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이집트 노동자, 인류 역사상 최초의 파업을 벌이다
고대 이집트 노동자, 인류 역사상 최초의 파업을 벌이다
2015.12.14 09:53 by 곽민수

‘고대 이집트’하면 무엇이 먼저 떠오르시나요? 세계에서 가장 먼저 문명을 발달시킨 4대 문명 중 하나 또는 거대한 피라미드를 비롯해 수수께끼를 풀지 못하면 상대방을 잡아먹었다는 무시무시한 스핑크스가 생각나는 분도 계실 겁니다. 그러나 이처럼 화려한 문명을 남긴 고대 이집트에서도 우리네 현대인들처럼 평범한 일상을 사는 사람이 있었다는 사실, 혹시 상상해보셨는지요. 우리 시대 사람들처럼 웃고, 울었던 평범한 고대 이집트인들의 삶. 최첨단 기술 시대를 사는 현대인에게 작지만 큰 위로와 용기를 줄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위대한 파라오의 혼란했던 시대

람세스 3세는 ‘최후의 위대한 파라오’로 불립니다. 기원전 1181년경에 즉위한 람세스 3세는 일반적으로 람세스 대왕이라고 불리는 전 왕조의 람세스 2세를 닮기 위해서 무척이나 노력했던 것 같습니다. 람세스 3세는 람세스 2세와 아무런 혈연관계도 없었지만 같은 람세스라는 출생명을 갖고 있었고, 즉위명도 아주 비슷한 것으로 선택합니다. 이집트의 파라오들은 보통 5개의 이름을 갖고 있었는데 그 가운데에 가장 중요하고 널리 알려져 있는 것이 태어날 때에 갖게 되는 출생명과 왕위에 오를 때에 갖게 되는 즉위명입니다. 람세스 2세의 즉위명은 ‘우세르-마아트-라 세테펜-라(라의 정의는 강력하다. 라에 의해 선택 받은 자)’였고 람세스 3세의 즉위명은 ‘우세르-마아트-라 메리-아멘(라의 정의는 강력하다. 아멘의 사랑을 받는 자)’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람세스 3세는 람세스 2세의 장례신전을 모델로 자신의 장례신전을 만들기도 하였습니다. 이들 신전은 파업의 주요한 무대가 됩니다. 람세스 3세는 젊은 시절 바다민족의 침략을 막아내는 등 큰 업적을 이뤄냈지만, 그의 치세 말기는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매우 혼란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람세스 3세는 암살됐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더라도 최소한 파라오에 대한 계획적인 암살시도는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역시 토리노의 이집트 박물관에서 소장 중인 법정 파피루스 (Judical Papyrus of Turin)에 자세히 기록되어 있습니다.  

보통 ‘상형문자(히에로글리프/Hieroglyph)’라고 널리 알려진 고대 이집트의 문자는 신전벽이나 무덤벽, 석비 등 기념물에 기록하는 용도로 사용됐습니다. 그런데 ‘상형문자’라는 용어는 아주 정확한 것은 아닙니다. 이집트의 문자들은 여러 가지 형상을 따서 만들어지기는 했지만 표의문자의 속성보다는 표음문자의 속성을 갖고 있는 문자체계입니다. 또한 고대 이집트인들은 자신들의 문자를 메두-네체르 (mdw-nTr), 즉 ‘신성한 말’이라고 불렀고, 고대 그리스어를 어원으로 갖고 있는 히에로글리프라는 용어 역시 ‘신성한 글자’라는 뜻입니다. 따라서 본 글에서는 앞으로 상형문자라는 용어 대신 ‘신성문자’라는 용어를 사용하려고 합니다. 파피루스에 직접 필기구를 이용하여 쓸 때에 필기에 용이한 다른 종류의 문자를 사용했는데, 이 필기용 문자를 ‘히에라틱’이라 부릅니다. 보존 상태가 아주 양호하지는 않은 ‘토리노 파업 파피루스’는 히에라틱(Hieratic)이라고 불리는 고대 이집트어의 필기용 글씨로 쓰여 있습니다.  

‘파업 파피루스’는 이탈리아 토리노의 이집트 박물관(Museo Egizio)이 소장하고 있는 파피루스 컬렉션의 일부로 1869년에서 1876년 사이에 연구자들에 의해서 처음 필사되어 출판되었습니다. 보통은 ‘토리노 파업 파피루스’라고 불리기는 하지만 파업에 관한 내용 이외에도 테베 서안 무덤 지역에서 벌어난 크고 작은 사건들을 기록되어 있는 일종의 공문서 모음입니다. 파업의 과정이 자세하게 기록된 이 ‘토리노 파업 파피루스’ 이외에도 이 시기에 국가에서 고용한 노동자들의 임금이 체납되었다는 증거들은 많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재분배 경제체계의 혼란을 가져온 배경은 분명하지 않습니다. 곡식의 비축량 자체가 적었을 가능성도 있지만 당시에 심각한 수준의 흉년이 있었다는 증거는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고 있습니다. 분명한 것은 재분배 경제체계의 혼란이 시작된 이 시기 직후 20왕조가 급격히 쇠락했고, 그 과정에서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위해서 파업을 감행했다는 사실입니다. 

 

 인류 최초의 파업이 시작되다

기원전 1152년경, 이집트 신왕국의 제 20왕조 람세스 3세의 재위 29년에 데이르 엘-메디나(Deir el-Madina)에서 일련의 노동자들이 파업을 시작하였습니다. 파업을 일으킨 노동자들은 데이르 엘-메디나에 거주하던 전문 장인들이었습니다. 이들은 파라오의 무덤을 만들고 꾸미는 일에 종사하던 건축가, 석공, 목수, 금속 세공사 등 국가에 고용된 전문가 집단이었습니다. 이들은 급여가 연체된 것에 불만을 품고 국가를 상대로 파업을 시작하였습니다. 현대인들이 일반적으로 갖고 있는 이집트에 대한 이미지, 즉 신으로 여겨지던 파라오가 절대권력을 갖고 있던 정치 시스템 같은 이미지를 염두에 둔다면 상상하기 힘든 일이지만, 이 노동자들은 분명히 파업을 감행했습니다. 심지어는 출입이 엄격하게 통제되던 신전의 내부로 들어가 연좌시위를 벌이는 등 현대의 파업 형태 가운데에서도 가장 격렬한 방식과 비슷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이 파업은 인류 역사상 기록된 파업들 가운데에 최초의 파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다음이야기 다음 글에서는 직접 파업 파피루스를 읽어 내려가며 파업이 어떤 식으로 진행되었는지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필자소개
곽민수

The First 추천 콘텐츠 더보기
  • ‘성장의 상징, 상장’…스타트업들의 도전사는 계속된다
    ‘성장의 상징, 상장’…스타트업들의 도전사는 계속된다

    자본과 인력, 인지도 부족으로 애를 먹는 스타트업에게 기업공개는 가장 확실한 대안이다. 단숨에 대규모 자본과 주목도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거래 파트너와 고객은 물론, 내부 이...

  • “24주 연속 1위 브랜드의 저력으로”…‘나르카’ 운영사 ‘언커먼홈’, 매쉬업벤처스 등으로부터 후속 투자 유치
    “24주 연속 1위 브랜드의 저력으로”…‘나르카’ 운영사 ‘언커먼홈’, 매쉬업벤처스 등으로부터 후속 투자 유치

    이제 헤어 케어도 브랜딩이다!

  • “최근 가장 눈에 띄는 창업팀은?”…유망 초기 스타트업 뽑는 ‘혁신의 숲 어워즈’ 막 올랐다
    “최근 가장 눈에 띄는 창업팀은?”…유망 초기 스타트업 뽑는 ‘혁신의 숲 어워즈’ 막 올랐다

    현시점에서 가장 기대되는 스타트업 30개 사는 어디일까?

  • “Only for you”…대세는 초개인화 서비스
    “Only for you”…대세는 초개인화 서비스

    초개인화의 기치를 내건 스타트업들이 존재감이 점점 커지고 있다.

  • 타 산업과 연계, 핵심 기술 접목…“관광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라”
    타 산업과 연계, 핵심 기술 접목…“관광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라”

    '관광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 틈새에 대한 혁신적인 시도 돋보였다!

  • “생산성, 효율성 쑥쑥 올리는 솔루션”…매쉬업벤처스, 스타트업 ‘마일 코퍼레이션’에 초기 투자
    “생산성, 효율성 쑥쑥 올리는 솔루션”…매쉬업벤처스, 스타트업 ‘마일 코퍼레이션’에 초기 투자

    기업의 공간, 자산 관리를 디지털 전환시킬 창업팀!

  • “당신에겐 더 큰 무대가 필요하다”…스타트업의 해외진출을 지원하는 스타트업
    “당신에겐 더 큰 무대가 필요하다”…스타트업의 해외진출을 지원하는 스타트업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스타트업의 등장!

  • “국내 기업의 글로벌 성장 발판 마련”…한국액셀러레이터협회, 뉴저지 진출 전략 웨비나 개최
    “국내 기업의 글로벌 성장 발판 마련”…한국액셀러레이터협회, 뉴저지 진출 전략 웨비나 개최

    국내 유망 스타트업의 미국 진출, 맞춤형으로 지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