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사명(社名)은 사명(使命)을 다하고 있습니까?
스타트업 네이밍 이슈 분석
당신의 사명(社名)은 사명(使命)을 다하고 있습니까?
2021.01.25 21:49 by 최태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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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에어비앤비(airbnb)’의 주가가 연일 공기처럼 날아오른다. 지난해 12월 10일 상장 이후 한 달 여 만에 무려 150%나 폭등했다. 2007년 숙박에 공유경제를 결합하며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던 이 기업이 여행문화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한 데에는 쉽고 직관적인 이름도 한몫했다. 잘 알려진 대로 푹신한 에어 메트리스(air bed)와 든든한 아침 식사(breakfast)를 조합해 나온 이름이 바로 에어비앤비다. 침대와 아침이라니. 그야말로 놀라운 직관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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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15일, 기아자동차가 사명에서 ‘자동차’를 뗀다고 선언했다. 30년 이상 사용했던 사명을 전격적으로 교체하며 새 출발에 나선 것. 이 같은 행보에는 단호한 의지가 엿보인다. 뚝딱뚝딱 자동차를 만드는 제조업의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보다 혁신적인 모빌리티 서비스로 고객들에게 다가가겠다는 의지다. 기아 측은 “(자동차라는 이름을 떼는) 지금 이 순간부터 다양한 사회 공동체에 지속 가능한 모빌리티 솔루션을 제공하기 위한 변화가 시작된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미국 기업공개(IPO) 시장 최대어로 꼽혔던 에어비앤비는 공유경제라는 혁신적인 가치와 쉽고 직관적인 브랜드명으로 여행문화의 대명사로 자리 잡았다.(사진:Ink Drop/Shutterstock.com)
지난해 미국 기업공개(IPO) 시장 최대어로 꼽혔던 에어비앤비는 공유경제라는 혁신적인 가치와 쉽고 직관적인 브랜드명으로 여행문화의 대명사로 자리 잡았다.(사진:Ink Drop/Shutterstock.com)

| 회사 이름에는 생각보다 훨씬 많은 것이 담긴다
기업 흥망성쇠의 칼자루를 쥔 것은 소비자다. 모든 기업들은 소비자들이 자사를 기억하고 좋아하게 하는 이른바 ‘브랜딩’에 사활을 건다. 회사의 이름은 그러한 브랜딩의 출발점이다. 앞서 언급한 에어비앤비나 기아의 사례에서 보듯, 몇 자되지 않을 그 단어 하나에 업종·업태는 물론, 기업의 미션과 비전, 문화와 감성까지 빼곡 담긴다. 여기에 도메인이나 상표등록, 동종 업계와의 중복 여부 등 세세한 고민까지 더해진다. 

같은 이름이라도 대기업과 스타트업은 무게감이 다르다. 대기업의 경우, 그 ‘이름’을 알릴 수 있는 자본과 자원이 풍부하다. 하지만 뉴욕 타임스퀘어 옥외 전광판이나 미국 슈퍼볼(SuperBowl) 중간 광고 같은 창구에 이름을 내걸 수 있는 스타트업은 거의 없다. 초기 스타트업이 매력적인 네이밍에 총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눈에 쏙쏙 들어오는 사명(社名), 뇌리에 콕콕 박히는 브랜드명이 수 억 원의 마케팅 비용 부럽지 않은 동네가 바로 스타트업 씬이다.

임팩트 있는 이름 짓기가 워낙 중요하다보니 다양한 트렌드도 형성된다. 모 야구선수가 개명한 후 잘되자 그 이름을 지어준 작명소에 부진한 야구선수들이 줄을 잇는 것처럼, 잘 나가는 스타트업의 작명 센스는 대물림된다. 2010년에 설립한 ‘우아한 형제들’과 ‘쿠팡’이 똑같이 자유분방한 재미를 주는 이름이고, 2014년에 설립한 ‘컬리’와 ‘여기어때’가 쉽고 직관적인 느낌이 강한 네이밍인 것도 그러한 유행의 흐름을 잘 보여준다. 스타트업 투자 분야의 한 관계자는 “예전에는 무겁고 거창한 이름들이 많았다면, 최근에는 쉽고 기발하며 재치있는 사명들이 대세가 됐다”면서 “이름 하나도 철저히 소비자 중심으로 만들려는 창업자들의 의도가 엿보이는 대목”이라고 했다.

 

브랜드명은 업종·업태는 물론 미션과 비전, 문화와 감성까지 포함한다.
브랜드명은 업종·업태는 물론 미션과 비전, 문화와 감성까지 포함한다.

| 직관, 감성, 전략… 이름표 너머의 고민들
사실 좋은 이름 짓기에 공식이나 정답은 없다. 어쩌면 애초에 ‘좋은 이름’이란 것 자체가 결과론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이름인 ‘구글’이 10의 100제곱을 뜻하는 구골을 쓰려다 실수로 표기된 단어였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름의 가치는 결국 이용자 손에서 좌우된다. 하지만 여러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조언하는 작명 가이드와 실제 창업을 준비하면서 고심을 거듭했던 창업자들의 조언에는 귀를 기울여 봄직하다. 흐름에 뒤처지지 않으면서 시행착오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했듯 최근 대세는 쉽고 직관적인 이름이다. 가장 단순하고 보편적인 말이 사업과 연관성이 있으면서 발음하는 재미까지 더한다면 금상첨화다. 미국 테크 전문매체인 ‘Crunchbase News’는 지난해 연말 발표한 <최근 3년간의 스타트업 네이밍 트렌드 조사>를 통해 “일부러 철자를 틀리게 하거나 세상에 없던 단어를 창조하는 등 특이한 네이밍을 일삼던 스타트업들이 최근에는 보편적이면서도 사업내용을 반영하는 단어를 채택하기 시작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국내의 흐름도 크게 다르지 않다. 브랜딩마케팅 전략사 브랜딩킹의 변기호 대표는 “점점 여유를 잃어가는 현대인들은 조금이라도 복잡하거나 멋을 부린 이름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면서 “간편하고 심플한 네이밍 전략이 필승의 전제 조건”이라고 조언했다. 

 

‘뽀득’이라는 심플한 이름을 가진 이 스타트업은 ‘뽀드득’ 소리나게 식기를 세척해주는 서비스로 지금까지 50억원의 누적 투자금을 유치했다.(사진: 뽀득)
‘뽀득’이라는 심플한 이름을 가진 이 스타트업은 ‘뽀드득’ 소리나게 식기를 세척해주는 서비스로 지금까지 50억원의 누적 투자금을 유치했다.(사진: 뽀득)

차별화된 감각과 감성으로 승부해야 하는 분야라면 이름부터 감성을 뽐낼 필요도 있다. 주로 패션이나 인테리어 같은 분야가 이에 해당한다. SNS를 통한 스토리마케팅이 얼마든지 가능한 시대라는 점도 이들을 직관의 강박으로부터 자유롭게 한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매트리스 브랜드 ‘삼분의 일’이다. 이 아기자기한 용어에는 평생 삼분의 일에 해당하는 수면시간을 최고로 만들어 주겠다는 포부까지 담겨있다. 인테리어 액자를 제작하는 ‘니은기억’의 이름은 손가락으로 카메라의 구도를 취해볼 때 비로소 훈훈한 감성으로 다가온다. 장준근 니은기억 대표는 “손가락으로 니은, 기역을 만드는 행위는 그 순간을 추억하고 싶다는 것”이라며 “단순히 액자를 파는 게 아니라, 고객들에게 추억을 팔고 싶다는 마음을 사명에 담았다”고 설명했다. 

사명을 통해 적극적으로 전략을 드러내는 방식도 있다. 아랍 전문 이커머스 플랫폼을 표방하는 ‘아부하킴’의 명칭은 아랍어로 ‘하킴의 아빠’라는 뜻. 하킴이 아랍의 흔한 사람 이름인 것을 감안하면, 회사 이름이 ‘철수 아빠’, ‘영희 아빠’ 정도 되는 셈이다. 유덕영 아부하킴 대표는 “명확히 중동만을 타깃으로 한다는 의지를 담았다”면서 “이름 덕분에 처음 만나는 현지 클라이언트하고도 대화가 훨씬 자연스러워진다”고 했다. 콩을 이용한 식물성 단백질 식품 브랜드 ‘두부로운’을 만드는 스타트업 ‘비건포레스트’는 이름부터 메인 타깃층을 명시했다. 이나금 비건포레스트 대표는 “회사명만 1년을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조용하고 평온한 숲이 떠올랐다”면서 “비건포레스트란 이름은 비건을 위한 숲(forest)과 휴식(for rest)의 두 가지 뜻을 포함한다”고 설명했다. 

 

아부하킴의 유덕영(사진) 대표는 “이름 덕분에 현지인들에게 호감을 업고 가는 느낌”이라고 한다.(사진: 아부하킴)
아부하킴의 유덕영(사진) 대표는 “이름 덕분에 현지인들에게 호감을 업고 가는 느낌”이라고 한다.(사진: 아부하킴)

기업명 하나에도 수 십 가지 명분과 실리가 존재한다. 하지만 이름을 둘러싼 모든 이슈의 끝에는 결국 고객이 있다. 직관을 택하든, 전략적 선택을 하든 고객의 공감을 이끌어내지 못하는 네이밍은 자아도취에 불과하다. 스타트업 투자 분야의 전문가들은 “스타트업이 망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 있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멋지다, 훌륭하다, 잘 될 것 같다는 평가는 오롯이 소비자의 몫이다. 호감과 매력을 듬뿍 주며 기억에 오래 남을 이름 역시 그렇다. 

[mini interview]
변기호 브랜딩킹 대표
 

-자기소개를 부탁드린다.
“다양한 분야에서 기획과 브랜딩 업무를 경험했으며, 현재 브랜드전략 마케팅·컨설팅을 전문으로 하는 브랜딩킹을 운영하고 있다. 지금까지 유수의 국내 대기업을 비롯해 디올, 샤넬, 구찌 같은 명품의 브랜드 콘셉트를 제안해왔다.”

-스타트업들은 네이밍에 특히 민감하다. 현장에서 느낀 점은 무엇인가?
“인생을 건 꿈에 도전하는 만큼 애착이 큰 건 이해한다. 하지만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너무 거창하거나, 자기 멋에 취하는 오류를 범하기도 한다. 이름 하나만 보고 당신의 꿈과 포부를 전부 알아줄 고객은 없다는 걸 깨달아야 한다.”

-그렇다면 효과적인 네이밍을 위해선 어떤 접근법이 필요할까?
“대전제는 '심플'이다. 현대인은 바쁘다. 복잡하면 필패다. 우선 자신들의 비즈니스가 내세우는 것을 명사형으로 나열해보고, 서비스를 가장 잘 표현하는 키워드를 찾아보라. 여기에 재미와 흥미까지 덧대지면 좋다. 튀고 싶으면 튀게 하되, 자칫 어설퍼 보이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바람직한 글자 수 같은 것도 있을까?
“2~3글자 정도가 불문율이다. 사실 글자 수를 줄이는 것 자체가 네이밍 능력이다. 더군다나 우리가 쓰는 한글은 축약의 묘가 잘 살고, 다른 말을 섞기에도 용이한 언어다."

-네이밍 능력도 연습하면 발전할 수 있나?
“사실 왕도는 없다. 전문성과 경험 등 모든 걸 종합해서 만들어지는 게 네이밍에 대한 역량이다. 이름에는 모든 것이 들어가야 하니까. 창업 경험이 늘어날수록 점차 발전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이름 짓기를 고심하는 창업자들에게 한마디 해준다면?
“현장에서 보면, 회사명 하나 짓기 위해 몇 달씩 소비하는 경우도 많이 봤다. 그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그게 전부라고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언제든 바꿀 수 있다. 신속함과 민첩함이 스타트업의 장점 아닌가. 꿈이 있다는 것 그 자체로 이미 대단한 것이다. 자신의 때가 반드시 온다고 믿고 달리다보면, 꼭 맞는 옷을 찾을 것이다.”

필자소개
최태욱

눈이 보면, 마음이 동하고, 몸이 움직이는 액션 저널리즘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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