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하나뿐인 ‘나만의 신발’…커스텀의 대중화 이끈다
문찬영 ‘95도씨 커스텀’ 대표 인터뷰
세상에 하나뿐인 ‘나만의 신발’…커스텀의 대중화 이끈다
2020.08.19 17:55 by 이창희

여러분은 ‘지디(GD) 신발’을 아시는가. 스포츠브랜드 나이키와 인기 가수 지드래곤이 협업해 지난해 출시한 한정판 신발로,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단 100명에게만 친필 사인이 담긴 신발이 돌아갔는데, 이 과정에서 엄청난 브랜딩과 마케팅 효과가 발생했다. ‘나만의 것’을 중시하는 소비성향을 가진 1020세대에게, 소비자의 취향에 맞춰 제품을 생산하는 커스터마이징(Customizing)은 신선하고도 확실한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그런데 이 같은 트렌드에 앞서 이미 커스터마이징 신발을 무기로 조용한 돌풍을 일으킨 스타트업이 있었다. 단색의 기본 신발에 다양한 무늬와 문양을 새겨 넣어 새로운, 그리고 유일한 제품으로 재탄생시킨다. 그리고 이렇게 생산된 제품들에 젊은 소비자들은 주저 없이 지갑을 연다. ‘95도씨 커스텀’의 젊은 CEO, 문찬영(25) 대표를 만나보자.

 

물감 놀이가 아니다. 커스텀은 오늘날의 핫 트렌드 중 하나다.(사진: 95도씨 커스텀)
물감 놀이가 아니다. 커스텀은 오늘날의 핫 트렌드 중 하나다.(사진: 95도씨 커스텀)

|헝그리 정신으로 탄생한 ‘오직 나를 위한 슈즈’
문 대표는 어려서부터 꾸미는 것을 좋아했다. 같은 옷을 입고 같은 신발을 신더라도 뭔가 남들과는 다른, 자신만의 ‘스타일’을 구축하는 것에 익숙했다. 이런 저런 이유로 가정 형편이 넉넉하지 않아 의류나 신발을 마음껏 구입하진 못했지만, 패션은 언제나 그의 관심분야였다.

하지만 그가 청소년기를 지나는 사이 가세는 더욱 기울었고, 성인이 되는 순간 장남으로서 실질적인 가장 역할이 그에게 지워지고 있었다. 패션디자인 전공을 목표로 했던 그는 결국 학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국립대에 진학해야 했다.

서둘러 집안을 부양해야 한다는 욕심에 휴학도 없이 학기를 소화했고, 빠르게 군 문제도 해결했다. 2017년 봄, 전역과 함께 다시 사회에 나온 그는 곧바로 복학을 했다. 하지만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은 그에게 패션디자인은 사치라 느껴질 만큼 비싼 공부였다.

“패션디자인을 하다 보니 이 것 저 것 해보고 싶은 것이 많았습니다. 특히 신발에 관심이 많았어요. 사고 싶은 예쁜 것들은 넘쳤지만 주머니 사정으로 늘 좌절하곤 했죠. 그런데 어느 순간 ‘그냥 직접 만들어볼까’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날 이후 문 대표는 심플한 디자인의 단색 신발을 구입해 이를 캔버스 삼아 자신만의 디자인을 수놓기 시작했다. 물감으로 색을 입히고, 타투처럼 문양을 새겼다. 직접 자수를 놓기도 했다. 단색의 평범한 신발은 그의 손을 거치자 형형색색의 새로운 상품으로 거듭났다.

 

문찬영 대표가 직접 디자인한 커스텀 신발 제품.(사진: 95도씨 커스텀)
문찬영 대표가 직접 디자인한 커스텀 신발 제품.(사진: 95도씨 커스텀)

|취미와 습작은 비즈니스의 어머니
문 대표는 자신이 만든 결과물들을 SNS에 업로드했고, 진가를 알아본 이들이 열광하기 시작했다. 학교 안팎으로 조금씩 소문이 퍼져 나가는 사이, 주변 작가들도 큰 관심을 보이며 작업에 동참했다. 하나 둘 씩 구매를 원한다는 요청도 날아들었다.

“유명세를 타고 좋은 반응이 뒤따르는 것도 좋았지만, 저는 신발을 제작하는 그 시간이 가장 순수하게 즐거운 것 같아요. 온갖 상상력을 신발에 원 없이 녹여낼 수 있으니까요. 완성된 신발을 보면 생명력이 깃든 것 같은 느낌까지 들어요.”

그렇게 해를 넘겨 2018년이 되면서, 감당할 수 없을 만큼의 수요가 몰려들기 시작했다. 이제는 단순히 제조·판매가 아니라 ‘비즈니스’의 영역으로 들어가야 할 시점이 도래한 것이다. 이에 문 대표는 지난 6월, 개인사업자 등록을 마치고 본격적인 출발선에 섰다. ‘95도씨 커스텀’의 시작이었다.

하지만 그에겐 사업을 체계적으로 배우거나 공부할 기회가 전혀 없었다. 무엇을 어디서부터 해야 할 막막하기만 했다. 설상가상 불순한 의도로 그런 ‘무지함’의 빈틈을 파고드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그러던 차에 그해 가을 충북대 창업지원단에서 연락이 왔다. 재학생 창업자를 대상으로 사무공간을 제공한다는 것이었다. 문 대표는 고민 없이 입주했고, 공간뿐만 아니라 기초 단계의 창업교육을 받을 수 있었다.

 

평범한 신발도 그의 손을 거치면 멋진 제품으로 거듭난다.(사진: 95도씨 커스텀)
평범한 신발도 그의 손을 거치면 멋진 제품으로 거듭난다.(사진: 95도씨 커스텀)

기초 체력을 갖추고 나니 조금씩 길이 보이기 시작했다. 충북 콘텐츠코리아랩과 베이스캠프 같은 정부지원사업에 줄줄이 선발됐다. 지난해 4월에는 충북 창조경제혁신센터의 대표적 육성 프로그램인 ‘스타트업 스쿨’ 6기로 들어가 교육·멘토링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소화했다.

“스타트업 스쿨에서 6개월가량 보육을 받고 최종에서 우수상을 수상했습니다. 상을 받은 것보다도 유능하고 열정적인 멘토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던 것이 정말 행운이었어요. 마케팅부터 세무·노무까지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커스텀 문화의 부흥에 승부를 걸다
타고난 재능‧열정에 실무 학습과 경험이 쌓이면서 비즈니스는 그야말로 거칠 것이 없었다. ‘U-300(학생창업 경진대회)’에 나가 입상했고 이를 발판으로 중소벤처기업부의 ‘도전 K-스타트업’에도 진출했다. 부산에서 대규모로 열린 국제신발전시회에 직접 만든 제품을 출품하기도 했다.

온라인 판매 루트도 완벽하게 구축했다. 자체 온라인 스토어 오픈에 이어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까지 빠르게 입점했다. 온라인으로 진출하자 주문은 더욱 폭증했다.

이를 소화하기 위해 그는 쉴 틈이 없었다. 청주 시내에서 신발을 판매하는 곳이면 어디든 찾아가 일일이 협상을 벌였다. 캔버스가 될 단색의 기본 신발을 대량으로 사입하면서 단가를 낮췄고, 그렇게 확보한 신발은 그의 손을 거쳐 세상에 하나 뿐인 제품으로 재탄생했다. 지난해 매출은 2억원을 넘어섰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돈을 벌 수 있다니… 저는 행운아라는 생각을 하루에도 몇 차례씩 하곤 합니다. 스스로를 더 열심히 뛰게 만드는 이유죠. 무엇보다 집에 경제적으로 큰 보탬이 될 수 있어 정말 다행입니다.”

이렇듯 거칠 것 없이 질주하는 95도씨 커스텀이지만 여전히 양산 체제로의 전환에는 무척이나 신중하다. 더 많은 생산과 판매도 필요하지만, 트렌드에 뒤처지지 않고 소비자들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부산 국제신발전시회에서 제품을 설명 중인 문찬영 대표.(사진: 95도씨 커스텀)
부산 국제신발전시회에서 제품을 설명 중인 문찬영 대표.(사진: 95도씨 커스텀)

그래서 문 대표는 오늘도 몇 명의 동지들과 골방에서 밤을 새 가며 신발을 만든다. 하루 5족에서 10족 사이를 생산하고, 그렇게 월 150족 가량이 최대 생산량이다. ‘한정판’이라는 가치를 유지하기 위한 전략적 일환이기도 하다.

하지만 앞으로도 계속 ‘가내수공업’ 형태를 유지할 생각은 아니다. 지속적인 기술 개발을 통해 다양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생산 속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은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새 신발뿐만 아니라 낡은 신발을 새로이 디자인하는 업사이클링을 통해 환경 측면에서의 사회적 기여도 모색 중이다.

문 대표와 95도씨 커스텀의 장기적인 목표는 커스텀 문화의 확산이다. 무언가를 스스로 제작하는 커스텀이 아직까지 마니아층의 ‘놀이 문화’로 인식되고 있지만 시장성과 잠재력이 풍부하다는 게 문 대표의 설명이다.

“행복해 보이지 않는 학생들과 성인들이 많아요. 사교육과 획일화된 일상에 찌든 삶이 문제겠죠. 커스텀 문화를 통해서 각자의 개성을 표출하고 욕망을 해소하는 것에 일조하고 싶습니다. 모두의 마음이 건강해질 수 있도록요!”

 

필자소개
이창희

부(不)편집장입니다. 편집을 맡지 않았으며 편집증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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