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발 쇼크…‘혁신’에서 ‘불신’으로 바뀐 공유경제
코로나19발 쇼크…‘혁신’에서 ‘불신’으로 바뀐 공유경제
2020.06.23 12:27 by 이창희

올 초 시작된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전 세계를 휘감으며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정치·경제·사회·문화 모두 사상 초유의 바이러스 앞에서 활력을 상실했다. 경제만 놓고 보면 ‘대면’을 기반으로 하는 산업군의 타격이 특히 극심하다. ‘공유경제’도 그중 하나다. 한 때 ‘세상을 바꿀 아이디어’로 불리며 자본주의의 대안을 제시했던 공유경제지만, 비대면 사회에 직격탄을 맞으며 점점 설 곳이 사라져가는 모양새다. 하지만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는 법. 두려움을 용기로 바꾸면 위기도 기회로 만들 수 있다. 그리고 그 같은 반격의 움직임이 조금씩 엿보이고 있다.

 

잘나가던 공유경제에 급제동이 걸렸다.
잘나가던 공유경제에 급제동이 걸렸다.

┃대면 사라지고 맞닥뜨린 생사의 기로
공유경제 전반이 휘청거리는 이유는 간단하다. 기존의 오프라인을 기반으로 진행되던 대면 비즈니스가 한순간에 자취를 감췄기 때문이다. 타인과 같은 공간에서 무엇을 한다는 것이 터부시되면서 ‘공유’라는 것 자체에 대한 거부와 반발은 일상이 됐다.

글로벌 공유경제 업체들도 마찬가지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세계 각국의 봉쇄 정책이 확산되면서 해외여행과 교류가 급감했고, 이는 관련 매출액 감소로 이어졌다.

세계 최대 승차공유업체 우버는 지난달 초 전체의 14%에 달하는 3700명의 직원을 해고했다. 우버의 서비스 결제액이 전월 대비 83%나 폭락하면서 나온 결정이다. 다라 코스로샤히 CEO는 올해 남은 기간 기본급을 반납했다.

우버에 이어 업계 2위인 리프트도 전체 직원의 17%에 해당하는 982명의 직원을 해고하고 무급휴직 및 급여 삭감을 단행했다. 우버와 리프트의 주가는 2월 중순 이후 각각 30%와 43% 급락했다.

 

위기에 몰린 차량공유 서비스 우버와 리프트.
위기에 몰린 차량공유 서비스 우버와 리프트.(사진:Daniel Dror/Shutterstock.com)

숙박 공유업체 에어비앤비 역시 전체 직원의 25%인 1900명 가량을 집으로 돌려보냈다. 아울러 호텔과 대중교통 부문, 럭셔리 숙박 등 신규 사업도 ‘올 스톱’됐다. 매출이 전년 대비 절반 이하로 급감할 것으로 예측되면서 올해 예정됐던 기업공개(IPO)도 사실상 무산된 상태다.

업무 형태가 원격 근무로 빠르게 전환되면서 공유오피스 업계의 타격도 상당하다. 글로벌 공유오피스 업체인 위워크의 최대 투자사 소프트뱅크는 올해 3월까지의 회계연도 순손실이 9000억엔(약 10조3000억원)에 달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돼도 타인과 공간을 함께 쓰는 위워크의 사업 위축은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코로나19로 드러난 공유경제의 민낯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대두된 공유경제는 자본주의의 대안으로 급부상하며 크게 각광받았다. 2011년 미국의 <타임>지는 ‘세상을 바꿀 수 있는 10가지 아이디어’ 중 하나로 공유경제를 꼽기도 했다. 기존 산업과의 크고 작은 마찰이 있었지만, 서서히 연착륙하며 대세로 자리매김하는 듯 했다. 하지만 코로나19는 그 같은 공든 탑을 한순간에 무너뜨렸다. 특히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으면서 자금줄이 말라버린 것은 결정타다.

공유경제 분야의 ‘큰 손’으로 불리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비전펀드가 투자 중인 88개사 중 15곳이 파산할 것”이라고 밝혔다. 총 규모가 1000억 달러에 달하는 비전펀드는 신산업 투자 비중이 높은데, 계속되는 영업 손실에 이어 고위 임원들이 줄사퇴하며 흔들리고 있는 모양새다.

 

‘큰 손’ 손정의 회장도 공유경제가 닥친 위기 상황을 직시하고 있다.
‘큰 손’ 손정의 회장도 공유경제가 닥친 위기 상황을 직시하고 있다.(사진: glen photo/Shutterstock.com

공유경제 업계가 때 아닌 위기에 처하면서 비로소 본질적인 문제와 한계가 드러났다는 평가도 나온다. 우버는 당초 같은 동선으로 이동하는 승객이 차량을 공유하는 것이 목적이었고, 에어비앤비는 남는 방을 임대해 새로운 숙박 경험을 제공한다는 가치를 내세웠다. 하지만 현재 대다수의 우버 기사들은 전업으로 일을 하고 있어 택시와 다를 바 없어졌고, 에어비앤비 사업자들은 숙박 사업을 위해 일부터 주택을 구입한다. 공유경제 업체들의 수단과 목적이 뒤바뀌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소비자들의 비관적인 인식도 공유경제가 풀어내야 할 숙제로 떠올랐다. CNN은 “공유경제 업체들은 수익성을 확신시키기 위해 고군분투해왔으나 투자자들에게 코로나19 이후 나아갈 방향에 대한 의구심만을 더욱 증폭시켰다”고 꼬집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이 된 상황에서 사람들이 앞으로도 ‘함께’ 쓰는 모험을 할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소비자들이 다른 사람의 손길이 거쳐 간 공유경제 모델을 질병의 매개체로 보기 시작했다”며 “코로나19가 공유경제의 종말을 의미하는 건 아니지만 ‘소유는 과거의 개념’이라는 주장의 근거는 희박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유경제의 본질이 더욱 중요해졌다.
공유경제의 본질이 더욱 중요해졌다.

┃무너진 하늘… 찾아라! 솟아날 구멍
그렇다고 모든 공유경제 업계가 앉아서 당하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나름의 자구책을 마련해 버티는가 하면 오히려 이번 사태를 기회 삼아 재도약을 꾀하는 이들도 엿보인다.

국내 공유오피스 업체인 스파크플러스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입주 문의가 대폭 증가했다. 불황이 길어지면서 고정 지출을 줄이려는 스타트업이 늘고 있는 점에 주목, 철저한 방역과 거리두기 수칙을 통해 안전성을 높인 것이 주효했다.

국내 차량공유 서비스 쏘카 역시 비슷한 경우다. 법인차량의 장기렌트를 통한 고정비용 지출에 대해 부담을 느끼는 기업들이 타깃이다. 이용요금에 차량 대여료, 보험료, 주행 요금이 모두 포함돼 있고 이용한 만큼만 지출하는 점을 적극 어필하고 있다.

당장의 ‘특효약’이 없는 업체들도 방역에 만전을 기하는 동시에 취소 수수료 부담을 완화하거나 파트너사를 위한 피해 보상 정책 등을 통해 장기전에 대응하고 있다. 단기적 성과를 통한 반등이 어렵다고 판단해 버티기에 들어간 셈이다. 우버처럼 승차공유 이용률의 급감을 자사의 음식 주문 서비스인 ‘우버이츠’를 통해 만회할 수 있는 기업들은 그나마 숨 고를 시간이 있는 편이다.

코로나19가 오히려 호재가 된 사례도 없지 않다. 중국의 대표적인 차량 공유 서비스인 디디추싱은 펜데믹 시기에 오히려 공유 자전거 부분 매출이 크게 늘었다. 사람들이 많이 타는 버스나 지하철보다 자전거를 이용해 출퇴근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나온 결과다. 이에 힘입어 최근에 1조23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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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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