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사람들은 모르는 스타트업 문화
스타트업 직무역량 강화 프로그램①
보통 사람들은 모르는 스타트업 문화
2019.11.04 18:49 by 이창희

지난 1일 서울 공덕동 서울창업허브에서는 서울산업진흥원(sba)·서울창업허브 주최, 경영컨설팅 전문기업 위캠(WECAM, 대표 김세호) 주관으로 ‘스타트업 직무역량 강화 프로그램’ 교육이 실시됐다. ‘스타트업 초보’를 위해 마련된, 기초적이면서도 알찬 강의 내용을 더퍼스트미디어가 세 편으로 나눠 상세히 전한다.

스타트업은 전통적인 개념의 기업과는 많은 부분에서 다른 모습을 갖추고 있다. 상대적으로 직원 수가 적고 근무 환경이 열악하지만, 또 어떤 면에서는 자유롭고 유연하며 활기찬 구석이 있다. 자연히 독특한 고유의 문화가 형성됐다. 스타트업에서 일하고 싶거나 발을 들인 지 얼마 되지 않은 이들이라면 여기에 적응하는 것이 첫 번째 관문일 것이다.

 

스타트업 직무역량 강화 프로그램.(사진: 위캠)
스타트업 직무역량 강화 프로그램.(사진: 위캠)

 

┃뭐가 어떻게 얼마나 다를까

이날 첫 강연인 ‘스타트업 문화의 이해’를 맡은 서용진 의식주컴퍼니 이사는 한솔로지스틱스와 한진드림익스프레스 등 굴지의 물류 대기업을 거친 스타트업 CEO다. 그는 대기업에서 체득한 조직문화와 스타트업을 경영하면서 깨달은 점들을 버무려 강의에 녹여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스타트업의 키워드는 3가지로 표현할 수 있다. 그것은 바로 ‘더 적은 인원으로’, ‘더 빠르게’, ‘더 많은 일을’이다. 대기업에서는 주 40시간, 연장근무까지 합쳐도 52시간을 넘게 일할 수 없다. 그것도 자신이 소속된 부서에서 맡은 일만 수행하는 게 보통이다.

반면 스타트업에 그런 제한이나 구분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직급과 직위는 존재하지만 그 경계선은 옅다. 협업이든 분업이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해내야 할 일이 산더미다. 그리고 늘 시간 부족과 인력난에 시달린다.

“처음 창업한 직후엔 정말 힘들었습니다. 인사·총무·재무·회계까지 혼자 다 하느라 주 100시간을 넘게 일했죠. 그렇게 1년을 보내고 나니 모든 업무에 통달하게 되더군요. 나중에는 직원들이 하나 둘 떠나도 크게 무리가 없을 정도였습니다.”(서용진 이사)

그렇다 보니 결재 시스템 또한 개성이 뚜렷하다. 대기업은 ‘품의-수정-합의-수정-결재’가 기본 사이클인데, 상황에 따라 ‘반려’와 ‘재품의’의 과정이 추가·반복된 끝에 최종 결재가 이뤄진다. 기업 특징에 따라 다를 뿐, 기본적인 흐름은 대동소이하다. 오랜 기간 보완·수정을 거쳐 자리 잡은 시스템이기 때문에 일목요연하고 구성원 누구나 적응하기 쉽다는 장점이 있다.

 

서용진 의식주컴퍼니 이사.(사진: 위캠)
서용진 의식주컴퍼니 이사.(사진: 위캠)

하지만 스타트업은 품의의 개념 자체가 모호하다. 대표 혹은 담당자의 의사결정에 따라 이뤄지며, 아니다 싶으면 언제라도 변동이 자유롭다. 정해진 규칙 아래 철저하게 문서화하는 대기업과 달리 스타트업은 오늘과 내일이 다를 가능성이 크다. 체계가 확고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지만, 변화의 빈도가 잦고 폭이 큰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유연함이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서 이사는 “이는 사업의 규모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대기업 차원의 신사업과 달리 스타트업의 프로젝트는 목적 달성까지의 과정이 비교적 간소하기 때문에 복잡한 절차가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유 문화가 필요한 이유

치열함과 여유로움이 공존하고 사회적 문제 해결에 유독 관심이 많은 것은 스타트업이 갖고 있는 그들만의 문화다. 이는 누가 억지로 주입한 것이 아니라, 이들의 발전 과정에서 자연스레 정착된 것이다. 그리고 이 같은 문화는 매우 중요하다. 서 이사가 제시한 다음의 예시를 보자.

미국 비누공장에서 포장기계 오작동으로 가끔씩 비누가 안 들어간 빈 케이스가 발생함. 경영진이 외부 컨설팅을 받아 X-Ray 투시기를 공정에 추가하기로 결정함.
※컨설팅 비용 : 10만 달러, X-Ray 투시기: 50만 달러, 인건비 : 매년 5만 달러.

그런데 X-Ray 투시기를 주문하고 기다리는 동안 갑자기 불량률이 제로가 됨. 원인을 알아보니 최근 새로 입사한 직원이 집에서 선풍기를 가져와 빈 케이스를 모두 날려 보내고 있었음.
※선풍기 : 50달러.

이제는 어지간한 사람들은 모두 알고 있는 이야기다. 우리 모두는 신입사원의 재치가 수십만 달러의 비용을 절감시킨 흥미로운 사례로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서 이사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폐쇄적이고 수직적인 문화를 가진 기업이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입니다. ‘뭐 하러 선풍기를 가져오느냐’는 이야기부터 들었겠죠. 하지만 저곳은 일개 직원이 공정 라인에 자기 마음대로 선풍기를 가져다 놓을 수 있는 회사였다는 것입니다. 혁신은 그런 문화가 통용될 수 있는 곳에서 기대할 수 있습니다.”(서용진 이사)

혁신을 쫓는 움직임은 여러 스타트업의 많은 시도에서 찾아볼 수 있다. 기본적으로 탄력근무제를 매우 유연하게 운용하는 곳이 많으며, 간혹 정시 출퇴근을 강요하는 회사라도 주로 ‘야근 방지’를 목적으로 한다. 4.5일 근무제, 다양한 방식의 식사 등도 마찬가지. 직원이 자기 책상을 예쁘게 꾸미는 것으로 인사고과를 매기는 곳도 있다. 대기업의 키워드가 ‘성실·야근·노력’이라면, 스타트업의 그것은 ‘자기시간·고민·여유’다.

 

스타트업의 키워드는 자기시간, 고민, 그리고 여유.(사진: 위캠)
스타트업의 키워드는 자기시간, 고민, 그리고 여유.(사진: 위캠)

 

┃스타트업이 원하는 인간상

이상의 내용을 종합한 결과로 서 이사가 제시한 스타트업의 인간상은 ‘문제 해결에 관심이 있거나’, ‘대기업이 갑갑해서 견딜 수 없거나’, ‘여러 가지 면에서 개인적인 여유가 있거나’, ‘하나에 빠지면 끝 보는 것을 좋아하거나’ 등등이다. 도전에 비해 실패율이 높고 그 과정에서 학습해야 하는 스타트업의 특성상 지나치게 절박한 상황의 사람은 어울리지 않는다.

동시에 서 이사는 스타트업에 입문하기 전에 자신의 관심 혹은 관련 분야에서 일을 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가능하다면 100명 이상의 조직에 근무해보는 것이 좋고, 동종업계 모임에 자주 참여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뛰어난 기억력과 문서 능력을 기르기 위한 노력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다. 하지만 모든 것에 앞서 그가 가장 강조하는 것은 바른 가치관과 정직이다. 도덕성 때문이 아니라, 빠른 판단을 내려야 할 때 의외로 가장 좋은 기준이 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어느 한 분야의 전문가보다는 여러 분야에서 두루 소화력이 좋은 ‘제너럴리스트’가 스타트업에 어울립니다. 자유로움에 익숙하면서도 집중도 있게 일할 수 있고 누구와도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다면 금상첨화죠.”(서용진 이사)

 

 

필자소개
이창희

부(不)편집장입니다. 편집을 맡지 않았고 편집증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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