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를 위한 한국은 없다
모빌리티를 위한 한국은 없다
2019.12.17 18:58 by 이창희

차량공유서비스 ‘타다’를 둘러싼 위법 논란은 끝내 법정까지 가고야 말았다. 결국 법의 심판에 따라 위법 여부가 가려지게 됐다. 하지만 이와 별개로 한국 모빌리티의 미래는 갈수록 어두워지는 중이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4차산업시대의 신 산업을 가로막는 건 다름 아닌 정부와 정치권이다. 이들은 논란을 중재하지도, 새로운 변화에 적응하지도, 그리고 기존 플레이어를 보호하지도 못했다. 무엇보다도 이 과정에서 소비자들은 시장 논리가 아닌 정치적 논리에 의해 철저히 배제되고 있다.

 

한국의 모빌리티 산업은 규제라는 빨간불에 가로막혀 있다.
한국의 모빌리티 산업은 규제라는 빨간불에 가로막혀 있다.

┃타다 논란, 어디까지 왔나

타다의 ‘유사 택시’ 논란에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가 처음 개입한 것은 올해 7월이다. ‘혁신성장과 상생발전을 위한 택시제도 개편방안’을 통해 타다와 같은 플랫폼 사업자의 운송 사업을 허가하면서 동시에 수익의 일부를 사회적 기여금으로 납부하도록 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하지만 이는 사실상 타다 측이 택시 면허를 매입하게 되는 구조로, 정부와 지자체가 감당해야 할 감차 비용을 떠안게 되는 셈이었다. 이에 타다는 즉각 반발하면서 서비스의 전국적 확대를 예고했다. 타다 운영사인 VCNC의 박재욱 대표는 “우리가 택시 면허를 샀다가 잘못돼 망하면 국가가 면허권을 다시 사줄 것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타다와 국토부의 힘겨루기는 국토부의 승리로 끝났다.(사진: VCNC, 국토부)
타다와 국토부의 힘겨루기는 사실상 끝났다.(사진: VCNC, 국토부)

그러자 국토부는 타다 서비스의 근거가 되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령을 개정해 예외적인 허용 범위를 명확히 규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공세를 폈다. 타다의 서비스 자체를 일순간 불법으로 만들겠다는 국토부의 엄포였다.

결국 여기에 택시업계의 대규모 집회가 이어지고, ‘타다 금지법’으로 불리는 여객운수사업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발의됐다. 검찰은 타다 측을 기어이 법정으로 불러 세웠다. 첫 공판이 지난 2일 열렸지만 공유경제 서비스가 사회에 가져올 수 있는 긍정적인 면을 강조한 타다보다 법의 원칙을 내세운 검찰의 공세가 더 강력해 보인다. 재판 결과에 따라 갈릴 차량 공유서비스 업체들과 한국 모빌리티의 운명은 바람 앞의 촛불과도 같은 상황이다.

 

┃‘소비자 패싱’은 내년 4월까지

지금까지의 상황으로 분명하게 드러난 것은 모빌리티 산업에 대한 국토부의 구상이 ‘택시 감차’에 맞춰져 있다는 사실이다. 택시 수를 줄이는 만큼만 플랫폼 사업자의 진입을 허용한다는 기조는 변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과 업계 관계자들은 이 같은 국토부 정책이 근본적인 대안이 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자율주행 기술의 활성화가 시간문제인 상황에서 타다와 같은 플랫폼 사업자를 막는 것이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소비자들은 날이 갈수록 타다에 우호적으로 마음이 기우는 반면 택시에 대한 반감은 커지고 있다. 타다 이용 가격이 더 비싸지만 훨씬 더 쾌적한 이용 환경과 친절한 서비스에 지갑을 여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비용을 더 지불해서라도 더 좋은 서비스를 찾는 것이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는 것을 증명하는 대목이다.

직접적인 행동에 나서는 적극적인 소비자들도 있다. 지난 10일부터 15일까지 타다 이용자 및 운전기사 대상 서명 결과에 따르면 7만7000명 이상의 소비자와 1500명 이상의 타다 드라이버가 타다 금지법 반대 서명에 참여했다. 타다를 합법화해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도 올라오기 시작했다.

 

타다 합법화를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사진: 청와대)
타다 합법화를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사진: 청와대)

그럼에도 이 과정에서 소비자들은 철저히 외면당하고 있다. 국민적 여론 수렴 과정이 절실한 상황임에도 국토부나 정치권은 아무런 시도도 않은 채 택시업계의 눈치만 살피는 모습이다.

이유는 자명하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정부와 정치권은 ‘표’를 한창 의식할 시점이다. 택시업계의 100만표는 사실상 고정된 표심이지만, 타다를 지지하는 소비자들은 머릿수가 훨씬 많아도 결집력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와 같은 국면은 앞으로 최소 5개월 동안 바뀌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차량공유 서비스 업체의 한 관계자는 “타다 서비스의 혁신성 여부와 정부·정치권이 이를 무작정 탄압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며 “위정자들이 모빌리티 산업 자체에 대한 이해도가 있기나 한 건지 의문스럽다”고 개탄했다.

 

┃같은 서비스도 해외에선 탄탄대로

결국 국내 모빌리티 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투자 등의 ‘돈줄’이 마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차량공유 서비스가 언제든 위법으로 판명될 수 있고 관련 규제가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이는 너무도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실제로 타다는 올해 내내 논란에 시달리면서 300억원 이상의 적자를 기록했다. 렌터카 기반 모빌리티 서비스인 ‘차차’는 타다 금지법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를 통과하면서 15억원 규모의 크라우드펀딩과 5억원의 투자가 한순간에 날아갔다. 투자자들은 위험성이 높은 국내 대신 인도와 동남아시아 등지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이처럼 모빌리티 산업이 억압과 규제에 억눌려 있는 이 시각에도 해외에서는 같은 유형의 서비스가 빠르게 성장 중이다. 글로벌 차량공유 기업 우버는 첨단기술을 가진 스타트업을 차례로 인수하면서 자율주행 시대에 대비하고 있다.

 

규제 없는 해외에서 승승장구 중인 그랩과 엠블랩스의 타다.(사진: 그랩, 엠블랩스)
규제 없는 해외에서 승승장구 중인 그랩과 엠블랩스의 타다.(사진: 그랩, 엠블랩스)

동남아의 ‘그랩’은 차량 공유 서비스를 기반으로 구축한 빅데이터를 활용해 음식 배달과 핀테크 분야까지 진출했다. 블록체인 기반 모빌리티 스타트업 엠블랩스가 동남아에서 운영하는 또 다른 ‘타다’는 최근 56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으며, 싱가포르·베트남·캄보디아에서 약 50만명의 이용자와 6만명의 드라이버를 갖추고 있다.

이와 관련해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는 “모빌리티 산업에서 우리는 본격적인 출발도 하지 못했다”며 “언젠가 제도가 풀렸을 때 이미 자본을 축적한 대기업이나 해외 기업의 시장 장악 우려가 큰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필자소개
이창희

부(不)편집장입니다. 편집을 맡지 않았으며 편집증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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