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강의실이 수면실이 된 이유
대학 강의실이 수면실이 된 이유
대학 강의실이 수면실이 된 이유
2017.10.27 16:33 by 제인린(Jane lin)

대학시절을 돌이켜 보면 아르바이트는 선택이 아닌 필수였던 것 같습니다. 주변 친구들도 형편의 정도와 상관없이 ‘경험’이란 측면에서 활발히 아르바이트 시장을 넘나들었죠. 하지만 이게 생존의 문제와 연결되는 학생들도 분명히 있었습니다. 여기 이들처럼 말이죠.

(사진:Andrey_Popov/shutterstoc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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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중국 사회를 뜨겁게 달궜던 막노동을 하며 생활비를 마련하는 소녀의 모습이 담긴 사진. (사진:웨이보)

이러한 사연을 털어놓는 그의 얼굴은 참 해맑습니다. 자신의 처지와 내게 미안한 마음이 동시에 섞인 웃음을 보일 뿐, 다른 방도가 없는 모양입니다. 아무 방도가 없는 그처럼, 그의 삶의 무게 앞에서 나 역시 아무런 힘이 되어줄 수 없다는 것에 무릎이 꺾이는 순간이죠.

우리 학생들이 이렇게 일과 학업을 병행할 수밖에 없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내가 강의하는 대학은 중국에서도 수업료 비싸기로 소문난 대학 중 한 곳이죠. 중국의 경우 정부가 직접 운영하는 당 소속 대학과 국립대학교, 그리고 사립대 등 총 3곳으로 분류되는데, 우리 학생들이 재학 중인 대학은 그중 사립대에 속합니다. 일반 국립대학이나 당 소속 대학 입학료 및 수업료와 비교해 3~4배 이상 차이가 나죠.

또, 중국에서는 재학생이라면 무조건 기숙사 생활을 하도록 강제해오고 있는데, 이는 과거부터 줄곧 이어져 온 관습 같은 것입니다. 과거 당이 학생을 편하게 관리‧감독하기 위해 기숙사 생활을 강요했다는 설과 먼 곳에서 학업을 위해 도시로 ‘나홀로’ 떠나온 학생을 위해 학교가 배려하는 차원이라는 두 가지 설이 있지만, 후자를 믿는 이는 아무도 없습니다.

잘은 몰라도, 수업료가 저렴한 대학들에 떨어진 학생들에게 남겨진 선택이 바로 우리 학교일 것입니다. 그렇다고 우리 학생들이 다른 학교 학생들보다 가정형편이 좋을 리는 천부당만부당한 일이죠. 버거운 학비와 기숙사 비용, 거기에 최소한의 용돈 등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아르바이트와 비정규직 알바 등을 전전할 수밖에 없는 것이죠.

(사진:중국 최대 아르바이트 추천 온라인 사이트 58工作)

물론, 넉넉한 가정의 아이들도 있겠죠. 우리 학교에도 몇몇 있습니다. 이들은 유명 해외 브랜드 자동차를 타고 강의실에 보란 듯 등장하곤 하는데, 사실 그런 학생들에겐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오히려 잠이 부족해 빨갛게 붓거나 졸린 눈을 비비며 나타나는 학생들이 필자의 영원한 관심 범위 속에 포함돼 있죠.

그리고 이 아이들을 마주할 때마다 필자가 중국에 와서 알게 된 작가 ‘백영옥’의 저서 일부가 생각납니다. 백 작가는 그의 저서 <애인의 애인에게>에서 이렇게 적었죠.

“어릴 때부터 가졌던 의문은 그런 것이었다. 어째서 어떤 사람에겐 '살다', '즐기다'로 수렴되는 삶이 어떤 사람에겐 '견디다'가 되어야 할까. 라고.”

이 같은 현실을 지켜보고 있자면, 한때 베이징, 상하이, 선전 등 일부 대도시를 중심으로 한 중국의 임금 인상률이 한국과 일본의 것을 뛰어넘었다는 소식과 이로 인해 중국 내 진출한 한국 공장 및 기업이 임금 인상률을 이기지 못하고 철수 지경에 이르렀다는 뉴스는 마치 남의 나라 이야기처럼 느껴집니다.

실제로 지난 2008년 무렵, 대한상공회의소는 중국에 진출한 현지 법인 300여 곳을 조사한 결과, ‘한국보다 임금 인상률 및 속도가 빠르다’는 답변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당시 알려진 바에 따르면 일부 한국 중소기업은 중국의 임금 인상률로 인한 채산성 악화 문제로 현지 철수를 선언했으며, 중국 정부는 과거 외자 유치를 위해 외국 기업의 일방적인 불법 행위를 묵인해왔던 것과 달리 노조설립을 권장하고 근로자 인권보호에 앞장서는 분위기가 연출됐었죠.

하지만, 일부 외자 기업 및 대기업을 제외한 대부분의 업체에 고용된 근로자의 실상은 여전히 월 200시간을 일하고도 35만원을 받기 어려운 것이 ‘진짜’ 현실인 것입니다.

(사진:Aaron Amat/shutterstock.com)

중국 정부는 올해 법정 최저 시급을 20위안으로 버젓이 선언했죠. 이는 지난해보다 1위안 소폭 상승한 수준인데, 중국 공산당은 “자국의 경제가 예상한 대로 매년 지속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으며, 시급 인상률 역시 연평균 10%라는 기록적인 인상을 보이고 있다”고 자평한 바 있죠. 실제로 중국 정부가 자체적으로 집계했다는 자료에 따르면, 올 4월 1일 기준 중국 최저 시급은 베이징이 21위안, 텐진이 19.5위안, 상하이 20위안, 광동성 19위안, 선전 19위안 등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은 이에 대해 “현실과 거리가 먼 얘기”라고 일축합니다. 실제로 필자가 가르치는 반 아이들 중 학업과 알바를 병행하고 있는 학생은 모두 28명(37명 중). 이들 대부분은 (시간당)10위안을 약간 넘는 금액을 받고 있었으며, 7명은 10위안 미만의 돈을 받는다고 했습니다. 중국의 일평균 법정 근로시간은 한국처럼 8시간입니다. 시급 10위안을 받는 대학생들은 하루 80위안을 손에 쥔단 얘기죠. 이는 우리 돈으로 1만 5000원도 안 됩니다.

이 같은 현실이 변하지 않는다면 우리 반 학생들은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그렇게 내 강의실 한 편에서 잠을 청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그리고 필자는 또 어쩔 수 없이 곤히 자는 그들을 조용히 깨우거나, 평소 평가 점수에 ‘D’ 또는 ‘F’라는 점수를 줄 수밖에 없죠.

필자소개
제인린(Jane lin)

여의도에서의 정치부 기자 생활을 청산하고 무작정 중국행. 새삶을 시작한지 무려 5년 째다. 지금은 중국의 모 대학 캠퍼스에서 학생들을 만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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