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도 대여가 되나요?’ 오픈갤러리
‘예술도 대여가 되나요?’ 오픈갤러리
2017.05.16 17:50 by 김석준

9000만 원짜리 미술품을 45만 원에 빌려주는 곳이 있다. 작품을 선택하면 큐레이터가 공간을 방문해 설치하고 작품은 3개월에 한 번씩 교체해준다. 그림 렌탈 스타트업 ‘오픈갤러리’의 활동이다.

“미술 시장은 일반적인 시장과 전혀 달랐어요. 미술관 방문객 수나 관련 검색 등의 데이터를 보면 미술에 대한 소비자의 니즈와 관심은 증가하는데, 시장의 크기는 줄어들고 있었죠. 분명 그 틈에 기회가 있을 것 같았습니다.”(박의규 대표)

지난달 24일, 경기 판교 스타트업캠퍼스. 오픈갤러리의 박의규 대표가 미래의 스타트업 CEO를 꿈꾸는 30여 명의 젊은이들을 직접 만났다. 판교 스타트업캠퍼스가 주최하고, 더퍼스트미디어가 주관한 ‘스타트업CEO를 만나다’ 행사를 통해 스타트업을 운영하며 얻은 경험과 노하우를 나누기 위해서다.

오픈갤러리의 웹사이트를 소개하는 박의규 대표

오픈갤러리는 미술품 대여, 판매, 아트마케팅을 서비스하는 스타트업이다. 이용자가 웹사이트를 통해 작품을 주문하면 설치 전문 팀과 큐레이터가 직접 방문해 작품을 설치한다. 오픈갤러리에서 취급하는 작품의 대여 가격은 최소 월 3만 원대로 원화가의 1~3% 수준이다. 대여한 원화는 3개월마다 새로운 작품으로 교체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오픈갤러리는 1만여 점에 이르는 작품을 구비해놓고 있다. 작품 리스트를 통해 이용자가 직접 작품을 고를 수도 있고, 큐레이터에게 추천받을 수도 있다. 박 대표는 “미술에 관심이 크지만, 정작 자신의 취향을 잘 모르는 경우도 많다”면서 “동양화나 서양화와 같은 장르부터 따뜻함이나 시원함 등 분위기까지 다양한 옵션을 선택해서 상담을 신청하면 큐레이터의 전문적인 안내를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픈갤러리에서는 1만여점의 작품을 판매 또는 렌탈하고 있다.(출처: 오픈갤러리 사이트)
총 여섯 명의 큐레이터는 작품 설명부터 공간과 어울리는 작품 추천까지 도와준다.(출처: 오픈갤러리 사이트)

미술 시장의 틈

미술품을 다루는 회사를 일으켰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박 대표는 미술과 관련이 없는 삶을 살았다. 미술을 전공하지도 않았고, 따로 갤러리를 방문한 경험도 거의 없다. 그런 그가 미술 시장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건 미술 작가인 친구 때문이었다.

“작가 친구를 따라 가끔 전시회에 놀러 갔는데, 어느 날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렇게 많은 사람이 미술에 관심을 갖는데 왜 미술품은 팔리지 않고 작가들은 경제적으로 어려울까’ 그 생각이 오픈갤러리의 시작이었죠.”

소비자의 니즈가 상승하면 시장의 규모가 커지는 게 경제 상식이다. 커피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 카페가 많이 생기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박 대표의 눈에 비친 미술 시장은 그런 규칙이 통하지 않았다. 미술 관련 검색 빈도나 미술관 이용자는 해마다 증가하는데 미술 시장의 규모는 꾸준히 줄어들고 있는 것. 박 대표는 그 틈에서 비즈니스를 찾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렌탈 사업을 생각한 건 아니에요. 그런데 큐레이터, 관장, 작가 등 100명 정도를 만나보니 이 시장에 무엇이 없는지 알겠더라고요. 증가하는 수요 계층에 맞는 채널이 없었던 거죠. 증가하는 계층은 자산가와는 거리가 먼 일반 소비자들인데 작품의 가격이 너무 비싼 거예요.”

갤러리에서 판매하는 미술품의 가격은 수천만 원에서 몇억에 이르는 것도 많다. 단순히 기호품이란 이유로 구매하기가 쉽지 않은 이유다. 게다가 국내에서 미술품을 상시적으로 유통하는 채널은 갤러리뿐이었다. 박 대표는 증가하는 니즈를 충족해줄 판매 채널을 만들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고, 그것이 그림 렌탈 사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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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알면 잘 살 수 있다

오픈갤러리는 단순히 빌려만 주는 것뿐만 아니라 작품에 대한 상세한 설명도 곁들여준다. 작품마다 적혀있는 큐레이터 노트에는 오픈갤러리의 큐레이터가 작성한 작품과 작가에 대한 해설, 작품을 추천하는 이유가 함께 적혀있다.

“미술품을 안 사는 또 하나의 이유. 잘 모르기 때문이었어요. 자주 사는 것도 아니고 몇 년에 한 번 사는 거니까 ‘100만 원 정도는 쓸 수 있다’ 의견도 많았거든요.”

오픈갤러리는 작품에 대한 정보를 충실히 제공하고 있으며, 전문 큐레이터를 통한 믿을 만한 상담도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서비스 덕분에 소비자들은 그림 대여를 통해 작품을 경험하고, 그 경험은 결국 작품 구매까지 이어진다.

“우리나라 교육에선 미술을 접할 기회가 많이 없어요. 그래서 미술을 잘 알기 힘들죠. 그런 분들을 위해 구매를 위한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있어요. 갤러리에서 그림을 사 왔는데 막상 집에 걸어보니 벽지와도 안 어울리고 가구와도 안 맞는 경우가 있을 수 있어요. 대여를 하면 그런 실패들을 줄일 수가 있죠.”

미술의 대중화를 꿈꾸는 오픈갤러리만의 배려있는 시스템은 철저한 시장 조사와 잠재 소비자 인터뷰를 통해 구축된 셈이다.

이날 강연을 들은 이정완(32)씨는 “실패에 대한 불안감을 견딘 모습을 보고 용기를 얻었다”며 “지치지 않으면 나아갈 수 있다는 말이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이선정(27)씨는 “‘CEO를 만나다’ 행사를 통해 다양한 방면의 도전자들의 얘기를 들으며 얻는 게 많다”며 “각각의 분야에서 성장한 과정을 보며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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