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에 쏙쏙 박히는 피칭의 비밀
신호를 주라, 강조하라, 반복하라
귀에 쏙쏙 박히는 피칭의 비밀
2019.12.17 16:52 by 김민주

그 옛날 중·고등학교 때 교장선생님 훈화 말씀이 끝나면 공허함만이 남았다. 분명 무언가 들은 것 같은데 ‘그래서 뭘 해야 한다는 거지?’, ‘뭐가 핵심인거지?’ 싶은 설교. 화자의 의도는 전달되지 않은 채 청자 입장에서 무의미하게 흘러가는 지루한 5분은 어린 나이에 참기 어려운 것이었다.

요즘 이 경험을 스타트업 피칭 현장에서 종종 겪고 있다. 5분 피칭이 끝나도 해당 기업의 키 메시지(key-message), 전달하고자 하는 고객 가치가 무엇인지 종잡을 수 없는 경우가 바로 그것이다. 기존의 문제를 깨고 세상에 처음 선보이는 아이템인 경우, 응당 청중에게는 개념 하나하나가 생소하다. 그만큼 더욱 명확하게 메시지를 전달해야하지만 현장에서는 그 방법을 몰라 중구난방 슬라이드 내용을 설명하는 상황을 꽤 여러 번 접하곤 한다.

 

잘 듣기는 했는데, 뭘 말한 거죠?
잘 듣기는 했는데, 뭘 말한 거죠?

분명 각 기업마다 전하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 즉 키 메시지가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를 청중의 머릿속에 강하게 각인시켜보자. 여기에는 두 가지 방향이 있다. 우선 이야기 흐름, 즉 스토리 측면에서 매만져주는 방법과 스피치 측면에서 전달력을 높여주는 방법이다. 스토리 측면의 스킬은 차후에 설명하기로 하고, 오늘은 스피치 측면에서 3가지 스킬을 짚고자 한다. 어느 부분이 중요한지, 나의 핵심 멘트에 밑줄 긋거나 형광펜으로 강조하는 것 같은 방법에는 크게 세 가지가 있다.

 

1. 강조하라 : 크게, 작게, 천천히, 빠르게, 잠시 멈춤.

모노톤(mono-tone)의 단조로운 목소리로 성량, 톤, 속도 변화 없이 ASMR을 만들어내는 발표는 청중을 몰입시키기 어렵다. 아무리 메시지가 좋다한들 일종의 백색소음같은 목소리로 발표한다면 힘 있게 닿기란 불가능하다. 따라서 중요한 부분에서는 소리의 크기, 또는 톤의 높이를 높여보자. 반대로 문제 상황, 현재의 한계점 등 부정적인 이슈를 말하는 구간에서는 성량과 톤을 반으로 낮춰 직관적으로 ‘좋지 않다’는 느낌을 전달해보자.

더불어 마치 메트로놈에 맞춰 발표하듯 정박자로 발표할 경우, 5분을 넘어 7분, 10분으로 늘어나는 긴 발표 상황에서는 지루함을 불러오기 십상이다. 이때 언급은 해야 하나 다소 중요도가 떨어지는 문장이 있다면 조금 빠르게, 중요한 단어는 조금 천천히 한 글자 한 글자 짚어가며 발표해보자. 더 나아가 정말 중요한 메시지 앞에서는 잠시 숨을 고르고 멈춰보자. 포즈(pause·잠깐 멈춤)를 통해 집중도를 새롭게 이끌어내고, 이어지는 다음 문장에 힘을 더 실을 수 있다. 속도의 변주를 담아낸 발표는 실로 매력적이기까지 하다. 힙합에서 엇박을 타며 박자를 가지고 노는 노래가 훨씬 더 매력적인 것처럼.

 

“지금 이 대목이 가장 중요하다고요!”
“지금 이 대목이 가장 중요하다고요!”

2. 신호를 주라 : 시그널 멘트

위의 강조법이 어렵다 느껴진다면, 시그널(signal) 멘트 활용을 추천한다. 청중의 머릿속에 해당 구간이 갖는 중요도를 알려주자. “지금까지 여러 내용을 설명해드렸으나 결국, 핵심은 바로 이 부분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차별화되는 지점은 바로 이 기능입니다.”와 같이 명확한 멘트로 신호를 주는 것이다. 학창시절에도 “이 부분은 시험에 꼭 나온다, 중요해!”라고 선생님이 말씀하신 내용이 더 기억에 남지 않았던가. 특히 발표 전달력이 다소 떨어지는 발표자의 경우 이 시그널 멘트 전략은 멘트 추가만으로도 가볍게 활용할 수 있어 초보자에게 유용하다.

 

3. 반복하라 : 중요하다면 두 번, 세 번.

“한 번 말했으니 충분하겠지, 당연히 중요성을 알아챘겠지”하고 넘어간다면 오산이다. 적어도 세 번은 반복하자. 핵심 메시지를 하나의 키워드, 슬로건 형태로 만들어 중간 중간 반복하면 어떨까. 슬로건으로 짧게 정리한 만큼 청중의 귀에 더 강하게 꽂힐 것이다. 새벽배송을 강조하는 M모 회사의 30초 광고만 보더라도 ‘새벽배송’이라는 단어는 총 7번, 모델인 배우 전지현 씨가 “새벽배송은 M사”라고 이야기하는 구간 역시 총 3번 나온다. 즉 10초에 한 번꼴로 노출되는 셈이다. 단순히 광고에서의 효과를 뛰어넘어 피칭에서도 마찬가지다. 반복하면 각인된다.

 

“반복하면, 각인된다.”
“반복하면, 각인된다.”

핵심 메시지를 넘어 전방위적으로 강조해야 할 또 한 가지, 바로 회사 이름 또는 솔루션이 되는 제품·서비스 이름이다. 특히 고객 접점에 가깝게 맞닿아 있는 아이템일수록 피칭에서 네이밍 반복은 필수다. 보통 피칭 도입부에서 “안녕하십니까. 디테일러의 대표 김민주입니다. 발표를 시작하겠습니다.”라고 한 번 언급한 후 끝까지 ‘이 제품은’ ‘이 서비스는’이라는 말로 자신의 브랜드명을 애써 가리는 발표자들이 많다. “우리 디테일러는~”, “경쟁사에 비해 우리 디테일러의 특징은~” 등으로 이름을 반복해 말하는 습관을 기르자.

오늘은 자신의 멘트에 밑줄을 그어 돋보이게 하는 방법들을 알아봤다. 하지만 이러한 스킬을 익히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보다 먼저 나의 아이템에서 어떤 부분이 중요한지, 어디에 밑줄을 그어 전달할 것인지를 제대로 파악하는 일이다. 나의 아이템과 피칭덱을 제대로 들여다볼수록 밑줄을 그어야 할 부분이 명확하게 보인다는 점. 부디 다음번 피칭에서는 우리가 당신의 메시지를 한 번에 이해할 수 있길 바라며.

 

필자소개
김민주

스타트업의 스토리가 묻어나는, 엣지(edge)있는 피칭을 위해 함께 고민합니다. 매력적인 피칭에는 디테일이 있어야 한다는 모토로, IR 피칭 컨설팅 회사 ‘디테일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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