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0~90년대 초반, 국가 주도 모금
80년대를 살아오신 분들이라면 ‘방위성금’이란 단어를 기억하고 계실 겁니다. 국가 방위 태세를 강화하기 위해 국민들의 성금을 모아 전투기, 헬리콥터, 장갑차 개발 등으로 사용한 모금사업입니다. 늦여름 태풍이 올 때면 전국적으로 진행한 ‘수재의연금’ 모금 역시 국가적으로 모금을 진행한 사례입니다. 또한, 이 시기에 빼놓을 수 없는 대형 모금 프로그램으로 ‘평화의 댐’ 모금이 있습니다.방위성금, 수재의연금, 평화의 댐 모금은, 주제는 각기 달랐으나 정부 예산 부족을 이유로 국가적 차원에서 모금활동을 진행했다는 것이 공통점입니다.
| 90년대 중반, 전문 모금조직 등장
90년대 중반 들어 사회복지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기 시작했습니다. 사회 전반적으로 경제적인 여유가 생기자 자원봉사, 기부 활동이 늘어났고 해외아동과 극빈층 아동에 대한 지원이 시작됐습니다. 당시 ‘선명회’라 불렸던 국제구호단체 <월드비전>은 ‘사랑의 빵’ 이라는 빵 모양 저금통을 통해 학생, 기독교인들에게 많은 기부를 받았습니다. 이를 통해 해외 구호 사업을 중점적으로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1998년에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법정모금단체로 출범하면서 체계적인 모금 활동이 진행되었습니다. 당시에는 연말이 되면, 방송국 아나운서들이 빨간 열매 장식이 있는 ‘사랑의열매’ 뱃지를 달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사랑의열매 뱃지를 방송국 뱃지로 알고 있었다는 우스개 소리가 있을 정도로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전 국민적 홍보 효과는 대단했습니다.
| 2000년대, 나눔 문화의 전반적인 확대
IMF 경제위기를 겪으면서도 우리나라의 기부, 모금 문화는 계속해서 발전해왔습니다. 월드비전, 굿네이버스, 기아대책처럼 한국을 본사로 두고 있는 국제구호 비영리단체들은 세계 각 국가에 지부를 설립하고 해외 사업을 진행할 정도로 대형화했습니다. 유니세프, 세이브더칠드런, 컴패션처럼 해외를 본사로 두고 있는 비영리단체의 한국 사무소 역시 상당한 금액을 모금하며 비영리단체의 대형화, 전문화를 이끌어가고 있습니다.환경 운동, 문화예술 지원, 정당 후원, 사회 운동 등 사회복지영역에 국한되어 있던 기부 활동이 다양한 주제로 확산된 것도 이전과 달라진 점입니다. 이는 다양한 주제를 가진 비영리단체들이 활약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하여 주었습니다.모금 방식도 다양해졌습니다. 길거리 모금, ARS 모금 위주에서 최근에는 온라인 모금, 자신이 후원하고 있는 기관에 대한 정기 후원, 해외 아동과의 1:1 결연 등이 주요 모금 방식이 되었습니다. 또한, 크라우드 펀딩, 임팩트 투자(투자를 통해 수익을 추구하면서 사회나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업에 돈을 투자하는 행태) 등 단순 기부가 아닌 기부에 따른 보상이 주어지는 방식도 증가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 늘어나는 기부에 대응할 다양한 프로그램의 필요
80년대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IMF 경제위기도 겪었고 2008년 금융위기도 겪었지만, 기부는 꾸준히 확대되어 왔습니다. 앞으로 한국 경제의 장기 침체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는 의견도 나오고 있으나, 과거의 사례를 본다면 기부 분야는 계속해서 발전, 확대 될 것입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모금을 하고 기부금을 집행하는 비영리업계에서 보다 투명하게 기부금 활용 내역을 보고하고, 기부자가 기부 하고 싶을 만한 참신한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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