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들지 않는 그대를 위한 올드음악 보물창고
철스뮤직
철들지 않는 그대를 위한 올드음악 보물창고
2018.03.30 18:12 by 전호현

 

이 가게에 처음 입성하게 된 건 어느 무더운 날이었다. 두 달에 한 번 볼까 말까 한 오랜 친구와 만나는 날. 딱 한잔만 더 하자며 메뚜기처럼 홍대와 합정 사이를 널뛰다 밤이 깊었다. 헤어짐이 아쉽기는 하고 와이프가 무섭기도 하고. 그 습하고 어두컴컴하던 새벽. 이번이 정말 마지막이라고 외치며 구석구석을 뒤지다 발견한 이 LP BAR는 이름부터가 범상치 않았다. 철스 뮤직? 뭐지 이름의 마지막 글자인가? 친구와 머뭇거리던 난 택시를 잡지 못해 아우성인 도로변을 바라보다 어차피 지금 시간에 택시를 잡긴 글렀고, 택시비를 내느니 그 돈으로 한잔 더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하자며 술이 들어가야 할 수 있는 합리화로 철스뮤직의 문을 열었다.

겉에서 보이는 것과 달리 지하에 높게(가서 보면 이해된다) 마련된 자리에는 집에 돌아가기를 포기한, 혹은 불금을 즐기는 많은 사람들이 운집해 올드한 음악에 맞춰 맥주를 들이키고 있었다. 조금 특이한 점은 직접 맥주를 가져다 마시는 구조. 맥주창고와 LP BAR를 합쳐놓은 기묘한 방식에 당황했지만 적응이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사장님이 다음에 틀 lp 3개를 앞에 걸어 놓는다.

가지런히 놓인 수첩에 듣고 싶은 음악을 적으면 사장님이 LP를 틀어주는 방식.(예상대로 사장님 성함의 마지막 단어가 ‘철’이었다) 단, 아이돌 음악은 틀어주지 않는다. 하긴 이 시간 여기서 트와이스나 방탄소년단 노래를 신청하는 사람도 없겠지만 어찌됐건 구석구석 자리한 스피커는 추억의 음악들을 시원스럽게 들려주고 있었다.

 

맥주&잔은 셀프입니다.

턴테이블에서 빙글빙글 돌아가는 LP를 보며 예전에 LP가 'Long Playing'의 약자라는 걸 보고 허무해진 기억이 났다. 테이프와 CD의 시대로 넘어오면서 국내에서는 자취를 감춘적도 있었지만, 복고풍의 유행과 맞물려 최신 음악들도 다시 LP로 발매하는 분위기다. (김광석 좀 대량으로 찍어줘라! 너무 비싸다!) LP는 파인 홈을 따라 바늘이 이동하고 진동하면서 음악을 재생한다. 전기적 신호로 변환하는 과정이 있기는 하지만 참 원초적인 방법이다. 판 위의 먼지 같은 이물질이 영향을 끼치기도 해서 관리 상태에 따라 소리가 달라진다. 어느 LP바에 들렸을 때 사장님이 판을 닦고 있는 걸 본다면 열심히 관리하고 계시는 구나라고 생각하면 된다.

 

LP

보통 1분간에 33과 1/3회전하는 레코드를 가리킨다. 1931년 미국의 RCA가 개발한, 사운드트랙이 가늘고 촘촘한 마이크로그루브(microgroove) 방식의 LP가 그 시초이나 재질이 SP(standard playing)와 마찬가지 셸락(shellac:동물성 천연수지의 일종)으로 되어 있어 잡음이 많아 제조를 중단하였다. 그 후 1948년에 미국 콜롬비아에서 마이크로그루브 방식을 개량하여 비닐계 재질로 된 LP를 발매함으로써 레코드계는 마침내 LP시대로 들어갔다. 점차 수록시간이 길어져 30cm 레코드 한쪽 면이 40분을 넘는 것도 있다.

(출처: LP레코드 [LP record] 두산백과)

이 가게의 장점은 밖이 어떤 상태인지 보이지 않는 완벽한 외부차단. 시계를 들여다보지 않는 이상 낮인지 밤인지 몰라 시간가는 줄 모른다. 처음 여기서 마실 때도 사장님이 마감이라고 말하기 전까지 날이 밝아 오는지도 몰랐으니 대단히 위험한 곳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게 단점인가?

 

어둠을 밝히는 작은 초들.

철스뮤직은 공간이 넓어 좌석도 널널하고, bar부터 소규모 단체석까지 있어 인원 수 대로 골라 앉으면 그만이다. 스피커의 종류는 jbl 4312 A, JBL S2600, 보스 301의 복합적인 구성. 천장도 높아서 소리가 새는 곳이 많을 것 같지만 스피커의 배치가 좋아 어느 자리에 앉아도 훌륭한 사운드를 들을 수 있다. 보통 사장님이 다음에 틀 LP 3개를 앞에 걸어 놓는데 손님은 신청곡이 언제 나오는지 기다릴 필요가 없고 사장님도 손님들에게 일일이 대답해 줄 필요가 없어 좋다.

 

JBL 4312 : 1982년 초기형 이후 지금은 4312 E 모델까지 판매하고 있는 현재진행형 모델

JBL s2600 : 90년대 최고급 스피커인 에베레스트의 축소판

BOSE 301 :  부드러운 소리가 일품이며 독특한 음색으로 인기인 스피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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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을 거쳐 간 연예인들.

이곳은 내가 홍대 부근에서 술을 마시다 오게 되는 종착지 같은 곳이다. 아무리 번화가라도 술집은 닫기 마련. 그것도 아담하거나 혼자 마실만한 분위기면 더 일찍 닫는 곳이 대부분이라 이곳은 아침이 오기 전까지 아쉬워하며 배회하는 갈 곳 잃은 영혼들을 보살펴주는 안식처 같은 곳이다. 자극적이지 않은 음악이 흘러나오는 곳에서 사람들은 새벽녘 예의를 지키며 편안하게 머물다 간다.

 

이곳을 거쳐 간 연예인들.<br>
테이블 위 추억의 가수들.

오래된 음악은 이곳에 같이 들리는 오랜 친구처럼 황혼에서 새벽까지 시간을 붙잡아 두고 싶을 만큼 질리지 않는 편안함을 준다. 사람들마다 각자 음악적 부흥기라고 생각하는 시기가 있을 것이다. 기본적으로 나이를 많이 따라가겠지만 누구나 나이에 상관없이 좋아하는 가수와 장르가 있기 마련이다. 그런 음악 중에서도 80-90대 음악을 기억하고 좋아하는 분이라면 철스뮤직에 충분히 만족할 것이다.

덧- 방금 튀긴 팝콘이 신기하게 맛있다.

덧2- 난 80년대하면 웸(wham)이 생각난다.-RIP 조지 마이클

 

 

철스뮤직

 

FOR 찬란했던 음악의 중흥기를 기억하는 분들
BAD 방탄소년단이 최고!

 

/사진: 전호현

 

필자소개
전호현

건설쟁이. 앨범 공연 사진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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