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율 10% 요식업계 구하러 온 ‘친절한 로봇씨’
서빙로봇 ‘세로모’ 개발한 스타트업 RGT 인터뷰
생존율 10% 요식업계 구하러 온 ‘친절한 로봇씨’
2020.12.08 19:48 by 최태욱

[프로듀스 043]은 충북지역 창업 생태계의 허브인 충북창조경제혁신센터의 대표 창업지원 프로그램 ‘스타트업 스쿨’이 배출한 유망 스타트업을 소개하는 연재 시리즈입니다.

연말 초입에서 불거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3차 대유행이 사회 곳곳에 피멍을 들이고 있다. 연말의 흥겨움도 신년의 설렘도 자취를 감췬지 오래다. 특히 요식업계는 그야말로 초비상이 걸렸다. 이 악무는 심정으로 버티며 기대했던 연말 특수까지 물거품이 되면서 줄도산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사실 요식업계의 위기가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매년 45만 개 넘는 카페‧음식점이 새로 문을 열지만, 1년 이상 버티는 곳은 10%에 불과하다.(2019, 통계청) 이들이 이토록 악전고투하는 이유는 단연 사람 때문이다. 지난 2018년 ‘식품외식경제’ 조사에 따르면, <외식업 경영을 어렵게 하는 요인>을 묻는 질문에 57%가 인건비 상승을, 47%가 인력난을 꼽았다. 사람을 쓸 돈도 없고, 쓸 사람도 없는 게 최근 요식업계의 현실이다. 

로봇공학을 전공한 정호정(29) 알지티(RGT) 대표는 이러한 현실에서 자신의 쓰임새를 절감했다. 험지자율주행로봇을 만들던 그의 눈에는 작금의 요식업계야말로 험지 중에 험지였던 셈이다. 작심 후 5년, 가장 어려운 때 가장 험난한 무대를 누빌 로봇이 출동 채비를 갖췄다. 알지티가 개발한 서빙로봇 ‘세로모(SEROMO)’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세로모는 서빙(Serving)과 프로모션(Promoion)의 기능을 수행하는 로봇으로 세로모(SEROMO)라는 명칭 또한 그로부터 나왔다.
세로모는 서빙(Serving)과 프로모션(Promoion)의 기능을 수행하는 로봇으로 세로모(SEROMO)라는 명칭 또한 그로부터 나왔다.

| 로봇 덕후, 요식업계의 뉴노멀을 위해 나서다. 

“정말 눈물 쏙 빠지게 힘들더라고요. 요식업계가 왜 늘 인력난을 겪는지 확실히 느꼈죠.”

2015년 겨울방학, 미국에서 대형 외식업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던 고모를 도와 서빙 아르바이트를 했던 정호정 대표는 두 달 만에 요식업계의 현실을 몸소 깨달았다. 엉덩이 붙일 시간조차 없이 이리저리 불려 다니며 허리를 굽혔다 폈다… 그야말로 중노동의 현장이었다. 정 대표는 “식당 종업원이 하루 평균 10~14km를 움직인다는 통계가 있을 정도”라며 혀를 내둘렀다. 상황이 그렇다보니 자연스레 종업원의 퇴‧이직률도 높다. “사람 구하느라 볼 일 못 본다”던 고모의 끌탕이 끊이지 않았던 이유다. 

그때 문득 요식업계의 위기 상황에 자신의 주 종목이 오버랩됐다. ‘사람 대신 서빙을 도맡아주는 로봇이 있다면 어떨까?’ 일평생 로봇에 빠져 살았던 로봇 덕후의 그 순수한 발상은 이내 평생을 가져가야 할 숙원과제가 됐다. 

 

정호정 대표(사진)는 로봇공학을 전공하고 험지자율주행로봇을 개발하던 로봇 전문가다.
정호정 대표(사진)는 로봇공학을 전공하고 험지자율주행로봇을 개발하던 로봇 전문가다.

의욕만 앞선 공학도의 허황된 꿈으로 치부하기엔 시대의 요구가 너무 확실했다. 요식업계의 인력난은 케케묵은 고민이었고 이는 점점 더 심각해져만 간다. 20년 전과 비교해 4배 가까이 증가한 고령화 지수는 인력에 대한 갈증 해소가 요원하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식자재비 비율(38%)와 맞먹는 인건비 비율(33%)은 업계의 목을 죄어오고, 때마다 철마다 바뀌는 종업원은 매장 관리의 어려움과 서비스의 질 하락이라는 이중고를 낳는다. 특히 요즘 같은 코로나19 국면에서는 이러한 문제가 훨씬 더 심각해진다. 

정 대표는 요식업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수집하며 자신의 발상에 확신을 더했다. 우연찮은 기회에 카이스트(KISAT)에서 진행하는 시장조사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면서, 국내는 물론 미국‧호주‧일본의 외식업자 100여명을 직접 인터뷰했던 것. 

“업주는 업주대로, 종업원은 종업원대로 힘들더라고요. 고객도 그 피해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고요. 이대론 공멸할 거란 생각이 들었어요. 확실한 변화가 필요했던 거죠.”

서빙로봇은 그가 언급한 변화의 한 가지 방책이다. 실제로 현재 전 세계 요식업 시장에서 서빙로봇은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매년 54%씩 급격히 성장하고 있는 매력적인 시장이자, 누구 하나 뾰족하게 치고 나가지 못하고 있는 기회의 땅이다. 

 

| 연구‧개발‧보완 기간만 총 5년, 이제 고객들 곁으로 간다 
2015년 겨울에 미션을 짊어졌지만, 당시 학생 신분이었던 정호정 대표에게 운신의 폭은 넓지 않았다. 혈혈단신으로 시장 조사를 하며 사업 타당성을 검토하는 게 고작. 하지만 업계 사람들을 만나면 만날수록 사업에 대한 확신은 커져갔다. 

2017년 졸업에 맞춰 본격적인 랠리가 시작됐다. 정 대표가 힘을 모으고 있던 사이에 미국, 중국 등에서 서빙로봇 업체가 하나둘 탄생했고 시장 규모도 3000억 원 가까이 불어나 있었다. 

 

2017년 2842억원이던 서빙로봇 시장 규모는 올해 2조6651억원으로 3년 새 10배 가까이 성장했다.
2017년 2842억원이던 서빙로봇 시장 규모는 올해 2조6651억원으로 3년 새 10배 가까이 성장했다.

시제품 제작에 앞서 기존 제품들의 문제점을 파악해야 했다. 가장 큰 문제는 두 가지로 압축됐다. 첫 번째는 동적 환경을 고려하지 못하는 로봇의 움직임이다. 돌발변수가 많은 요식업 매장의 상황들이 로봇의 움직임을 우둔하게 만들곤 했던 것. 부가적인 공사와 이로 인해 발생되는 추가 비용도 업주들에겐 부담으로 작용했다. 기존 로봇 제품들이 천장에 표지물(marker)이나 송수신기를 설치해 로봇을 제어하는 시스템이다보니 실내 공사가 필요했고, 이 경우 테이블 등의 기존 인테리어의 리뉴얼도 불가능했다. 

알지티는 인공지능(AI) 요소를 도입해 이를 풀어냈다. 2D라이다(Lidar)와 RGB-D 센서를 이용해 서빙로봇이 자체적으로 공간의 맵을 학습하고 그에 따라 주행하는 원리. 별도의 외부 장치 없이 로봇 스스로 공간을 파악해 동선을 짤 수 있다는 얘기다. 정 대표는 “30평 기준의 매장에서는 3시간 이내에 모든 학습과 세팅이 완료된다”고 설명했다. 동적 장애물에 바보같이 대응하는 문제는 헝가리안(hungarian)과 가우시안(gaussian) 매트릭스에 자체 개발한 알지티 알고리즘을 결합해 해결했다. 로봇이 도착지를 잃어버리는 경우 제2‧제3의 목적지를 지정해주며 장애물에 대한 회피 궤도를 생성하는 원리다. 

이러한 성과가 하루아침에 만들어 진 것은 아니다. 2018년 초, 정 대표의 첫 시제품(세로모 0세대)이 완성된 시점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더 나은’ 로봇을 위한 연구가 진행됐으니, 꼬박 3년간에 걸친 업그레이드가 이뤄진 셈이다. 

“처음에는 기본적인 것들도 많이 놓쳤어요. 너무 크고, 선반 각도나 높이도 고객들이 이용하기에 안 맞고… 테스트 돌리던 지인 카페에서 불만도 많이 들었죠. 1세대, 2세대로 개선될수록 더욱 완벽을 기했고, 그 작업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어요. 기존 중국 제품이 약 0.7명의 업무량을 소화하다는 통계가 있는데, 지금의 세로모는 그것보다 조금은 더 하지 않을까요?”

 

왼쪽부터 세로모 0세대, 1세대, 2세대 순. 지난 8월 완성된 세로모 2세대는 현재 양산을 앞두고 있다.
왼쪽부터 세로모 0세대, 1세대, 2세대 순. 지난 8월 완성된 세로모 2세대는 현재 양산을 앞두고 있다.

| 로봇과의 공생 시대… 로봇과 함께 좋은 추억 쌓으세요
기획부터 양산까지 5년. 터널 속처럼 어두웠던 준비 기간 끝에서 마주한 건 아주 강렬한 빛이다. 이미 수많은 현장 테스트를 통해 로봇의 안정성과 효율성을 검증받은 상태. 지역에 각종 행사가 있을 때마다 출격해 중기부장관, 노동부차관, 충남도지사, 천안시장 등에게 직접 서빙을 하는 등 쇼케이스를 펼쳤고, 롯데백화점(대전 점)에서 두 달 가까이 테스트 주행까지 하며 담금질을 마쳤다. 

납품 계약 소식도 속속 들려온다. 세로모 2세대를 양산화시킨 3세대는 이미 국내 기관 및 기업과 납품 계약을 마쳤고, 무인카페 체인점을 운영하고 있는 IT기업에서도 세로모의 추가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호주의 유명 커피 전문점 프랜차이즈 등 해외 판로도 이미 개척해 놓은 상태. 내년 3월에는 이태원의 유명 레스토랑 브랜드와 협업하는 ‘언택트 레스토랑’ 프로젝트도 진행된다. 향후에도 배달율이 적으면서 구매력이 있는 매장, 30평 대 이상의 공간을 확보한 매장, 20~30대 여성 고객 비율 높은 매장 등을 주요타깃으로 홍보와 영업에 나설 예정이다. 

정호정 대표와 알지티에게 있어 세로모의 양산화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내친 김에 세로모를 첨병삼아 무인 요식업 시스템, 무인 카페 시스템, 로봇 캐릭터화 등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로의 확장을 모색하고 있다. 실제로 서빙로봇과 진동벨, 포스단말기(POS), 키오스크 등을 연결한 요식업 무인화 시스템은 당장이라도 판매가 가능할 정도의 완성도를 갖췄다. 알지티가 충북창조경제혁신센터의 창업지원프로그램 스타트업 스쿨(6기)을 통해 개발자가 아닌 사업가의 면모를 다듬어 왔던 것도 지금의 추진력을 위한 포석이다. 최근에는 기술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VC들과의 투자 유치 논의도 이어지고 있다. 

 

서빙로봇은 요식업계는 물론 병원, 백화점, 영화관, 박물관, 학교 등 다양한 분야로의 무궁무진한 확장성을 가졌다.
서빙로봇은 요식업계는 물론 병원, 백화점, 영화관, 박물관, 학교 등 다양한 분야로의 무궁무진한 확장성을 가졌다.

로봇 덕후 정 대표에겐 희망찬 사업전망만큼 반가운 것이 로봇의 존재감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2018년만 해도 “그게 되겠냐?”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던 투자자나 동료 개발자들이 지금은 먼저 관심을 보이며 찾아든다. 정 대표는 “현재 알지티는 화려한 이력을 자랑하는 전문 개발자가 11명이나 있다”면서 “매일 밤 전화해서 ‘제발 같이 하자’고 읍소하던 때를 생각하면 격세지감을 느낄 정도”라며 웃어 보였다. 

정호정 대표는 자신이 청춘을 바쳐 빚어낸 로봇이 사람들에게 좋은 경험을 선사해주길 바란다. 사람 대신 로봇을 도입하고자 했지만 이는 역설적으로 사람을 위해서였다. 

“우리 제품을 단순히 원가 줄이는 도구로 보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서비스 상품이라고 생각해요. 업주들의 인력난을 해소해주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고객들에게도 흥미롭고 이색적인 경험을 선사해 줄 수 있기를 바라죠. 나중에 어느 매장에서 세로모의 서빙을 직접 받는다면, 반갑게 인사 한 번 해주세요!(웃음)”

 

/사진: 알지티

 

필자소개
최태욱

눈이 보면, 마음이 동하고, 몸이 움직이는 액션 저널리즘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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