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을 아는 엄마, 멋을 아는 여자의 취향 저격
식문화&라이프스타일 스타트업 플랜A컴퍼니 인터뷰
맛을 아는 엄마, 멋을 아는 여자의 취향 저격
2020.12.04 12:44 by 최태욱

[프로듀스 043]은 충북지역 창업 생태계의 허브인 충북창조경제혁신센터의 대표 창업지원 프로그램 ‘스타트업 스쿨’이 배출한 유망 스타트업을 소개하는 연재 시리즈입니다.

독특한 알싸함으로 음식의 맛과 향을 돋우는 후추. 그저 메인 요리를 돋보이게 하는 소소한 도우미지만, 사실 후추는 바닷길을 열고 동서양을 이으며 세계사를 뒤바꾼 존재감을 가졌다. 오늘 소개할 스타트업 ‘플랜A컴퍼니’ 역시 후추 같은 존재감을 뽐낸다. 국내 최초의 향신료‧시즈닝 전문 브랜드로서 식탁의 맛과 향을 돋울 뿐이지만, 이를 통해 우리 식문화와 라이프 스타일을 송두리째 바꾸고 싶다는 야망도 숨기지 않는다. 엄마‧주부로서의 고민 한 큰 술에, 젊은 스타트업의 패기 두 큰 술로 빚어진 플랜A컴퍼니의 문희선(34) 대표를 직접 만나 그녀의 플랜A를 들어봤다.

 

문희선(사진) 플랜A 컴퍼니 대표
문희선(사진) 플랜A 컴퍼니 대표

| 육아왕 엄마의 이색 도전 
20대의 문희선 대표는 창업과는 꽤 거리가 있는 삶을 살았다. 교육학을 전공했고, 일찍이 결혼해 육아에 전념했다. 그런데 육아를 더 잘하고 싶어서 시작했던 육아 블로그가 뜻하지 않게 사업의 단초를 제공했다.  

“블로그를 본 사람들이 하나같이 ‘아이 입힌 옷이 뭐냐’ ‘신고 있는 신발은 어디서 구하냐’고 물어오는 거예요. 그렇게 한두 개씩 구해주다가 팔아보기도 하고… 어느새 본격적으로 육아 의류 전문 쇼핑몰까지 하게 됐죠.(웃음)”

5년차 엄마가 소소하게 시작한 일. 사무실도 없고 직원도 없었지만 의외로 막힘이 없었다. 직접 쇼핑몰 콘셉트를 잡고, 새벽마다 남대문‧동대문 도매시장을 다니며 콘셉트에 맞는 아이템을 공수했다. 문 대표는 “반신반의하며 시작한 일인데 생각보다 적성에 맞고 재미도 있었다”고 회상했다. 소질과 적성은 성과로 나타났다. 육아 블로그의 이웃들은 쇼핑몰의 충성 고객으로 바뀌었고, 매출도 꾸준히 증가했다. 

그렇게 3년, 온라인 쇼핑몰에 대해 어느 정도 감이 잡힐 만 한 때에 변곡점이 찾아왔다. 식품 공장을 운영하던 문 대표의 아버지가 딸의 활약에 고무되어 “식품 쪽도 온라인으로 해보자”는 제안을 했던 것. 육아 쇼핑몰 때와 마찬가지로 자신만의 독특한 콘셉트가 필요했다. 이 때 아이디어의 밑거름이 됐던 것은 5년 동안 엄마로서, 그리고 주부로서 느꼈던 고민들이었다. 

“어린 아이들 음식 먹일 때 고민 많이 하잖아요. 재료는 물론, 조미료 하나도 고르고 또 고르죠. 그런데 기존에 나오는 향신료나 조미료가 참 손이 안가더라고요. 마땅한 게 있어도 너무 큰 용량을 사야해서 남기고 버리기 일쑤였고요. ‘엄선된 재료를 적당하게 소분해서 팔면 어떨까’했던 것이 발상의 시작이었어요.”

2016년 8월 국내 최초의 시즈닝&향신료 전문 쇼핑몰 ‘딜리셔스 마켓’은 그렇게 모습을 드러냈다. 첫 론칭 아이템은 파슬리, 바질, 로즈마리, 페퍼로치노, 오레가노 등 5종. 자신과 같은 고민을 했던 엄마, 그리고 주부들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모든 제품을 직접 기획하고 개발했다. 100% 자연에서 나온 원료를 통해 엄마‧주부의 니즈를 충족시켰고, ‘인스타에 올리고 싶은’ 디자인으로 여자의 본능도 만족시켰다. 향신료에 대한 연구와 공부는 기본이요, 틈틈이 비즈니스에 대한 교육을 통해 부족했던 사업 기본기도 가다듬었다. 감각과 전문성, 열정으로 시장을 이끌어 갈 스타트업 하나가 태동한 순간이다.  

 

딜리셔스 마켓의 향신료 제품은 화학재료가 일체 첨가되지 않는 100%원물을 사용한다.
딜리셔스 마켓의 향신료 제품은 화학재료가 일체 첨가되지 않는 100%원물을 사용한다.

| ‘맛잘알’과 ‘요섹남’, 틈새시장 완전 공략!
고객들의 반응을 확인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식품 분야가 생소한 만큼 ‘천천히 가자’고 다짐했던 것이 무색할 정도. 쇼핑몰을 오픈한지 세 달도 채 되지 않아 주문량이 꿈틀대기 시작했다. 오늘 하나가 팔리면, 내일 5개가 팔리고, 모레 15개가 팔리는 식이었다. 

매출이 오르고 주문량이 많아지면서 아군들도 늘었다. 처음에는 기획부터 배송까지 혼자 도맡아 했지만, 어느새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조금씩 일을 나눠 갖기 시작했다. 론칭 1년 만에 겸업하던 육아 의류 쇼핑몰까지 중단해야 할 정도로 업무량이 폭주했다. 

비결은 명확한 타겟팅이었다. 처음부터 ‘센스있는 주부’로 페르소나를 잡은 만큼, 그들에게 가장 친숙할 수 있는 환경을 꾸미는데 주력했다. 식품 쇼핑몰이지만, 마치 의류 쇼핑몰을 연상시키는 디자인을 차용한 것이 대표적이다. 

“우리 타깃이 여성‧주부들이니, 그들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머무는 플랫폼이 뭘까 생각해봤죠. 결국 그들에게 제일 친숙한 곳은 의류 쇼핑몰이더라고요. 그래서 전체적인 디자인 기획이나 레이아웃을 의류 쇼핑몰처럼 꾸몄죠. 사실 식품 관련 쇼핑몰이 대체로 번잡하고 투박해서 오래 보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잖아요.”

마케팅도 요리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모이는 커뮤니티나 SNS 쪽으로 역량을 집중했다. 전방위적인 마케팅을 할 여력이 없는 만큼, 가성비를 최대한 높이기 위한 시도였다. 그런 노력의 결과, 매출은 4년째 꼬박꼬박 300%씩 증가하고 있다. 3명이 구매하면 2명이 재구매를 할 만큼 신뢰도가 높다. 최근 요리를 즐기는 남성 구매자의 비중이 급격하게 늘고 있는 것도 기분 좋은 변수다. 쇼핑몰을 통해 경험할 수 있는 향신료, 시즈닝, 조미료 등 아이템의 종류는 어느덧 500종을 훌쩍 넘는다.  

 

딜리셔스 마켓의 섹션 구분이나 레이아웃은 여성 온라인 쇼핑몰의 형태를 차용했다.
딜리셔스 마켓의 섹션 구분이나 레이아웃은 여성 온라인 쇼핑몰의 형태를 차용했다.

| 어플 통한 맞춤서비스로 ‘점프-업’ 꿈꾼다
어느덧 7년 차 사업가로서의 면모를 갖춘 문희선 대표. 창업이든 경영이든 늘 배우러 다니기 바빴던 그녀는 이제 여기저기서 창업 멘토나 심사위원으로 위촉될 만큼의 내공을 인정받고 있다. 올해는 충북중소벤처기업청으로부터 우수중소기업 모범여성인 표창까지 받았다. 

하지만 그녀는 아직 배움의 끈을 놓지 않았다. 하면 할수록 알면, 알수록 더 부족함을 느낀다고 한다. 충북여성창업아카데미(2017), 충북차세대CEO(2019), 충북 스타트업 스쿨(2020) 등 문 대표의 프로필에는 기업인으로서의 역량 강화를 위한 행적이 빼곡 채워져 있다. 특히 올해 참여한 충북창조경제혁신센터의 창업지원 프로그램인 스타트업 스쿨(8기)을 통해 의미 있는 성취를 이뤄냈다고 한다. 사업을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투자유치를 준비했고, 법인 전환 작업도 마쳤다. 문 대표는 “실질적인 배움도 유익했고, 많은 창업가 분들과 교류하며 시야가 넓어진 점도 좋았다”면서 “여러모로 초심으로 돌아갈 수 있었던 귀한 기회였다”고 했다. 

문희선 대표가 스타트업 스쿨을 통해 본격적인 투자 유치에 나선 이유는 다음 스텝을 위해서다. 현재 플랜A컴퍼니는 자사몰에서 취급하는 향신료나 시즈닝 제품을 어플리케이션 서비스로 확장시키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지금까지 차곡차곡 모은 5만 여 유저의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개인 맞춤형 추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우리 제품을 찾는 분들은 목적이 비교적 명확해요. 취미로 바비큐를 즐기시는 분들도 있고, 운동이나 다이어트, 당뇨 등 식단관리를 하시려는 분들도 있죠. 우린 이를 조금 더 세밀화 하여 개인에게 철저히 커스터마이징 된 추천서비스를 제공하려고 해요. 매운 소스를 사려 할 때 어느 정도의 매운 맛인지 까지 추천할 수 있는 정도로요.”

이번에 개발될 어플리케이션의 론칭 예정 시기는 내년 상반기. 문 대표에게 이번 프로젝트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웹 기반의 브랜드 서비스와 앱 기반의 플랫폼 서비스가 만드는 시너지는 플랜A컴퍼니가 지향하는 식문화&라이프스타일 브랜드의 교두보가 되기에 충분하다. 지역과 상생하는 로컬 프로젝트를 위한 공유주방, 공유오피스 등 차기 구상도 차곡차곡 준비되어 있다. 아이 셋을 키우며 부업 하던 엄마는 그렇게 시나브로 진짜 사업가가 되어 가고 있다.

 

내년 어플리케이션 론칭을 통해 더 큰 미래를 그리고 있는 플랜A컴퍼니의 멤버들
내년 어플리케이션 론칭을 통해 더 큰 미래를 그리고 있는 플랜A컴퍼니의 멤버들

 

/사진: 플랜A컴퍼니

 

필자소개
최태욱

눈이 보면, 마음이 동하고, 몸이 움직이는 액션 저널리즘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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