년 이래 산시성 일부 지역 사법 기관에 넘겨진 비리 행위 관련 국장급 간부의 수는 무려 139명, 처장급 간부는 1500명에 달했습니다. 가장 대표적으로 꼽히는 해당 지역의 부정부패 사건은 지역 부시장이 1000만 위안(약 18억 원)을 호가하는 베이징 시내 소재의 건물을 사기 위해 지역 기업인에게 뇌물을 받은 사건입니다. 

사건 내막을 조사한 공안은 "부시장이 재직하는 동안 저지른 비위 금액이 총 6억 4천만 위안(약 1200억 원)에 달했던 것"으로 밝혔습니다. 이는 산시성 소재 9개 현의 1년 예산을 모두 합친 것보다 더 큰 금액이었죠.

또 다른 금융기관장은 해당 지역 소재 기업으로부터 3400만 위안(약 60억 원)씩 거둬들여 총 3억 9천만 위안(약 700억 원)에 달하는 전용 비행기를 구입하는 등 호화로운 생활을 영위했던 것이 밝혀진 바 있습니다.

산시성과 같은 내륙 지방의 말단 행정 공무원이 이 같은 대형 비위 행위를 주도할 수 있었던 현실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지역 경제가 유독 낙후된 지방은 대부분의 시민들이 빈곤상태에 머물러 있는 곳이라 할지라도, 탄광 등 지역 광물의 매장량이 상당합니다. 지역 공무원, 간부 등 말단 행정직의 비위 행위를 통해 간부들이 호화로운 생활을 영위하며 위세를 떨치기에도 쉽습니다.

그런데 최근 고위직 간부는 물론 지방 말단직 공무원의 부정부패 행위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처벌의 요구에 대한 목소리가 거세지면서, 이들에 대한 감사도 비교적 철저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정부 발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내에서 수뢰 등 부패 혐의로 기소된 이들의 수가 무려 6만 3000명에 달했으며, 법원은 이들 중 2862명에게 뇌물죄와 관련 유죄 판결을 선고, 1만 5000건에 대해 부패 및 공금 유용, 기타범죄 판결을 내렸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또 올 상반기에는 베이징 시 외곽 지역에 자리한 총 13곳의 향촌을 겨냥한 관리 감찰을 진행, 당 간부들의 부정행위를 철저히 단속할 것이라고 추가 발표한 상황입니다.

이와 같은 공무원 비리에 대한 중국 정부의 척결 의지가 공무원에 대한 매력을 반감시키는 계기로 작용한다는 현실이 참 아이러니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더 많은 국민들은 보다 살기 좋은 중국을 만드는데 큰 몫을 담당할 것이란 기대를 할 수 있을 겁니다.

필자소개
제인린(Jane lin)

여의도에서의 정치부 기자 생활을 청산하고 무작정 중국행. 새삶을 시작한지 무려 5년 째다. 지금은 중국의 모 대학 캠퍼스에서 학생들을 만나고 있다.


The First 추천 콘텐츠 더보기
  • 코리아스타트업포럼, 김슬아·안성우·이승건 공동의장 체제로
    코리아스타트업포럼, 김슬아·안성우·이승건 공동의장 체제로

    "다양한 산업군에 포진한 회원사를 보다 효율적으로 대변하기 위한 결정"

  • 머신비전 센서 개발 스타트업 ‘디딤센서’, 프리시리즈A 투자 유치
    머신비전 센서 개발 스타트업 ‘디딤센서’, 프리시리즈A 투자 유치

    “물질 표면 상태를 정량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획기적인 기술을 보유한 팀”

  • 퓨처플레이, 자율주행 로봇 개발 기업 ‘도구공간’ 시드 투자
    퓨처플레이, 자율주행 로봇 개발 기업 ‘도구공간’ 시드 투자

    실내외 제한 없는 자율주행 로봇.

  • 현재 매출 0원, 사업자등록부터 해야 하나요?
    현재 매출 0원, 사업자등록부터 해야 하나요?

    출생을 하면 출생신고를 하듯, 사업을 위해서는 사업자등록이 필수입니다. 하지만 일부 청년 창업가들은 '아직 이렇다할 매출이 발생하지 않는다' 혹은 '번거롭고 성가시다'는 이유로 사...

  • 콜드체인 물류스타트업 '에스랩아시아', 프리시리즈A 20억 투자 유치
    콜드체인 물류스타트업 '에스랩아시아', 프리시리즈A 20억 투자 유치

    신선식품 배송 박스 ‘그리니박스’

  • 코로나 발발 한 달…커지는 배달 서비스 시장
    코로나 발발 한 달…커지는 배달 서비스 시장

    코로나19 확산 추세, 치솟는 수요에 배달 서비스 시장은 활활

  • 신선 과일로 대륙 접수한 男子의 고집
    신선 과일로 대륙 접수한 男子의 고집

    과일 편의점, 과일 만물상으로 통하는 중국 궈두어메이의 성공비결!

  • 벼랑 끝 몰렸던 ‘타다’의 기사회생
    벼랑 끝 몰렸던 ‘타다’의 기사회생

    법원 “택시 아닌 렌터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