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팀원들이 직접 써내려가는 그들만의 발자취. ‘스타트업다이어리’는 내일을 통해 미래를 밝히는 조촐한 사서(史書)다.
“창업 아이템을 고를 땐 제일 먼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것, 가장 관심을 가지는 걸 생각해봐야 해요. 그래야 수많은 난관을 극복할 수 있는 동력이 생깁니다.”
창업 교육에서 들은 말이다. 우린 뭘 잘하고, 뭐에 관심이 있을까? 그저 평범한 20대 젊은이였던 우리 두 사람에겐 이렇다 할 게 없었고, 심지어 공통분모는 더 찾기 힘들었다. 어렵사리 찾아낸 두 사람의 공통점이 바로 ‘강아지를 유달리 좋아한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우리 사업아이템이 정해졌다. 항상 말로만 ‘할까’ ‘말까’를 반복하던 창업이 강아지에 힘입어 실행에 옮겨졌다. 2017년 12월의 일이다.
※ ‘숨탄’은?
2018년 9월 정상훈·김세혁 공동대표가 설립한 반려동물 스타트업. 견사와 입양자를 다이렉트로 잇는 강아지 분양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분양 전 기록을 담은 가이드북이나 생후 모습을 담은 사진 다이어리 같이 특별한 애견용품 키트도 제공하며, 반려견 교육 스타트업인 ‘페디프’와 컬레이버레이션한 교육 및 훈련 프로그램도 갖추고 있다.

강아지를 주제로 꽃피운 대화 속에는 많은 아픔들이 공존했다. 얼마나 많은 강아지들이 ‘공장’이라 불리는 열악한 환경에서 태어나고, 여기저기로 무분별하게 팔려나가는 지. 강아지는 물론, 입양자도 행복할 수 없는 구조. ‘반려(伴侶)’동물이란 말이 무색할 지경이다. ‘이 문제를 해결해보자!’는 게 우리의 첫 구상이었다.
첫 번째 아이디어는 ‘이동’에 관한 것이었다. 애견숍에서 고속버스나, 택배 등으로 입양자에게 이동되면서 병에 걸리거나 심지어 죽는 강아지들이 많은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입양자로선 황망할 노릇. 그래서 비윤리적으로 이동하는 방법이 아닌, 직접 차로 애기 강아지들이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했다. Passenger(승객)을 차용한, 일명 ‘Petssenger’ 프로젝트다. 하지만 스터디를 거듭해보니, 이동 중에 아픈 것보다 이미 아픈 강아지들이 전달되고 있는 게 더 큰 문제였다. 자연스레 ‘그 전 단계를 돌봐야겠는데?’라는 생각으로 옮겨졌다.

그렇게 발전된 두 번째 아이디어는 일명 ‘Pet Search’ 프로젝트였다. ‘입양자에게 좋은 펫숍을 소개할 수 있다면 믿고 입양할 수 있을 테고, 건강한 아이도 만날 수 있지 않을까’라는 복안이었다.
준비를 하면서, 우린 보다 내밀한 분양시장 구조를 파악할 수 있게 됐다. 30군데가 넘는 펫숍을 돌아다니면서 느낀 건, 이는 비단 숍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었다. 숍에서는 입을 모아 “좋은 데서 건강한 아이들을 데려 온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아픈 아이들이 많았고, 어디서 데려오는지 확인하는 것도 힘들었다. 소위 강아지 유통이 강아지공장->경매장->펫숍->입양자의 구조로 되어 있다 보니, 아무리 착실하게 운영되는 펫숍이더라도, 언제든 아픈 강아지가 분양될 수도 있는 시한폭탄과 같은 구조였다.
이 말인즉슨, 시선을 더 앞단으로 당겨야 한다는 얘기다. 우리가 직접 아이가 태어난 곳을 확인하고, 건강한 아이들만을 우리가 직접 분양을 하면 되는 문제다. 기존 유통과정을 거치지 않고, 입양자가 윤리적인 견사에 직접 방문하여 부모 견을 확인하고 강아지 건강까지 체크한 후에 분양을 진행하는 것이 베스트다. ‘그래, 이 세상에 물건 찍어내듯 강아지를 만들어내는 강아지 공장만 있지는 않을 거야. 건강하게 좋은 환경에서 키우고 있는 곳이 대한민국에 단 한 곳이라도 있을 거야!’라는 기대. 그 기대를 어떻게 실현할지, 어떻게 사업적으로 구체화할지는 그 다음 문제였다.

※ 2nd Diary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