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발이 좋아하는 구두를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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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발이 좋아하는 구두를 만듭니다.’
‘당신의 발이 좋아하는 구두를 만듭니다.’
2017.05.10 17:07 by 김다영

‘좋은 구두는 신은 사람을 좋은 곳으로 데려가 준다’는 이야기가 있다. 여기서 일컫는 좋은 구두란 뭘까? 멋진 디자인과 실용적인 기능, 착한 가격 등 조건은 많겠지만 가장 중요한 건 역시 편안함이다. 화려하기 이를 데 없는 명품 구두를 신었다 한들, 발이 불편하면 구두로선 낙제를 면할 수 없다.

수제화 브랜드 ‘더블더블유’가 가장 신경 쓰는 것도 바로 이 대목. “평소 생활 자세와 가장 밀접한 소품이 바로 신발”이란 신념으로, 발이 가장 좋아하는 구두를 만들기 위해 끊임없는 연구하는 곳이다.

더블더블유 최은혜(29‧왼쪽), 신지원(27) 대표

더블더블유를 이끌고 있는 디자인 듀오 신지원(27)‧최은혜(29) 대표는 원래 신발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았다. 신 대표는 카이스트에서 환경 공학 및 산업디자인을 공부했고, 최 대표는 컴퓨터 사용자 환경(UI)와 사용자 경험(UX) 분야 전문가였다.

이들을 수제화의 세계로 이끈 건, 수제화에 대한 애정과 자신들만의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는 열망. 무작정 성수동의 수제화 장인들을 찾아다니며 어깨너머로 배우고, 처음 접해보는 재료는 일단 구입해 실험했던 것도 그런 열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더블더블유의 가장 큰 강점은 고객 한 명 한 명에게 최적화된 신발을 만들어 준다는 점. 이른 바 개인 맞춤형 수제화다.

“사람들 생김새가 다른 것처럼 발 모양 또한 천차만별이에요. ‘제 발에 꼭 맞는 편한 신발’을 만들기 쉽지 않은 이유죠. 시행착오도 많았어요. 일 년이 넘는 시간동안 수많은 발을 보며 각각에 적합한 디자인을 체득해야 했죠. 아직까지도 다양한 변수들을 꼼꼼하게 분석합니다. 최근에는 발의 아치가 시작되는 부분을 중점적으로 보기 시작했죠.(웃음)”(신지원 대표)

이 같은 활동을 위해 선행돼야 할 게 바로 맞춤형 발 측정 서비스다. 신 대표는 “세상에 평범한 발은 없다”면서 “사람마다 발등 높이, 뒤축 모양, 착지점에 모두 차이가 있고, 양쪽 발 사이즈가 다른 경우도 흔하다”고 덧붙였다.

측정부터 상담, 제작까지의 꼼꼼한 과정을 거쳐 구두가 완성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약 2주. 고객의 발 정보는 계속 보관해두기 때문에, 한 번 서비스를 이용했다면 추후 재 구매를 한다거나 궁금증이 생겼을 때 언제든 연락해서 문의할 수 있다.

‘형상 특허 라스트’를 이용해 구두를 제작하는 모습

편한 신발을 만들기 위한 노력은 기술적인 부분에서도 엿볼 수 있다. 더블더블유는 형상 특허 라스트(Shoe Last) 사용, 비 접착 공법, 섬세한 뒤축 처리법 등 다양한 기술을 시도한다.

라스트는 발 모양 형태의 골을 뜻하는 말로, 구두를 만드는 뼈대라고 할 수 있다. 어떤 라스트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형태와 착화감이 크게 좌우되지만, 대부분의 기성화는 앞코의 중앙이 가장 긴, 획일적인 모양의 라스트를 사용한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엄지나 검지 발가락이 가장 긴 사람이 많기 때문에 착화 시 불편함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더블더블유의 경우, 특허 받은 라스트를 사용해 발가락 길이에 맞춰 앞이나 옆을 조절해 제작할 수 있다.

형태와 소재, 접착까지 모두 꼼꼼히 주의를 기울인다.

본드칠을 하지 않는 비접착 방식도 이 회사만의 장점이다. 기성화를 제작하는 대부분의 업체는 통상 외피와 내피를 연결하는 부분에 많은 본드 칠을 한다. 모양새가 단단하게 잡혀 쇼윈도에서 보기에 더 예쁘고, 신었을 때 발이 튀어나와 보이지도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와 같이 발을 부자연스럽게 압박하는 구두는 무지외반, 소건막류, 족저근막염 등의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

고집을 지키기 위해선 수고가 늘어나는 법. 신지원 대표는 “구두를 만들 때 최소한의 본드만 사용하는 비 접착식 제법은 숙련된 기술이 필요하며, 손길이 더 많이 가는 작업”이라며 “그저 예쁘게 보이는 신발을 만들려고 했다면 지금보다 훨씬 쉬웠을 것”이라고 했다.

깔끔하고 단정한 디자인 덕에 매일 신어도 질리지 않을 것 같다.

최근 간소함과 실용성을 중시하는 스몰 웨딩(small wedding) 풍조가 늘며, 웨딩 슈즈로 더블더블유의 구두를 찾는 고객들도 늘어났다.

신 대표는 “요즘엔 결혼식 당일에만 신고 마는 화려한 힐보단 평소에도 부담 없이 신을 수 있는 실용적 디자인의 웨딩 슈즈를 찾는 고객들이 늘고 있다”며 “특히 결혼식처럼 긴장되고 중요한 날, 불편한 구두를 신는 건 무척 괴로운 일”이라고 말했다. 더블더블유의 제품은 언더스탠드에비뉴, SU;PY 등 오프라인 매장과 디자이너테이블, 네이버 스타일윈도 등 온라인에서 구입할 수 있다.

새틴 소재의 웨딩 슈즈

편안한 구두 선택을 위한 Q&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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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자신의 발볼이 상대적으로 넓은지, 좁은지 쉽게 알 수 있는 방법은?

A. 우선 발에서 가장 튀어나온 부분과 가장 좁은 부분의 둘레, 그리고 뒤꿈치부터 엄지발가락까지(단 길이)를 잰다. 단 길이에서 둘레를 뺀 값이 7~10㎜라면 표준이라고 보고, 그 이상과 이하를 기준으로 넓은·좁은 발볼로 나뉜다. 만약 20㎜이상 적으면 소위 말하는 ‘칼 발’이라고 할 수 있다. 발볼 부피 때문에 여태껏 단 길이와 맞지 않는 신발을 신어온 분들이 많다. 이런 경우 구두를 원래 본인이 알던 사이즈와는 다르게 맞춰야 하고, 평소 신던 체감이 아니기 때문에 그 변화를 생소해하시기도 한다.

Q. 재료로 쓰이는 가죽의 특징은?

A. 소가죽은 두껍고 변형이 적어 내구성이 좋다. 그에 비해 양가죽은 부드럽고 발 모양에 따라 잘 변하는 특성이 있다. 킵(kip)은 송아지 가죽인데, 보통 소가죽보다 더 부드러워 양가죽과 비슷한 느낌이 난다. 내피 중 발바닥이 닿는 부분은 땀 배출이 잘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에 전제품 소가죽을 사용한다. 내피 옆 부분은 부드러운 느낌이 드는 돈피를 쓰기도 하고, 외부 소재에 따라 양가죽을 써서 보강하기도 한다. 같은 모델의 구두여도 발의 예민도에 따라 다른 가죽으로 제작이 가능하다. 이런 점이 맞춤화의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Q. 인솔(구두의 중창・안창)은 두꺼울수록 좋을까?

A. 일단 발바닥 닿는 부분이 푹신하면 사람들은 바로 편하다고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보행 시 구두 밑창이 걸음에 따라 자연스럽게 변하는 것을 선호하는 분들은 얇은 인솔을 사용해야 한다. 그리고 인솔이 두꺼울수록 구두 내부 공간은 줄어들기 때문에 무조건 푹신하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 발 모양과 착지점도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그에 따라 인솔 모양도 바뀌어야 한다.

/사진: 더블더블유, 김다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