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과 동행, ‘학교법인일송학원’의 48년史_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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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해주고 가르쳐주고’ 바다 건넌 나눔이 만든 기적
나눔과 동행, ‘학교법인일송학원’의 48년史_②
2019.12.30 17:58 by 이창희

한강 이남 최초의 민간 종합병원, 1971년 한강성심병원의 설립은 대한민국 의료계의 새 지평을 열었다. 그간 의료의 사각지대에 존재하던, 형편이 넉넉지 않던 수많은 환자들은 이곳에서 건강을 되찾을 수 있었다. 그렇게 25년이 흐른 1996년, 일송학원은 사반세기 동안 축적된 의료 기술을 토대로 해외로 눈을 돌린다. 봉사라는 행위가 더 이상 국경이나 민족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판단 하에 해외 의료봉사라는 새로운 길에 들어서게 된 것이다.

 

1996년 첫 해외의료봉사를 위해 피지로 떠나는 봉사단원들.
1996년 첫 해외의료봉사를 위해 피지로 떠나는 봉사단원들.

┃1996년 남태평양 피지 해외 첫 무료진료

길고 깊은 논의 끝에 선정된 첫 행선지는 남태평양의 섬나라 ‘피지’였다. 당시 의료가 열악했던 방글라데시·네팔·파키스탄 같은 동남아 국가들이 먼저 물망에 올랐지만 다른 국가와 기관에서 이미 원조와 봉사가 활발했기 때문에 제외했다. 또한 피지가 관광지라는 인식과는 달리 원주민들의 주거지역으로 들어가면 너무도 열악한 현실이라는 점을 적극 고려해 내린 판단이었다.

모든 결정이 마무리되고 봉사활동 준비에 한창이었던 5월, 때마침 피지 라키라키 지역에 병원을 건립 중이던 한국국제협력단(KOICA)에서 의료 지원을 요청해왔다. 또한 서울에서 열린 세계보건기구(WHO) 지역회의에 참석차 방한 중이던 피지 대표단이 한림대학교의료원을 둘러보고 기술 자문을 요청했다.

그렇게 그해 10월 12일, 한림성심병원·춘천성심병원·강동성심병원에서 각기 파견된 10명의 해외의료봉사단이 피지로 떠났다. 이들은 내과·치과·피부과·가정의학과·성형외과 등 다양한 전공의 전문 의료 인력들로 구성됐다.

이들의 목적지였던 라키라키 지역의 상황은 상당히 열악했다. 가장 큰 지역병원은 18병상 규모로, 우리나라 보건소 수준이었다. 현지 의료진의 수가 모자라 어려운 수술 환자는 대개 호주나 뉴질랜드로 보내는 실정이었다.

 

피지에서 진료 중인 봉사단.
피지에서 진료 중인 봉사단.

봉사단은 즉각 진료에 돌입해 많은 환자를 돌봤고, 급한 불을 끈 뒤인 10월 18일에는 비타와 시골 마을을 찾아가 방문 진료를 실시했다. 마을뿐만 아니라 학교에서도 환자들을 만났다. 짧은 기간 동안 모든 환자를 볼 수 없었기 때문에 봉사단은 효율적으로 움직여야 했다. 10명 중 4명의 인력은 수바 지역의 CWM 국립병원으로 이동해 현지 의사들과 협진을 실시하고, 강연 등 교육 활동까지 도맡았다.

“더 늦기 전에 우리의 눈을 더 넓은 세상으로 돌려야 할 때가 됐다고 느꼈다. 피지에서의 활동이 그러한 든든한 출발선이 됐다고 확신한다.”(윤현숙 피지의료봉사단장)

 

┃2005년 남아시아 지진해일 피해복구 환자 진료

2004년 크리스마스 직후인 12월 26일, 전 세계는 충격에 빠졌다.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 서부 해안에 역사상 최대 규모의 쓰나미가 몰아닥친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고, 적지 않은 마을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남아시아 21개 나라가 크고 작은 영향을 받았다.

국제사회의 원조가 시작됐다. 학교법인일송학원도 구호단체인 월드비전과 손잡고 의료봉사활동을 준비했다. 그렇게 사고 발생 열흘 만인 2005년 1월 6일, 긴급 구성된 의료지원단이 스리랑카로 향했다. 이들이 향한 스리랑카 트리코말리는 피해가 가장 컸던 곳 중 하나였지만, 반군 세력의 통치 속에 정부의 행정력이 닿지 않아 구호품이나 의료 지원이 전무했다.

 

스리랑카 주민들과 의료진들.
스리랑카 주민들과 의료진들.

지원단은 현지 이재민 캠프에 도착하자마자 임시진료소를 설치하고 진료에 돌입했다. 많은 환자들이 호흡기 질환과 외상으로 인한 감염에 시달리고 있었다. 여기에 쓰나미로 인한 정신적 피해까지 입어 진료가 쉽지 않아 의료진은 거의 매일 밤을 새다시피 하며 환자를 돌봐야 했다.

최악의 여건에서 최악의 환자들을 만나야 했지만 지원단은 열흘 동안 2000명이 넘는 환자를 진료하는 성과를 거뒀다. 무엇보다도 세계 각국의 지원이 인도네시아 등 주요 국가에만 집중된 반면 스리랑카에서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의료봉사활동을 벌인 나라는 한국뿐이었다.

 

┃2007년 KOICA와 국제협력 사업

한국국제협력단(KOICA)은 2000년대 중반부터 공적 개발원조 사업의 방향을 의료와 교육 부문으로 확대했다. 그리고 오랜 기간 전쟁에 시달린 이라크 전후 복구에도 의료팀을 파견할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국내 어떤 의료진도 섣불리 참여 의사를 나타내지 못했다. 그만큼 이라크는 위험한 곳이었다. 이라크 전쟁은 끝났지만 여전히 곳곳에서 크고 작은 내전이 이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한림대학교의료원이 다시 나서게 됐다. 파견 직원의 안전 보장을 최우선 조건으로 윤대원 이사장이 결단을 내렸다. 이들은 바그다드 외상센터 건립과 나자프 지역의 이동응급진료 수행이라는 2가지 프로젝트를 맡게 됐다.

“솔직히 병원 입장에서는 손실이 큽니다. 실비 외엔 지원이 전무하고 보상도 없죠. 그렇지만 경영자의 결단과 의지 때문에 결국 참여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기왕 하는 거 제대로 적극적으로 해보자는 마음으로요.”(윤호윤 학교법인일송학원 인사국장)

 

이라크 현지 이동진료팀 버스.
이라크 현지 이동진료팀 버스.

그렇게 구성된 국제협력 의료봉사단은 2007년 7월 18일 이라크 인접 국가인 요르단으로 날아가 이라크 보건부 담당자들을 만났다. 그런데 이들은 외상센터 대신 화상센터 건립으로 요청을 변경했다. 봉사단은 갑작스런 요청에 당황했지만, 현지에서 부랴부랴 계획을 재설계했고 최종안을 도출해냈다.

이동진료팀 프로젝트의 경우 15대의 버스를 개조하는 쪽으로 아이디어가 모아졌다. 각기 다른 목적으로 설계된 버스들이 한 곳에 모이면 종합병원 못지않은 힘을 발휘했다. 결국 기대 이상의 성과에 이라크 정부는 국가재건 사업의 보건 분야 협력 파트너로 한림대학교의료원을 선정했다.

 

┃낙후국 인력 초청 의료연수 진행으로 인프라 구축까지

한림대학교의료원은 남태평양과 남아시아, 중동, 남미, 그리고 아프리카까지 해외의료봉사를 이어왔다. 하지만 여전히 지구촌은 넓고 환자는 많았다. 단기적인 의료봉사 외에 근본적인 의료 인프라 확충이 필요했다.

이에 의료원은 의료 서비스가 낙후된 국가들을 대상으로 현지 의료인력을 초청해 연수를 실시하는 사업도 병행했다. 2007년 11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이라크 의료진 12명을 한국으로 초청해 ‘화상센터 운영자 양성 과정’과 ‘이동진료센터 운영자 양성 과정’을 교육했다. 같은 해 4월에는 나자프 지역 연수단원 20명이 한국을 찾아 같은 과정의 교육을 받았다.

 

베트남 의료단 초청 연수.
베트남 의료단 초청 연수.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 남미에서도 한국을 찾아왔다. 파라과이 보건부 직원들과 병원장, 의료진은 2010년 5월부터 6월까지 ‘모자보건센터 운영자 양성 과정’ 연수를 받고 돌아갔다. 2011년 8월에도 찾아온 이들은 의료 기관 운영 및 관리에 대한 매뉴얼 개발을 교육받았다.

2011년 11월부터 2012년 1월까지는 베트남 현지 의사 11명을 국내로 초청해 8주 동안 연수를 실시했다. 특히 한국이 의사와 베트남 의사가 일 대 일로 마치 레지던트 교육처럼 밀착 맞춤형 교육이 이뤄졌다. 또한 의료와 간호뿐만 아니라 병원 행정에 관한 내용도 다뤄졌다.

“한국이 지원해준 최첨단 의료 장비와 선진 기술에 감사한다. 낙후된 베트남 보건의료 분야를 단기간에 끌어올리고 많은 환자들을 치료할 수 있게 됐다.”(레이 비엣 뇨 꽝남성 중앙종합병원 부원장)

 

/사진: 학교법인일송학원

 

필자소개
이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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