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에이터의, 크리에이터를 위한, 크리에이터에 의한 쇼핑몰, ‘샵팬픽’
최영호 샵팬픽 대표 인터뷰
크리에이터의, 크리에이터를 위한, 크리에이터에 의한 쇼핑몰, ‘샵팬픽’
2020.10.29 10:49 by 최태욱

[ERA of Contents]는 엑셀러레이터 ‘와이앤아처’의 콘텐츠 기업 육성‧지원 프로그램인  ‘2020 에스테텍 스케일업’ 참여 기업들을 대상으로 이뤄지는 콘텐츠 스타트업 탐방 시리즈입니다.

바야흐로 크리에이터 전성시대다. 일반인은 물론 유명 연예인들까지 크리에이터를 자처하며, 새로 재편된 미디어 생태계에 뛰어든다. 급기야 소위 스타 PD라 불리는 이들까지 자신의 기획력을 검증받을 무대로 유튜브 같은 1인 방송 매체를 적극 활용한다. ‘콘텐츠가 곧 돈’이라는 심플한 공식은 자연스레 수용자 중심의 콘텐츠 문화를 활성화시켰고, 공중파에선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파격적인 시도에 대중들은 기꺼이 자신의 시간과 관심을 투자한다. 그 사이 시장은 커지고 위상은 높아졌다. 대통령이나 과학자로 모아졌던 초등학생들의 꿈이 ‘유튜버’로 바뀐 지는 이미 오래다. 잘 나가는 크리에이터가 여느 셀럽 못지않은 부와 명예, 그리고 영향력을 누리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호감 연예인들이 광고 모델로 주가를 올리는 것은 그들의 ‘후광’으로 제품을 돋보이게 하는 일명 ‘헤일로 효과(Halo effect)’ 때문이다. 그렇다면 최근 연예인 급 인기를 누리는 크리에이터에게도 이 효과가 적용되지 않을 리 없다. 최영호(30) 샵팬픽 대표가 1인 미디어 시장에서 활동하는 크리에이터와 그들의 팬을 이어주는 쇼핑몰 ‘샵팬픽’을 론칭한 이유다. 크리에이터의 IP(intellectual property‧지적 재산권, 이하 IP)를 고스란히 품은 특별한 제품은 크리에이터의 자부심과 팬들의 덕심을 채워 주기에 충분하다.

 

최영호(사진) 샵팬픽 대표
최영호(사진) 샵팬픽 대표

| 수학 선생님에서 청년 사업가로 인생을 피봇하다 
최영호 대표의 학창시절 꿈은 선생님이었다. 대학에서 수학교육을 전공하며 꿈을 위해 나아갔지만, 어느 순간 회의감에 빠졌다. 세상이 아무리 변화무쌍하게 바뀌어도 교과서 내의 것만 전달할 수밖에 없는 제도권 교육의 한계 때문이었다. “공부가 아니라 꿈을 가르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쯤 관심을 가졌던 게 ‘강연’이었다. 당시 ‘테드(TED)’ 같은 강연 플랫폼이 유행하던 때였는데 이를 자신만의 스타일로 재해석한 강연 비즈니스를 시작한 것. 군 전역 후 감행한 인생의 피보팅이자, 첫 번째 사업 도전이었다. 

“잡코리아에서 인턴 생활을 하면서 강연 기획 업무를 경험할 수 있었어요. 그 과정에서 ‘나도 저런 무대를 만들고 싶다’는 꿈을 꾸게 됐죠. 너무 유명하고 위대한 분들보다, 같은 20대인데 성취를 경험한 분들을 모셔보자는 취지로 시작했어요.”

열정만 가진 대학생에게 비즈니스 세상은 냉혹한 곳이었다. 휴학과 복학을 반복하며 3년 간 매달렸지만, 사업은 녹록하지 않았다. 수익도 변변찮은데 설상가상 사기에 휘말리며 큰 빚까지 지는 신세가 됐다. 최 대표는 “정말 딱 대학생 수준으로 회사를 운영했던 것 같다”면서 “크고 작은 부침을 겪었지만 다 경험이자 재산이었다”고 회상했다.

 

최영호 대표가 기획했던 강연 무대의 한 장면
최영호 대표가 기획했던 강연 무대의 한 장면

첫 번째 사업을 정리한 최 대표는 절치부심 재기를 꾀했다. 선결과제는 빚을 정리하는 것. 그때부터 전국을 돌며 닥치는 대로 일했다. 배달부터 건설 현장까지 가리지 않고 몸을 굴렸다. 그렇게 1년여가 지났을 무렵 대출금 잔액이 바닥을 드러냈다. 그리고 바로 그 때, 새로운 사업의 물꼬가 트이기 시작했다. 

 

| 푹 빠졌던 1인 미디어 방송에서 재기의 영감을 얻다 
최 대표가 강연 쪽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던 건 ‘좋아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좋아했던 또 한 가지가 바로 1인 미디어 방송이었다. 중학교 3학년 때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1인 미디어 콘텐츠를 접하며 관심을 키웠고, 이는 어느새 사업적 고민으로 바뀌었다. 

“크리에이터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잖아요. 스타급 크리에이터들도 많아지고 자연히 그들을 따르는 팬덤도 생겼죠. 하지만 크리에이터 입장에선 자신을 아껴주는 팬들을 위한 ‘무언가’가 없었어요. 크리에이터 특화 상품으로 창작자와 팬들을 이어주면 어떨까 생각했던 이유입니다.”

최 대표의 말대로, 1인 미디어 시장의 성장세는 거세다. 올해 5조원, 2022년까지 10조원이 예상되는 시장 규모로 매년 20%씩 성장하고 있다. 크리에이터들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에 주목하는 팬들도 많아졌다. 게임 크리에이터가 사용하는 헤드셋이 궁금하고, 뷰티 크리에이터가 쓰는 파운데이션을 갖고 싶은 후광효과가 생겨난 것이다. 

최 대표가 크리에이터들의 이미지나 캐릭터, 음성 등 다양한 종류의 IP를 기반으로 맞춤형 상품(goods)를 기획‧제작‧판매‧배송하는 스타트업 ‘샵팬픽’을 설립하고, 동명의 자사몰까지 론칭하게 된 배경이다. 샵팬픽에선 1인 크리에이터들과 함께 제작한 다양한 상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머그컵이나 인형, 텀블러, 의류 같은 현물 제품부터 웹툰이나 이모티콘, 게임 캐릭터 같은 콘텐츠 제품까지 모두 특정 크리에이터에게 특화된 세상 하나뿐인 상품이다.  

 

쇼핑몰 ‘샵팬픽’의 마스코트
쇼핑몰 ‘샵팬픽’의 마스코트

이러한 형태의 비즈니스에는 창작자와 소비자 모두의 열망이 담겨있다. 항상 다른 기업의 제품을 홍보해줘야 하는 크리에이터들 입장에선 자신의 정체성이 담긴 제품이 생긴다는 의미가 크다. 광고 기반의 수익모델에 점점 한계를 느끼고 있는 크리에이터들에게 이는 새로운 수익의 기회이기도 하다. 팬들 입장에서도 자신이 선망하는 크리에이터들과 가까워질 수 있는 통로가 된다. 실제 시장 조사 결과, 크리에이터의 현물이나 콘텐츠 상품을 소비하고 싶은 팬들의 수요는 높았다. 이 둘의 열망을 이어주는 것이 바로 샵팬픽의 사업 비전인 셈이다. 

 

| “혹시 스토커에요?” 오욕과 설움의 계절을 넘어
사업 아이템 특성상, 최대한 많은 크리에이터와 협약을 맺는 것이 필수적이다. 현재 파트너십을 맺고 있는 크리에이터는 모두 60여명. 유튜브, 트위치TV, 아프리카TV 등 영상 기반의 채널에서 활동하는 크리에이터라면 모두 잠재적 파트너가 된다. 게임, 뷰티, 자동차, 먹방, 애니 등 종류도 각양각색이다. 

“작업실 모니터가 2대 인데, 한 대에선 24시간 1인 미디어 방송이 돌아가고 있어요. 좋은 크리에이터를 고르고 그들을 설득하는 게 저희 업무의 시작이니까요. 누구보다 열정적인 팬이 되어야 하죠.(웃음)”

 

창작자와 수용자를 잇는 샵팬픽의 사업 아이디어는 다양한 무대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창작자와 수용자를 잇는 샵팬픽의 사업 아이디어는 다양한 무대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샵팬픽이 지금의 모습을 갖추기까지는 꽤 오랜 세월이 걸렸다. 처음 사업자를 냈던 건 2016년 5월. 초기에는 ‘1인 미디어’라는 키워드 정도만 안고 시작한 사업이었다. 2년여의 시행착오를 거치며 윤곽을 갖춰나갔고, 2018년 7월이 돼서야 비즈니스의 거점이 될 쇼핑몰이 완성됐다.

초기에 협업을 제안한 크리에이터들의 반응은 냉담 그 자체였다고 한다. 밤을 새가며 명단을 추린 크리에이터 1500명과 접촉했지만, 계약이 성사된 건 6명에 불과했다. 

“뷰티 쪽 방송하시는 여성 크리에이터분들에게 ‘스토커 아니냐?’는 말도 많이 들었어요. 남성  분들은 아예 무관심한 경우가 많았고요. 신분증, 사업자등록증. 통신판매신고증 같은 걸 다 보내고 겨우겨우 미팅 자리를 만들곤 했죠.”

그런 시련을 거치며 처음 론칭한 제품이 게임 유튜버 ‘더빙레이디’와 협업한 마우스 패드였다. 2019년 1월에 론칭한 그 제품은 일주일 만에 250개가 팔려나가며 가능성을 보여줬다. 크리에이터가 방송을 통해 소개하고, 팬들이 사진을 찍어 인증하는 등 별다른 홍보가 필요 없다는 점, 크라우드 펀딩 형식으로 선주문을 받고 제작하기 때문에 재고 걱정이 없다는 점도 사업적 특성이 갖는 매력이다. 

스티커, 그립톡, 머그컵, 인형, 의류… 크리에이터들과 함께 만든 제품군이 쌓여나갈수록 입소문이 커지고 신뢰도 쌓여갔다. 최 대표는 “제품의 종류부터 크리에이터들과 상의하는데 지금까지 불가능했던 제품은 없었다”면서 “다양한 인프라를 통해 제작 가능한 제품에 제한이 없다는 것도 우리만의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쇼핑몰 ‘샵팬픽’은 크리에이터 굿즈 통합관리 플랫폼을 지향한다.
‘샵팬픽’은 크리에이터 굿즈 통합관리 플랫폼을 지향한다.

조금은 더디었지만, 조금씩 나아가고 있는 샵팬픽. 첫 제품 론칭 이후 한 주에 2000개가 나갈 정도의 효자상품이 심심찮게 탄생할 정도로 탄력이 붙었다. ‘채널좀비왕’같은 MCN기업과의 계약이 성사되고, 다이아TV나 트레져헌터 같은 대형 소속사의 크리에이터와도 점점 연이 닿는 것도 사업적 성과로 꼽힌다. 이에 힘입어 올해 말부터 내년 초까지를 ‘점프 업’의 시기로 잡고 있다. 법인 전환과 함께 다양한 무대에서의 IR발표를 통한 투자유치도 이뤄낼 계획. 와이앤아처의 ‘2020에스테텍 스케일업 프로그램’에 참여한 것도 그런 과정의 일환이다. 

4년여의 기간 동안 축적된 자산을 바탕으로 더 큰 미래를 그리는 최 대표. 그가 갖는 자신감의 원천은 역시 부쩍 높아진 시장에서의 ‘존재감’이다. 

“결국 크리에이터가 우리의 자산이잖아요. 처음엔 의심과 무관심 일변도였지만, 지금은 크리에이터들이 먼저 손을 내미는 경우도 많아요. 동료 크리에이터를 소개하거나, 특정 크리에이터 팬들이 직접 요청하는 경우도 늘고 있고요. 그런 인지도와 신뢰도를 바탕으로 창작자들과 함께 성장하는 기업이 되고 싶습니다!”

 

/사진: 샵팬픽

 

필자소개
최태욱

눈이 보면, 마음이 동하고, 몸이 움직이는 액션 저널리즘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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