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영화, 입문해보고 싶은데 마땅한 통로가 없네요. 독립영화 보는 모임 하나만 추천해주세요.”
-서울 동작구 김지혜씨가
무중력 상영장은 친구 셋(성진영·장종호·송윤희씨)이 모여 자신들이 좋아하는 공간과 독립영화를 조합해 상영회를 열고 관객들과 이야기 나누는 모임이다. 이전 화에서 무중력 상영장이 시작된 계기와 상영회가 열리기까지의 과정을 살펴봤다.
#무중력 상영장 <취향이라는 중력을 가진 무중력 상영장(전편)> 보러가기
| ‘함영’, ‘함술’로 대동달결!
좁은 공간에서 긴밀하게 영화적 체험을 공유 한 관객들은 상영회가 끝나고 둘러앉아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송윤희씨는 “생각지도 못했던 질문과 만나는 일이 잦아 꼭 필요한 시간”이라 강조한다.
“멀티플렉스 영화관에서는 감독-관객, 배우-관객은 이야기를 나눠도, 관객과 관객이 생각을 공유하고 공감하진 않잖아요. 영화를 보고 내가 느낀 바를 곱씹는 것도 좋지만, 함께 대화하면 그 영화에 대한 이해의 방향이 완전히 넓어질 수 있거든요. 나와 전혀 다른 시각에서 보고, 다른 부분에서 감동 받으니까. 그 사람에 대해서 궁금해지기도 하고요.”(성진영씨)
여기서 끝이 아니다. 영화 이야기를 나눈 뒤에는 본격적으로 뒤풀이가 시작된다. 주제는 이제 영화뿐 아니라 삶 전반의 이야기로 확장된다. 때론 상영시간 보다 더 긴 시간을 뒤풀이에 할애하기도 한다고.
관객들이 모두 ‘함영(함께 영화 보기)’, ‘함술(함께 술 마시기)’로 대동단결했기 때문일까. 처음 만나서 영화를 함께 본 것일 뿐인데도 늦게까지 뒤풀이 자리가 이어지는 날이 많다.
매 상영회마다 꼭 뒤풀이 시간을 갖는 이유는 뭘까?
“사실 전 ‘사람’이 좋아요. 각자가 가진 이야기들이 그 어떤 영화 이야기보다 흥미롭고 재미있어요. 너와 나, 우리들의 이야기. 사실 술을 좋아해서 뒤풀이를 꼭 추진하죠.(웃음)”(송윤희씨)
“저에게는 뒤풀이가 상영회보다 더 중요해요. 좋아하는 걸 다른 사람과 얘기해보고 싶어요. 공통분모로 친구가 생기기도 하죠.”(장종호씨)
무중력 상태에서 광활한 우주를 둥둥 떠다니듯이 다양한 공간을 표류하며 독립영화를 소개하는 세 사람. 무중력 상영장은 어떤 공간이든 그곳을 무중력 상태로 만드는 능력이 있다. 이곳에서라면 누구나 독립영화라는 취향을 나누며 자유롭게 중력을 거슬러 부유함을 즐길 수 있다.
하지만 무중력 상영장이 지속하기 위해서는 역설적으로 일정한 중력을 갖고 있어야만 한다. 지속가능하기 위해선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영리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지금까지는 수익이 전혀 없어요. 오히려 자비를 들여서 하고 있죠. 조금 더 좋은 기획을 위해 앞으론 지원 사업도 많이 참여해보려고요. 이를 통해 배급사와 공간에 괜찮은 수익을 돌려주고 싶어요. 우리만 재밌으면 안 되는, 함께 하는 활동이니까요.”(장종호씨)
“어느 정도의 고정 관객이 생기면 조금 더 마니악한 영화나 아예 배급사도 통하지 않은 숨은 영화들도 만나보고 싶어요. 지금은 관객이 안 올 것 같아 시도를 못 하거든요.(성진영씨)
“큰 바람이 있는 건 아니에요. 지금처럼 소박하고 정다운 상영장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대관을 해주시는 분들께, 감독님들께, 소정의 사례로 고마운 마음을 전할 수 있게 되면 더 좋겠죠?(웃음)”(송윤희씨)
Editor's Choice
무중력지기들의 추천작을 소개한다.
송윤희 “최근에 본 <다시 태어나도 우리>(문창용·전진 감독, 2016)를 추천해요. 북인도 라다크에 있는 릭젠 스승님과 린포체 앙뚜 두 분의 이야기인데요. 이 영화를 보면서 그동안 제가 얼마나 '머리'로 생각하고 살았는지를, 그것이 얼마나 오만한 일이었는지를 알게 되었어요. 보는 내내, 이것이 사.랑.이.구.나. 싶었어요. 삶은, 그리고 내게 온 인연은 그 자체로 소중하고 아름답고 충분하다는 걸 마음 깊이 느꼈어요.”
성진영 “고형동 감독님의 단편, <BOYHOOD(보이후드)>(2015)를 추천해요. 인생의 희로애락을 담은 작품이라고 감히 말씀드리고 싶어요. 어린 소년의 일상을 통해, 자본주의 사회에서 약자로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 깊게 고민하게 해요.
어린아이의 시선으로 통찰하는 세상은, 어떤 때는 꽤 가혹하게 그려지기도 하고, 짐작보다 따뜻하게 그려지기도 해요. 이건 영화 밖 우리의 통찰이 되기도 하죠.
이런 위대한 내용을 21분의 러닝타임 안에 너무 사랑스럽고 재미있게 녹여내다니...! 세상에나! 대박~ 헐! 정말 보고 싶다고요? 무중력에서 곧 진행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하하하.”
장종호 “저는 항상 구교환, 이옥섭 감독님의 단편 <플라이 투 더 스카이>(2015)를 추천해 요. 길이도 짧고 유튜브에서 바로 볼 수 있어요. 일단 재밌어요. 우리의 이야기를 유쾌하게 그려요. 중간중간 상업 영화에서는 보지 못하던 표현 방식들도 재밌어요. 제가 생각하는 독립영화의 매력을 가장 많이 담고 있는 영화라고 생각해요.”
<플라이 투 더 스카이>는 유튜브 <구교환X이옥섭>채널에서, <다시 태어나도 우리>는 독립영화 전문 사이트 인디플러그에서 다운로드해서 볼 수 있다. <BOYHOOD>는 무중력 상영장에서 곧 상영할 계획이다.
/사진: 무중력 상영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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