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일본의 ‘번외’에 불과하다?
한국은 일본의 ‘번외’에 불과하다?
2017.12.28 15:30 by 제인린(Jane lin)

“모든 게 ‘미니어처’인 나라”

몇 년 전 중국 지인에게 들었던 한국에 대한 평가입니다. 일견 이해가 갑니다. 산을 봐도, 성을 봐도, 땅을 봐도 그들에겐 작디작아 보였겠죠. 물리적인 크기라면 반론의 여지가 없지만, 심리적인 크기라면 얘기가 달라질 겁니다.

 

|他们说, 그들의 시선

얼마 전 한국의 유명 배우 송중기와 송혜교의 결혼 소식이 중국에서도 화제가 됐다. 서울에서 진행된 두 사람의 결혼식은 중국 언론에서 생중계를 할 정도로 큰 관심이 쏠렸다. 한국 드라마 ‘태양의 후예’를 통해 존재감을 각인시킨 ‘송송커플’의 일거수일투족은 중국에서도 이목의 중심이다.

이처럼 한국 연예계와 연예인에 대한 중국인들의 관심은 상당히 지대하다. 하지만 한국의 다른 분야에 대해서는 지독한 문외한이다. 한국 문학이나 역사 등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지식이 있거나 관심을 갖는 이는 정말 찾아보기 어렵다. 그들에게 한국은 드라마와 아이돌뿐이다.

‘송송커플’의 일거수일투족은 중국에서도 화제다.(사진:‘태양의 후예’ 공식 포스트)

 

| 她说, 그녀의 시선

한국에 대한 중국인들의 편협한 시각. 중국에서 지내는 동안 많은 이들의 다양한 태도로부터 느낄 수 있었다. 베이징 거주 시절, 여러 차례 세미나에서 만난 중국인들은 한국인인 필자를 배려해 한국에 대한 질문을 쏟아내곤 했다. 하지만 질문의 내용은 대부분 드라마와 연예인의 범주를 넘어서지 못했다. 그나마 상대적으로 더 관심이 있다는 이들에게도 한국은 질 좋은 화장품을 생산하는 나라, 제주도가 있는 나라 정도로 인식됐다. 역시나 무관심에서 비롯된 무지는 사람을 허탈하게 만든다.

중국에서 알게 된 지인 한 명으로부터 받은, 잊을 수 없는 문화적 충격을 소개해볼까 한다. 타이완 출신인 그는 중국에서 다양한 여행 서적을 출간한 유명 작가로, 최근 일본 여행을 다녀와 ‘걸어서 일본 한 바퀴’라는 제목의 에세이를 냈다. 중국인들에게 일본을 소개하는 내용이다.

그런데 그의 책 마지막 목차가 시선을 잡아끌었다. 떡하니 ‘번외편-한국’이라고 쓰여있는 것이 아닌가. 그를 포함한 다수의 중국인에게 ‘번외편’ 정도로 여겨지는 한국 문화. 우리의 자랑스러운 문화가 그런 취급을 받을 정도는 결코 아닐진대 말이다.

문화를 물리적으로 보관할 수 있는 것은 책이다. 서적의 양과 다양성은 그 문화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나타내는 지표다. 그런데 아쉽게도 베이징에서 가장 큰 규모의 도서관에는 한국 관련 서적이 상당히 드물다. 도서관 한 축을 당당히 차지하고 있는 ‘미국 서적실’, ‘유럽 서적실’, ‘일본 서적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괜스레 어깨가 처진다.

중국 베이징에 소재한 국가도서관은 아시아에서 가장 큰 규모로 운영된다. 소장하고 있는 10만여 권의 서적 중 한국 도서는 20권에 불과하다.

이는 서점에서도 마찬가지다. 베이징 최대 규모의 ‘신화서점’에서 눈에 띄는 한국 관련 서적은 한국어 능력시험 토픽(TOPIC) 학습서뿐이다. 한국의 대형 서점 한 코너를 중국 번역본 서적들이 차지하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참으로 애석한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베이징에 거주하는 약 6만여 명의 한국인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비영리로 운영하는 서점 겸 커피숍을 차릴 정도다. 베이징에 사는 한국인들이 한국문학을 접할 수 있는 곳은 이곳이 유일하다. 그마저 힘든 경우, 한국에 살고 있는 친구나 부모님의 도움을 받아 때마다 한국 서적을 몇 박스 씩 국제배송 받는 것으로 한국 문학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에선 매년 수백여 권의 중국 관련 서적들이 새로 출간되고 있다는 점에서, 씁쓸한 마음을 지울 수가 없다.

중국에서 가장 큰 서점 중 하나인 ‘신화서점’에서 조차 한국 서적을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한국어 능력 시험 ‘TOPIC' 이외의 한국 서적을 찾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중국과 중국인에게 한국은 아이돌을 잘 만드는 나라, 케이팝과 드라마 제작 수준이 높은 나라, 저가에 비교적 질 좋은 화장품을 판매하는 나라, 그리고 일본에 이웃한 작은 나라로 인식된다.

맞다. 아이돌과 케이팝(K-POP), 드라마는 분명 우리가 내세울 만한 문화다. 하지만 이런 단편적인 것만으로 우리를 재단한다면 한국 문화를, 아니 한국을 올바르게 이해했다고 볼 수 있을까.

 

필자소개
제인린(Jane lin)

여의도에서의 정치부 기자 생활을 청산하고 무작정 중국행. 새삶을 시작한지 무려 5년 째다. 지금은 중국의 모 대학 캠퍼스에서 학생들을 만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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