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손으로 기회 만드는 '두손' 이야기
맨손으로 기회 만드는 '두손' 이야기
맨손으로 기회 만드는 '두손' 이야기
2014.10.29 09:00 by 권보람
 

독일어와 옷걸이. 전공 따라 직업을 갖는 경우가 드물다고는 하지만 이처럼 관련 없어 보이는 만남이 또 있을까. 대학에서 독일어를 전공한 ‘두손컴퍼니’ 박찬재(27) 대표가 노숙자들을 위한 옷걸이 회사를 만들게 된 이유는 간단하다. 그의 상식으로 ‘가난하면 어느 곳에도 받아들여지지 못하고 결국 내쫓긴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기 때문이다.

“2011년 철도공사가 역사 내 야간 노숙행위 전면금지 조치를 내렸습니다. 하루 아침에 잘 곳을 잃은 분들의 기사를 읽고 충격을 받았어요. 그 길로 막걸리를 사서 노숙인 분들을 찾아갔습니다. 이야기를 나눠보니 세상의 편견과 다르게 삶에 대한 애착이 누구보다 강한 분들이었어요. 서울역에 나가기 시작한 이튿날, 한 노숙인 분이 꼬깃꼬깃한 5000원 지폐를 보여주시며 ‘폐지 수거로 벌었다’고 자랑하시는데 ‘아, 이 분들께 일할 기회를 드려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게 두손컴퍼니의 시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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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맨손으로 '두손'을 일구다  

박 대표는 고민을 묵혀두는 사람이 아니었다. 당장 그 다음주부터 친한 후배와 동기들을 불러모았다. ‘세상에는 기회의 가난이라는 것이 있다. 사람이 출발점부터 달라서야 되겠냐. 우리가 그 기회 중에서도 일자리를 드리는 프로젝트를 해 보자’ 패기 넘치는 설득으로 동료를 모으고 그로부터 반 년동안 노숙인들과 소통하며 시장조사를 진행했다.

“첫 아이템은 역사 공간을 활용한 헌책방이었어요. 역장실까지 찾아가 부탁드렸지만 불발됐죠. 이 밖에도 가구 업사이클, 휴대폰 부속품 수집 등 여러 아이템이 있었는데 법제도 등 현실의 벽에 번번이 부딪혔어요. 그렇게 1년 정도 흐르고 나니 ‘어떡하지? 망했나’ 라는 불안감이 들더군요. 그 때 합류한 형이 옷걸이 사업을 제안했어요.”

두손컴퍼니의 종이옷걸이는 친환경 소재로 만든 옷걸이에 문구를 새겨 광고 효과를 내는 제품으로 단순한 제조 시스템이 주는 일자리 창출효과와 사업 수익성을 고루 인정받아 2012년 고용노동부의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 창업팀으로 선정됐다.

창업 후에도 넘어야 할 산은 많았다. 기업 광고 수주로 수익을 올리는 사업구조상 사회공헌적 개념보다 제품의 품질과 효과성에 초점을 맞춰 영업을 했고, 제조사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공장과 가깝게 사무실을 이전했다. 이제는 성수기에 집중적으로 몰리는 일감을 보다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시스템이 도전 과제로 남아있다,

광고 옷걸이에 한정돼있던 제품 다양성도 점차 넓혀가고 있다. 최근 출시한 디즈니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어 옷을 걸면 마치 ‘겨울왕국’의 주인공들이 옷을 입은 것처럼 보이는 캐릭터 옷걸이 ‘후키즈’와 화재를 막는 신수 해태가 남대문을 지키는 형상의 컵홀더는 일반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입소문을 타며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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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표는 두손컴퍼니의 미래를 묻는 질문에 “최대한 가능성을 열어두려 한다”고 말했다. 창업 목적이 일자리를 통한 기회의 제공인 만큼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옷걸이든 컵홀더든 또는 새로운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이든 받아들이고 이행할 준비가 돼 있다는 뜻이다. 그 중에서도 그가 가장 관심을 두고 있는 분야는 교육이다.

“두손컴퍼니를 통해 만나게 된 홈리스 여성분이 어느 날 ‘검정고시를 보고 싶다’며 도움을 청하셨어요. 친구들을 모아 공부를 가르쳐 드렸고 이후 무사히 시험을 통과하게 됐죠. 그러자 이번에는 ‘대학에 가고 싶다’고 하셨어요. 본인이 수혜자의 입장에서 사회복지의 맹점을 잘 알고 있으니, 이제는 베푸는 입장에서 잘못된 부분을 고쳐가고 싶다면서요. 그 분이 중학교 때부터 모아온 성적표를 보여주시는데 모두 만 점에 가까웠어요. ‘노숙인’이라는 관념 때문에 사회가 이분들의 잠재력을 보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요. 지금은 일자리 제공을 위한 수공업을 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그런 분들을 위해 두손학교를 세우는 것도 제 꿈 중 하나입니다.”

  | 72대 1의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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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표는 사업가이기도 하지만 아직 졸업 학기를 이수 중인 학생이기도 하다. 취업을 준비하거나, 졸업 후 기업에서 막 회사 생활을 시작한 친구들에게 좋은 일을 하며 회사까지 차려낸 그의 삶은 조금 특별하게 비춰지기도 한다. 그러나 박 대표는 “그저 하고 싶은 일을 실천에 옮겼을 뿐”이라 말한다.

“제가 독어독문학과에 진학한 건 어린 시절 유일하게 볼 수 있었던 만화책이 ‘먼나라 이웃나라-독일’편이었기 때문이에요. 만화를 읽고 독일에 흥미가 생겨서 ‘언어를 한 번 배워볼까’하는 마음이었던 거죠. 군대에 가기 전에도 ‘갈 수 있을 때 가자’라는 마음에 옷과 쌀만 챙겨 무전여행을 떠난 적이 있어요. 그렇고 보면 전 치밀한 사람도, 뛰어난 사람도 아니에요. 그저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일을 할 뿐이죠. 두손컴퍼니도 그렇게 탄생했고요.”

그는 유영만 교수의 책 ‘니체는 나체다’에서 읽은 72대 1의 법칙에 대해 이야기 했다. ‘마음먹은 일을 72시간(3일) 이내에 실천하지 않으면 성공 가능성이 1% 미만으로 떨어진다’는 이 가설은 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작게라도 시작해보는 그의 신조와 딱 맞아떨어진다.

많은 젊은이들이 자신이 택한 길에 불안함과 두려움을 갖고 있다. 그것은 ‘가난이 기회를 막아서는 안 된다’는 생각으로 우리나라에 사회적 기업이라는 개념이 도입된 지 10년도 채 되지 않아 일자리 제공형 사회적 기업을 세운 청년대표에게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 ‘저질렀던’ 그의 이야기는 시대의 젊음에게, 이제 막 불안한 걸음을 디딘 사회적 기업에게 하나의 용기가 되는 듯 했다.

“꿈을 이루는 과정이 너무 너무 아픈데 ‘한 번 해 봐라, 성공할 수 있다’고 환상만 심어주는 건 잘못됐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겪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들이 있어요. 제가 창업을 하고 책에서 배운 것 보다 더 많은 마케팅 전략을 깨달을 수 있었던 것처럼요. 아프고 불안하겠지만 자기 세상을 넓힌다는 의미에서 시작하면 배울 수 있다고 말해 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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