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는 ‘말’로부터, 중국 청년들의 한국어 사랑 노렸죠
한류는 ‘말’로부터, 중국 청년들의 한국어 사랑 노렸죠
2018.09.14 11:37 by 제인린(Jane lin)

 

중국에서의 한국과 한국인에 대한 긍정적인 관심이 높아지면서, 한국어를 배우려는 학생들도 급증하고 있는 분위기다. 이 중에서도 한국 문화를 가장 빠르게 흡수하고 있는 지역은 단연 후난성이다. 한국의 유명 TV프로그램이 수출돼 전국으로 방영된 방송국이 바로 후난 위성 TV인데, 한국 붐을 일으킨 대표적인 프로그램인 ‘별에서 온 그대’, ‘나는 가수다’, ‘런닝맨’ 등의 포맷이 처음 중국에 방영될 수 있었던 것도 이 지역 거주 현지인들의 한국 사랑 덕분이다.

뜨거운 관심을 증명이라도 하듯 후난성 소재 유명 대학교에는 한국어과를 단독으로 개설해 운영하는 교육기관이 급증한 바 있다. 단독 학과를 운영하지 않는 곳에선 교양 한국어와 같은 강좌를 따로 개설해 운영하기도 한다. 심지어 국방대학에서도 강좌를 개설할 정도이니 그 인기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하기에 충분하다.

이런 분위기에 힘입어 바로 이곳 후난성에 한국어 어학당을 창업한 20대의 당찬 여성 CEO가 있다. 현지에서는 ‘유지리 쌤’으로 더 유명한 유지리(글로벌 어학당 ‘HORIZON’ 대표)씨를 직접 만나봤다.

글로벌 어학당 ‘HORIZON’의 공동 창업자 유지리(刘智利) 원장(왼쪽)과 왕저롱(王泽镕) 공동 창업자의 모습.

-최근 중국에서 ‘창업’하면 보통 요식업이다. 그런데 특별히 어학당을 개설한 계기가 무엇인가.
“과거와 달리 외국어 몇 가지 정도는 유창하게 구사해야 한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한몫 했던 것 같다. 영어는 기본, 한국어까지 구사할 수 있다면 취업은 물론 사회 생활하기에도 충분히 매력적인 사람이 된다. 실제로 중국엔 영어, 한국어, 일본어 등 3개 외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중국 청년들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해외 무역 등 실무 영역에서도 3개 언어를 요구하는 회사가 증가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는 청년들의 외국어 열정에 불을 붙인다.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된 느낌이다. 상황이 이런데 각 대학에서 전공 또는 교양과목으로 개설해 운영하는 외국어 강좌의 수준은 기본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다. 중∙고급 이상의 외국어로 자유로운 커뮤니케이션을 원하는 학생들이 많아 사설 어학당을 구상한 것이다. 실제로 높은 수준의 언어 활용을 원하는 학생들의 등록이 이어지고 있다.”

-대표님의 이력이 궁금하다. 한국어는 언제 익혔나.

“대학에서 한국어를 전공했다. 체계적인 학습 과정에 대한 필요성을 느낀 것도 전공자였기 때문이다. 대학 졸업 후 대학원에서 한국어 교육으로 석사까지 마쳤다. 이후 약 7년 동안 현장에서 학생들을 교육했는데, 단순한 호기심으로 시작해서 topic고급 과정까지 이른 학생들을 많이 만났다. 오랜 기간 학생을 지도해오면서 ‘언어에는 생명력이 있다’는 점을 깨달았다. 일반 공교육 기관의 언어 교육 과정이 정체돼 있는 반면 사설 어학당의 언어 교육 체계는 변화에 민감한 생명력을 담고 있는 과정이다. 이 점을 어학당 창업에 가장 매력적인 부분으로 느껴다. 낡은 교육 과정에서 벗어나 가장 최신의 교육을 공유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그 교육 과정을 선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었다.”

글로벌 어학당 ‘HORIZON’의 20대 CEO 유지리 원장(오른쪽)의 모습. ‘HORIZON’은 첫 개원 이후 약 3년 만에 총 3곳에 달하는 대형 어학당을 운영 중이다.

-설립 3년 만에 3곳의 어학당을 설립했는데?

“지역 조사를 하는 것에 오랜 시간을 투자했다. 후난성 성도 창사 북쪽 지역인 씽샤(星沙)에는 지금껏 다국적 언어 교육을 할 수 있는 대형 어학당이 설립된 적이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후 창업을 위해 먼저 창사사범대학교(长沙师范学院)에서 제1학원 문을 열었고, 그 이듬해 창사 남쪽 지역인 중난임업과기대학교(中南林业科技大学) 앞에 제2학원알 개설해 운영 중이다. 올해 3월에는 창사 서쪽 지역인 후난섭외대학교(湖南涉外学院)에서 제3학원을 개원했다. 운이 좋았던 덕분에, 창업을 함께할 한국, 일본, 프랑스, 독일, 미국 등의 다양한 국가에서 온 유학생 출신의 강사들을 모을 수 있었다. 현재 학원 강사진의 일부는 중국인이고 일부는 외국 국적의 외국인 강사다. 초급 과정의 학생에게는 중국인 강사가, 중고급 이상의 강좌에는 외국인 강사가 수업을 담당하고 있다.”

-초기 창업 투자 비용 및 준비 기간은 어느 정도였나.
“시장조사와 지역 조사, 학원 위치 선정, 동업자 찾기까지 총 6개월 정도 소요됐다. 총비용은 200만 위안(한화 약 3억2700만원)으로 투자자와 동업자를 찾아 그들로부터 충당할 수 있었다. 투자비용이 꽤 있었던 편인데, 수익적인 면에서 점점 안정을 찾고 있기 때문에 올해 말부터는 본격적인 이윤 회수가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언어 교육뿐만 아니라 각 나라의 다양한 문화를 학습할 수 있는 체험 교육도 진행된다.

-처음 창업을 고민했을 때 가장 어려웠던 점이나 고민됐던 점이 있었다면?

“제일 고민된 점은 바로 마케팅이다. 많은 학생들에게 알리고 좋은 학생을 모집하고 싶었다. 사실 그 고민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 일환으로 최근 주말에는 인근 대학에서 무료로 각 언어별 체험 특강을 진행해오고 있다. 매 특강마다 200~300명에 달하는 학생이 모인다는 점에서 마케팅으로 좋은 결과를 얻고 있다고 본다.”

-여러 가지 언어 코스가 있다고 알고 있는데, 가장 인기가 많은 언어는 무엇인가?
“전체적으론 일본어, 독일어, 한국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순이다. 가장 최근에 문을 연 제3학원의 경우에는 전체 수강생(200명) 가운데 한국어를 선택한 학생 수가 두 번째로 많다. 사실 사드 문제가 터지면서 한국어 열기가 주춤하고 있지만, 곧 회복될 것으로 믿는다.”

-마지막으로, 한국의 예비 창업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은?
“가장 명료한 해답은 막연한 기대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현재 시장을 합리적으로 인식해야 하고, 마케팅, 운영에 대한 정확한 비전이 필요하다. 그리고 자신이 판매할 물건이나 서비스에 대한 스스로의 확신과 자신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내 회사’이기 때문에 애사심은 저절로 생길 것이다.(웃음)”

필자소개
제인린(Jane lin)

여의도에서의 정치부 기자 생활을 청산하고 무작정 중국행. 새삶을 시작한지 무려 5년 째다. 지금은 중국의 모 대학 캠퍼스에서 학생들을 만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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