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삼키는 코로나19, 실리콘밸리는 지금
미국 삼키는 코로나19, 실리콘밸리는 지금
2020.03.23 17:39 by 이창희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국내 창업 생태계가 악전고투 중이다. 재택근무와 온라인 회의 등 비대면 비즈니스가 활발해지는 가운데, 스타트업의 ‘1번지’이자 ‘요람’인 실리콘밸리에는 급격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 내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이 같은 변화의 속도는 더욱 빨라지는 모양새다.

 

실리콘밸리도 피해갈 수 없었던 코로나19의 습격.
실리콘밸리도 피해갈 수 없었던 코로나19의 습격.

실리콘밸리가 위치한 미국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는 중국·한국·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여러 지역과 교류가 많은 곳이다. 코로나19가 창궐한 지역으로부터의 물자와 인력 유입이 많아 확진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이 지역 경제 인구 중 많은 수가 중국인이고 실리콘밸리에 거점을 둔 글로벌 기업들의 상당수가 중국에 제조공장을 갖고 있다는 점도 영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리콘밸리에서 글로벌 테크 기업들이 밀집해있는 산타클라라 카운티 보건당국은 최근 기업들에게 필수적이지 않은 출장은 취소하도록 요청했다. 지금까지 미국 단일 카운티 내 가장 많은 확진 건수가 발생했기 때문에서다.

나스닥, 다우 존스, S&P 500의 미국 주요 경제지표가 일제히 하락세를 보이면서 주요 기업들이 입고 있는 피해가 극심하다. 페이스북이 270억 달러, 아마존이 430억 달러, 구글이 440억 달러, 마이크로소프트가 580억 달러, 애플이 650억 달러의 손실을 입었으며 5대 우량기업의 시가 총액 손실량은 모두 합쳐서 2300억 달러(약 291조 6400억 원)에 이른다. 데카콘(기업가치 100억달러 이상) 반열에 오르며 크게 성장한 에어비앤비는 올해 계획했던 상장을 사실상 포기했다.

당장 오프라인 행사부터 줄줄이 취소되고 있다. 지난 16일부터 20일까지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기로 예정됐던 세계 최대의 게임 개발자 콘퍼런스(GDC)는 주요 참석 업체인 마이크로소프트, 소니, EA 등이 연이어 불참을 통보하며 결국 행사가 취소됐다.

페이스북은 오는 5월 5일과 6일에 산호세에서 열리는 개발자 회의를 취소하고 비디오 및 기타 콘텐츠를 스트리밍하는 것으로 행사를 대신한다고 밝혔다. 구글은 4월 샌프란시스코 베이지역에서 개최될 예정이었던 글로벌 뉴스 이니셔티브 서밋을 취소하고 클라우드 넥스트(Cloud Next) 회의를 디지털 이벤트로 전환할 예정이다.

 

미국 5대 우량 기업의 시가 총액 변화.(자료: STATISTA)
미국 5대 우량 기업의 시가 총액 변화.(자료: STATISTA)

크고 작은 스타트업들은 더욱 험난해졌다. 숙박·여행·공유경제 등 ‘핫’ 했던 분야의 스타트업들은 소비가 급격히 얼어붙으면서 대량 해고와 파산 위기에 몰렸다. 더 큰 문제는 이들을 주목했던 투자자들의 관심이 빠르게 식고 있다는 점이다. 약속했던 투자 계약이 파기되는 경우도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모두가 맥없이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저마다 비대면 근무 환경을 빠르게 안착시키며 대응에 들어갔다. 트위터는 모든 직원에 대해 재택근무를 권고하는 한편 중요도가 높지 않은 출장 및 행사는 모두 중단했다. 애플·구글·엔비디아 등도 코로나19 확산 지역으로의 출장을 전면 금지시켰다. 대신 재택과 온라인 화상 회의를 통한 근무 및 네트워킹 방식이 자리 잡고 있다.

페이스북·구글 등 주요 IT 기업들은 정부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코로나19 대응에 착수했다. 스마트폰 위치 정보를 활용해 바이러스의 전파 경로를 파악하고 감염을 막는 방안을 강구하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 재정을 관장하는 연방준비제도(Fed) 역시 시장 불안정을 막기 위해 기준금리를 연 1.00~1.25%로 0.50%p 긴급 인하했다. 소비심리를 개선해 시장 유동성을 끌어올리기 위한 조치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실리콘밸리 무역관 관계자는 “중국 의존도가 높은 기업들은 원자재 생산 및 수익성에 영향을 받을 수 있고 올해 상반기 성장이 느리게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도 “실리콘밸리의 글로벌 기업들은 최근 현금성 자산을 끌어올려 세계 경제의 위기에 대비하고 있고 경기 침체를 대비해 확보한 현금을 연구 개발비에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다”며 “여전히 많은 투자자들이 이러한 실리콘밸리 IT 기업들의 가치가 상승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필자소개
이창희

부(不)편집장입니다. 편집을 맡지 않았고 편집증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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