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의 ‘스타트업 로드’, 그 최종 목적지는
박원순의 ‘스타트업 로드’, 그 최종 목적지는
2020.06.11 15:46 by 이창희

1000만 인구의 수도 서울을 책임지고 있는 박원순 시장의 ‘친(親) 스타트업’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스타트업이 아직은 국가 경제의 주류는 아니지만, 창업 열기가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한 성과를 바탕으로 오는 2020년 차기 대선 준비에 돌입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박원순 서울시장.(사진: 서울시)
박원순 서울시장.(사진: 서울시)

박 시장은 지난 10일 바이오·의료 산업과 핀테크·로봇·드론 등 비대면 산업 성장기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방안이 담긴 포스트 코로나 대비 스타트업 육성전략을 발표했다.

이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경제를 이끌어갈 성장 동력의 핵심을 스타트업으로 본 것이다. 여기에는 1150억원의 성장기 스타트업 전용 펀드 조성과 기술인력 인건비 500억원, 유망 스타트업 100개사 대상 ‘성장 촉진 종합 패키지’ 100억원 등 총 1750억원이 투입된다.

세부적인 계획도 마련됐다. 서울시(115억)와 민간 금융사(1000억원)의 출자로 펀드를 조성해 8월부터 시리즈A 스타트업에 150억원을 먼저 투자한다. 12월에는 시리즈B 스타트업 32곳을 선정해 기업당 30억원씩 투자할 계획이다. 인건비 지원은 2000여개 기업 1만여명을 대상으로 하며, 성장 촉진 종합 패키지는 ‘예비 유니콘’ 100개 업체에 각 1억원씩을 제공한다.

박 시장이 스타트업에 주목한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2016년 강남·송파·용산·마포 등에 2만7606㎡ 규모의 창업 지원 공간을 마련해 400개 가까운 창업팀을 입주시켰고, 각 산업분야별 창업특화 단지를 조성했다. 가락시장의 ‘먹거리 창업센터’, 동대문 ‘홍릉 연구단지’, 창동 ‘서울 아레나’ 등이 그것이다.

이어 올해 1월에는 세계 최대 소비자가전 전시회 ‘CES 2020’이 열린 미국 라스베이거스로 날아가 실리콘밸리의 신성장 분야 유망기업 4개사로부터 총 3억3000만달러(약 4000억원)의 투자를 이끌어냈다.

CES 2020 현장에 ‘디지털 시민시장실’을 시연하고 서울의 스마트기술을 소개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샌프란시스코 실리콘밸리 코트라(KOTRA) 무역관에서 빅데이터 기반 클라우드 키친 운영 전문기업인 TIS와 한인 벤처기업인 빌드블록, 라이언 반도체, 팔로젠 등 4개 기업과 총 2억3000만달러의 투자 유치를 위한 업무협약(MOU)도 맺었다.

이에 따라 빅데이터·인공지능·바이오 등 혁신기업의 사업장과 연구·개발(R&D) 센터가 서울에 세워지게 됐다. TIS는 앞으로 5년간 2억달러를 투자해 서울에 클라우드 키친 54개를 운영하기로 했으며, 이를 위해 연구개발 인력 114명 등 총 417명을 채용할 계획이다.

이는 스타트업 육성과 창업 분위기 확산을 통해 경제 전반을 끌어올리겠다는 박 시장의 중장기적 노림수로 분석된다. 특히 올해 초 코로나19로 인해 침체기가 찾아오면서 이에 대응할 신산업의 필요성이 대두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도 2년이 채 남지 않은 대선에 도전할 것이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뚜렷한 업적을 만들기 위함이라는 시각도 있다. 실제로 서울시장 3연임 째인 박 시장은 이번 임기가 마지막이기 때문에 대외적으로 어필할 성과가 필요하다는 평가다.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이 같은 박 시장의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관 주도의 스타트업 성장 전략에 대해 우려와 환영의 목소리가 함께 나온다. 서울 소재의 한 스타트업 대표는 “장기적 안목에서 이뤄져야 하는 정책인데 전시용으로 소모되는 것이 아닐지 걱정된다”며 “큰 규모의 예산이 투입되는 정책이 실패하면 업계에 미치는 후폭풍이 클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한 엑셀러레이터 관계자는 “그래도 지자체와 정치권이 스타트업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는 점은 고무적”이라며 “이를 바탕으로 스타트업에서 성과를 낼 수 있다면 환영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필자소개
이창희

부(不)편집장입니다. 편집을 맡지 않았으며 편집증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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