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아이템을 제대로 소개하는 방법: ‘비교’와 ‘so-what’
사업 아이템을 제대로 소개하는 방법: ‘비교’와 ‘so-what’
2020.03.04 13:52 by 김민주

① “나는 172cm입니다.” 
② “나는 172cm로, 165cm인 엄마보다 키가 큽니다.”
③ “나는 172cm로, 165cm인 엄마보다 키가 큽니다. 따라서 우리 집 전구 교체부터 맨 위 찬장 청소까지. 위치가 높은 곳의 일들은 제가 맡아 합니다.”

위의 세 문장은 모두 키가 172cm라는 뜻을 전달한다. 그렇다면 동일한 의미를 가진 이들 문장 사이에는 과연 어떤 차이가 숨어있을까? 만약 투자유치를 목적으로 피칭을 앞둔 창업가라면, 아이템 설명 방식에 있어 다음 세 가지 중 어떤 문장 형태를 즐겨 쓰는 것이 좋을까?

 

참 좋은데, 이걸 어떻게 설명한다…
참 좋은데, 이걸 어떻게 설명한다…

| 단순 정보에는 감동이 담길 수 없다
먼저, 첫 번째 문장은 단순한 설명문 형태를 띄고 있다. 평상시 발표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일수록 1번 형태의 문장을 자주 사용하며, 이러한 문장은 다소 불친절하기까지 하다. 화자의 머릿속에는 이 문장을 말하는 기저에 ‘이 숫자를 말하면 당연히 키가 큰 줄 알겠지’라는 셈이 깔려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작 청중이 그가 말하지 않은 뜻까지 추측할 리가 만무하다. 즉, 이 짧은 문장 하나로는 나의 의도, 의미까지 전달하기 어렵다.

피칭 현장에 가보면, 의외로 아이템이 가지고 있는 특징을 그저 사실 명제(fact)만 던지며 무의미한 문장들을 늘어놓는 창업가가 많다. 기술 역시 마찬가지이다. 내재된 기술이 어떤 기술인지 기술 자체만을 설명하며 문장을 나열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러한 단순 설명 방식은 창업가가 아무리 많은 정보를 쏟아낸다 하더라도, 정작 청중은 이것이 지닌 가치가 무엇인지, 얼마나 더 좋은지 파악하기 어렵다. 전혀 가공되지 않고 무의미하게 던져지는 ‘쌩(Raw)’정보에, 청중은 그냥 ‘쌩(ignore)’하기 십상이다.

 

"좋은 정보네요. 물론 뭔지는 잘 모릅니다."
"좋은 정보네요. 물론 뭔지는 잘 모릅니다."

| 직관적이고 파괴력 높은 전달법, 비교
두 번째 문장은 비교 형태다. 피칭 시 상대방에게 아이템에 대한 전달력을 높이는 좋은 문장 형태다. 특히 기존 방식들에 비하여 우리의 아이템이 얼마나 더 좋은지, 어떠한 강점을 가지고 있는지 설명할 때 쉽게 활용할 수 있다. 아래의 문장을 예시로 보자.

“기존에 아날로그식 틀니 제작방식은 두 달 꼬박, 총 47단계를 거쳐야 비로소, 사람의 치아에 장착될 수 있었죠. 하지만 이제 우리는 일주일, 10단계면 충분합니다.”

이 같은 표현만으로도 두 달과 일주일, 47단계와 10단계의 극명한 차이를 나타낼 수 있다. 실제 필드에서는 스파크랩 8기 기업 중 하나인 ‘튜터링’의 발표가 이러한 화법을 잘 활용한 사례로 꼽힌다. 기존의 영어공부 서비스는 앱에 가입한 후 돈을 지불하고, 튜터 배정을 기다리는 등 8번의 과정을 거쳐야 겨우 레슨을 시작할 수 있었으나, 튜터링에서는 가입 후 곧바로 레슨 시작, 2번의 과정이면 충분하다는 메시지를 충실히 전하고 있다. 이러한 비교 구문이 장표의 비주얼, 디자인 측면과 잘 어우러지면 엄청난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다.

 

비교는 높은 소구력을 가진 표현 방식이다.
비교는 높은 소구력을 가진 표현 방식이다.

| 착한 TMI, ‘so-what’을 추가한 문장
세 번째 문장은 so-what을 더한 문장 형태이다. 비교 구문 이후, 이 비교를 통하여 과연 무엇의 혜택이 있는지, 고객의 입장에서 무엇이 좋아지는 것인지, 앞선 비교 문장이 담고 있는 효과, 가치가 무엇인지, so-what을 함께 담아내는 문장 형태를 말한다.

위 3번 문장에서는, 엄마보다 키가 크기 때문에, 이로 인하여 집에서는 어떤 도움을 주고 있는지, so-what을 덧붙였음을 알 수가 있다. 단, 이 경우, 청중이 스크립트 없이 듣는다는 특성상, 문장이 복문 형태로 너무 길게 늘어지는 것은 피하도록 하자. 피칭 자체의 전달력이 떨어질 수 있다.

정리하면, 일반적으로 피칭에서는 투자자에게 투자의 근거가 되는 정보를 계속 주어야 한다는 측면에서 두 번째, 세 번째 문장 형태를 추천할 만하다. 스타트업 특성 상 세상에 없던 아이디어를 내놓는 만큼, 아이템이 가진 효과는 화자인 창업가 자신이 가장 잘 알 것이다. 때문에 비교 문장을 통하여 1차적으로 사실 명제의 강도를 가늠하도록 돕고, 나아가 아이템의 효과, 그 의미를 언급함으로써 청중에게 우리의 가치를 어필해보면 어떨까. 반드시 전해야 할 사항들이 있다면 창업가가 문장 내에서 직접적으로 말해주는 것이 의미 전달을 높이는 데 한층 더 효과적이라는 사실, 꼭 기억하자!

 

필자소개
김민주

스타트업의 스토리가 묻어나는, 엣지(edge)있는 피칭을 위해 함께 고민합니다. 매력적인 피칭에는 디테일이 있어야 한다는 모토로, IR 피칭 컨설팅 회사 ‘디테일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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