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장애인 아시안게임] 여자 탁구 단체 은… 정지남 선수, "여전히 도전은 진행 중"
[인천 장애인 아시안게임] 여자 탁구 단체 은… 정지남 선수, "여전히 도전은 진행 중"
[인천 장애인 아시안게임] 여자 탁구 단체 은… 정지남 선수, "여전히 도전은 진행 중"
2014.10.26 08:30 by 조철희
정지남·강외정·정영아 활약한 여자 탁구 단체(TT4-5), 2010 광저우 대회 이어 銀 태극마크 9년차 정지남, "우연히 잡은 탁구채가 목표 심어줬죠"
지난 23일 여자 탁구 단체 4-5체급에서 은메달을 딴 (왼쪽부터)강외정, 정지남, 정영아가 24일 치러진 시상식에서 환호하고 있다. 2014. 10. 24. (사진=2014인천장애인아시안게임조직위원회 제공)


지난 23일 저녁, 탁구 경기가 한창인 인천 송도글로벌캠퍼스 체육관 한쪽에서는 ‘파이팅’을 외치는 소리가 연신 울려 퍼졌다. 계속된 실점 상황에서는 박수로 서로를 격려한다. 벤치에서는 무슨 얘기가 오가는 지 궁금할 정도로 코치와 선수들 간에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인천 장애인 아시안게임 여자 탁구 단체(TT4-5) 결승전에서 지켜본 우리나라 대표팀의 모습이다.

결승에 오른 정지남(50‧서울특별시청), 강외정(48), 정영아(35‧서울특별시청) 선수는 세계 최강 중국을 만나 열심히 싸웠지만 0대 3으로 패했다. 그래도 경기를 마치고 믹스트존을 빠져나가는 선수들의 표정은 밝았다. 아쉬움보다는 은메달의 기쁨이 더 컸기 때문이다.

여자 4-5체급의 (왼쪽부터)정영아, 정지남, 남기정(코치), 강외정


“모두들 즐기는 마음으로 기분 좋게 경기했어요. 저도 동료들이랑 같이 게임할 수 있어서 좋았고, 이번 기회로 오랜만에 만난 얼굴들도 많아 정말 즐거웠습니다.”

흔쾌히 인터뷰에 응한 정지남 선수가 말했다. 그는 태극마크 9년차의 베테랑이다. 옆에 있던 남기정 여자 탁구 대표팀 코치는 ‘우리 여자 휠체어팀의 보물 같은 존재’라며 그를 치켜세웠다.

장애인탁구에는 총 10개의 체급이 있다. 1체급(TT1, 'TT'는 Table Tennis(탁구)를 의미)에서 5체급(TT5)까지는 휠체어에 탄 채 경기를 하는 선수들에게 부여되고, 나머지 10체급(TT10)까지는 서서 경기를 하는 선수들에게 매겨진다. 숫자가 높을수록 해당 선수의 운동능력도 더 낫다. 정 선수는 현재 4체급 세계랭킹 5위에 올라 있는데, 이번 대회 개인전에선 8강에서 탈락하며 기대만큼의 모습은 보여주지 못했다.

“사실 대회에 나올 수 있는 몸이 아니었어요. 7월 말에 큰 부상을 당해 아직 제 컨디션이 아니거든요. 그래도 꼭 나오고 싶었어요. 모처럼만에 홈에서 열리는 큰 대회잖아요.”

그는 세 달 전 휠체어에서 떨어지며 대퇴부 골절상을 입었다고 한다. 두 달을 병상에 누워서 보냈을 정도로 큰 부상이었다. 지난 달 열린 세계장애인탁구세계선수권 출전도 물거품이 됐다. 사고 직전까지도 스페인오픈에 출전하는 등 국내외 각종 대회를 다니며 랭킹 포인트를 착실히 쌓아가던 정 선수였다. “우리 선수들에게는 세계선수권이 올림픽 다음으로 중요한 대회거든요”라는 그의 말에 아쉬움이 잔뜩 묻어났다. 퇴원 후 곧바로 장애인 아시안게임 훈련에 들어갔지만 주어진 시간은 20일에 불과했다.

이날 경기에서 정지남(왼쪽에서 두 번째)이 서브를 준비하고 있다.


“보시기엔 제가 휠체어에 앉아 있지만, 저는 사실 붕 떠있는 기분이에요. 엉덩이가 자기 체중을 느끼지 못하거든요. 지금이야 많이 익숙해졌지만, 몸을 조금만 앞으로 밀거나 하면 얼른 떨어져요.”

비장애인들 중에서 휠체어에 앉아 있는 느낌이 어떨지 상상이나 해 본 사람이 몇이나 될까. 이렇게 장애인 선수들은 늘상 부상의 위험을 안고 운동을 한다.

정 선수는 2001년 타고 있던 차가 사고를 당하며 하반신이 마비됐다고 한다. 갑작스런 일로 많이 힘드셨겠다는 말을 건네자, “제가 원래 성격이 명랑쾌할해서요”라며 잠시 소녀 같은 웃음을 지어보이기도 했다.

“집에만 있으면 낙이 없잖아요. 그래서 재활체육센터에 다니면서 처음엔 수영을 했어요. 수영장 옆엔 탁구대가 있었는데 늘 지나쳤죠. 그때만 해도 휠체어를 타고 탁구를 한다는 걸 상상도 못했거든요. 그러다 예전에 한 번씩 쳐봤던 생각이 나서 ‘이게 될까?’ 하는 마음으로 시도해 봤어요. 공 하나 제대로 쳐내지 못했지만 재미가 있더라고요. 조금만 더 하면 할 수 있겠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2003년, 호기심에 탁구채를 잡은 게 시작이었다. 이후 휠체어 탁구가 있다는 것을 접하고는 전국에서 열리는 대회를 찾아다녔다. 정 선수는 그때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이 좋았고, 다른 대회에서 다시 마주칠 때면 그렇게 반가울 수 없었다고 한다. 재미가 붙으니 기량은 일취월장했다. 2005년, 다른 나라 선수들의 실력이나 구경해 볼 요량으로 첫 출전한 국제대회에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조금만 더 하면 불가능한 일도 아닐 것이란 생각에 이때부터 패럴림픽 출전의 꿈을 품었다.

하지만 주위에선 가르쳐줄 사람도, 적당한 파트너도 찾을 수 없었다. 결국 2006년, 서울에서 광주로 내려갈 마음을 먹었다. 당시 광주는 우리나라에서 장애인탁구 인프라가 가장 발달해 있던 곳으로, 지난 2011년엔 국내 최초로 장애인탁구 실업팀(광주광역시청)도 창설됐다. 이어 대전광역시, 대구광역시팀이 생겨났고, 정 선수가 현재 속한 서울특별시청팀은 가장 최근인 2012년에 만들어졌다.

그는 “올림픽에 나가려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말하면서도, 당시 자신을 이해해준 가족들에 미안함과 고마움을 나타냈다. 특히 시부모님껜 애정이 각별했다. 사고를 당했을 땐 병수발을 도맡았고, 자신의 선수생활도 누구보다 반기고 기뻐하는 이들이다.

정 선수는 광주에서 1년을 보냈고, 2006년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탁구를 시작한지 4년째가 되던 해였다. 2008년에는 세계랭킹이 7위까지 솟으며 당당히 베이징 패럴림픽 무대에 섰다. 허나 도전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처음엔 출전만으로도 만족했지만 지나고 나니 패럴림픽 메달 욕심이 났어요. 그때 제 성적이 5위권이었는데 한 번 더 해보자는 마음을 먹게 되더라고요. 결국 재작년 런던에 가서 단체전 동메달을 땄죠.”

이제 그의 시선은 2016년 리우로 향해 있다. 기왕이면 개인전 메달을 목표로 담금질에 돌입한다.

정지남 선수에게 이젠 나이 어린 선수들이 치고 올라올 때도 되지 않았느냐고 묻자, “탁구라는 게 하루아침에 실력이 느는 종목이 아니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조금만 더 하면, 한 번 더 하면’이란 마음으로 자신을 한 단계, 두 단계 끌어올렸던 시간을 얼마나 많은 땀과 노력으로 채워갔을지 짐작케 한다.

2014 인천 장애인 아시안게임 여자 탁구 국가대표 정지남 선수
필자소개
조철희

늘 가장 첫번째(The First) 전하는 이가 된다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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