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는 쇼핑몰에 날개 달아드릴게요”
박현정 펍스케일파트너스 대표 인터뷰
“뛰는 쇼핑몰에 날개 달아드릴게요”
2021.10.05 12:57 by 최태욱

이커머스 시장의 성장세가 가히 눈부시다. 펜데믹 시대를 관통하며 잠재력을 폭발시켰다. 이쯤 되면 대세를 넘어 일상이다. 현관 앞에 수북 쌓여있는 택배 박스는 이제 흔한 풍경이 됐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득세하던 지난 몇 달 전자상거래 시장은 10년 치 성장을 이뤄냈다”며 혀를 내둘렀다. 이제 우리나라에선 소비자 4명 중 1명 이상이 온라인으로만 물건을 산다. 수요가 많으니 공급도 활발하다. 네이버나 쿠팡 같은 거대 플랫폼을 중심으로, 독창성과 다양성을 앞세운 온라인 쇼핑몰들도 우후죽순 쏟아져 나오며 시장의 활력을 불어넣는다. 

온라인 쇼핑몰 창업 열풍의 비결은 낮은 진입장벽이다. 초기 자본이 낮고 운영이 비교적 용이하다. 하지만 쇼핑몰 역시 사업이고, 이커머스 역시 유통이다. 사업과 유통이 가지고 있는 난관들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업력이 쌓이고 규모가 커질수록 이는 더욱 두드러진다. 회사의 성장과 비례해 고민은 많아지고 효율은 떨어진다. ‘유통‧소비재 업무를 섭렵한 회계사’라는 독특한 이력의 박현정(38) 펍스케일파트너스 대표가 이 분야에 출사표를 던진 배경이다. 지난 2년 간 한 땀 한 땀 공들여 개발한 온라인 쇼핑몰 운영 솔루션의 론칭은 박현정 대표가 꾀한 이커머스 혁신의 신호탄이다. 

 

박현정 펍스케일파트너스 대표.
박현정 펍스케일파트너스 대표.

| 엘리트 코스에서 이탈한 회계사…잠자던 기업가정신 깨웠다

“중요한 갈림길마다 ‘진짜 하고 싶은 걸 하자’는 마음으로 선택했더니, 결국 여기까지 왔네요.(웃음)”

박현정 대표는 이른 바 ‘IMF세대’였다. 모든 것이 불안했던 그 세대의 특징은 경제적인 안정을 추구하는 성향으로 나타난다. 박 대표도 그랬다. 전공과 별개로 일찌감치 공인회계사 준비를 했고, 합격 후에는 국내 최고의 회계법인에 안착했다. 박 대표는 “사회에 나와선 정말 아무 생각 없이 일만 열심히 했다”면서 “매일 밤샘 근무를 해도 피곤하기 보단 재미있고 흥미로웠다”고 회상했다. 고객사가 가진 회계의 어려움들을 처리해주는 ‘해결사’로써 8년을 근무하면서 차츰 내공도 쌓여갔다. 보람도 있고 자부심도 넘쳤지만 못내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워낙 큰 회사에서 일하다 보니 ‘운신의 폭’이 너무 좁았던 것. 철저히 정해진 부서의 일만 파야하는 업무 특성은 전문성을 높이는 대신 시야를 가리고 동기부여를 줄였다. 

그러는 사이 숨겨진 모험심을 발견하는 계기를 맞닥뜨렸다. MBA(경영학석사과정)를 위해 미국‧영국에서 공부하던 중에 작은 창업 프로세스와 그로 인한 성취를 경험하게 된 것. 2010년대 초반은 국내의 회계기준이 국제기준으로 바뀌는 과도기였다. 국내 대기업들은 전사적으로 그 작업에 매달려야 했다. 해외에 나가있던 주재원들도 이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하지만 세일즈‧엔지니어 인력이 대부분인 해외지사에선 이를 제대로 대응할 수 없었다. 그야말로 발만 동동 구르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유럽 친구들과 한국 기업 대상의 서비스를 하나 만들었어요. 국내 본사에 재무보고를 하도록 돕는 회계 서비스였죠. 당시 한국기업이 많이 나가있던 폴란드를 타깃으로 했는데, 몇 군데에서 적극적으로 러브콜을 보내왔어요. 그 중 두 곳과 3년 여 동안 파트너십을 유지했죠. 국제무대에서 내 힘으로 전문적인 비즈니스를 일궜다고 생각하니, 묘한 자신감이 샘솟더라고요.(웃음).”

 

박현정 대표는 MBA과정 당시 자신의 창업DNA를 처음 발견했다.
박현정 대표는 MBA과정 당시 자신의 창업DNA를 처음 발견했다.

기획의 매력에 푹 빠져버린 박 대표는 고민 끝에 이직을 택했다. IWC, 몽블랑 등 럭셔리 브랜드 12개를 보유한 명품수입사 리치몬트코리아가 최종 행선지였다. 당시 승승장구하고 있던 회사는 박 대표에게 “수익은 신경 쓰지 말고 프로세스만 잘 만들어 달라”고 주문했다. 주 전공분야인 재무 영역을 넘어 물류부터 CS까지의 전 영역을 두루 넘나들며 구조를 만드는 일에 집중했다. 박 대표가 유통‧소비재 실무 분야에 조예가 깊어질 수 있었던 건 그때 그 업무 경험 덕분이다. 

하지만 외국계 회사조차 완벽한 ‘해갈’이 되지는 못했다. 스스로의 판단보다 해외 본사의 지침이 우선시됐고, 무슨 일을 맡아도 감사팀 출신의 회계사라는 꼬리표가 따라 붙었다. 이후 5년 간 이리저리 회사를 옮겨 다니며 맞는 옷을 찾았지만, MBA시절 느꼈던 짜릿함을 주는 곳은 없었다. 

“문득 때가 됐다고 생각했어요. 회계사로서 전문성도 쌓을 만큼 쌓았고, 외국계 회사도 돌만큼 돌았고… 이제 ‘내 일’을 해야겠다는 결심이 선거죠. 어떻게 보면 MBA이후의 삶은 계속 창업의 밑천을 만들었던 시간이었을지도 몰라요.”

 

| ‘셀러툴’에서 원가‧재고관리까지, 경영의 가치를 높이는 기술
박현정 대표가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하면서부터 쌓아왔던 경험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회계사로서 클라이언트를 도울 때나 그룹사에 속해 내부 지침을 만들 때, 끊임없이 실무적인 니즈들이 눈에 들어왔던 것이다. 특히 재무적인 부분에선 거의 똑같은 패턴의 어려움이 존재했다. 재고‧원가가 주먹구구식으로 책정되면서 재무제표가 회사의 실적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하는 문제였다. 박 대표는 “오류가 쌓이고 쌓여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난감한 상황에서 투자 실사나 합병‧상장 같은 이슈를 맞게 되면, 큰 손실을 감수할 밖에 없다”고 했다. 

2019년 3월 펍스케일파트너스 법인을 설립한 박현정 대표가 가장 먼저 이커머스 기업의 ‘내부회계관리제도시스템’ 개발에 나섰던 이유다. 왕성한 활동력을 가진 회계사가 16년 동안 경험했던 원가‧재고컨설팅 사례와 그에 대한 솔루션을 모두 녹여내 만든 ERP수준의 관리시스템이었다. 개발 기간만 무려 1년이 넘게 들었지만 완성품은 그닥 맘에 들지 않았다. 무엇보다 시장성이 의심스러웠다. 박 대표는 “론칭 전략을 짜려고 보니 우리 솔루션이 너무 무겁고 전문적이었다”면서 “서비스를 사용할 타깃을 특정하기도 힘들다보니, IR을 해도 투자자를 설득시키기 힘들 것 같았다”고 덧붙였다. 개발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창업가의 시각보단 전문가의 시각에 매몰돼 버린 것이다. 

 

펍스케일파트너스의 내부회의 풍경
펍스케일파트너스의 내부회의 풍경

발상의 전환은 재빠르게 이뤄졌다. ‘처음 만든 재무관리 시스템이 기업이 급성장할 때 꼭 필요한 툴이라면, 기업을 성장시키는 툴을 만들고 그 뒷단에 재무관리를 덧대면 되는 것 아닌가?’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자연스레 최초 론칭 아이템이 정해졌다. 바로 ‘셀러툴(seller tool‧온라인 쇼핑몰 운영자를 위한 편의 도구)이었다. 박 대표는 “단기적으로는 셀러툴로 시장에 진입하고, 향후에 우리가 힘을 낼 수 있는 재무회계 분야로 시장을 확장하겠다는 청사진을 그렸다”고 설명했다. 

2020년 4월, 그렇게 새로운 도전이 시작됐다. 시중에 나와 있는 모든 셀러툴을 체험하면서 기술적인 보완점을 톺았다. 처음에는 그저 막막했다. 뚜렷한 윤곽도 안 보이고, 기술도 턱없이 부족했다. 하지만 이내 돌파구가 마련됐다. 그해 12월 고려대 캠퍼스타운 금상 수상으로 여력이 생기면서 기술과 경험을 불어넣어줄 인재들이 합류했다. 특히 카카오 등에서 데이터플랫폼을 구축했던 CTO의 영입은 결정적이었다. 

풍부한 현장 실무와 최고급 기술이 농축된 힘은 ‘차이’를 만들었다. 첫 개발 경험의 시행착오를 교훈 삼아 패션 쇼핑몰 두 곳을 직접 인수해 일일이 시뮬레이션하는 등 사용자의 관점을 최우선으로 삼았다. 그렇게 완성된 이커머스 대시보드 서비스 ‘펍플’은 현재 시장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지난 4월 베타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5개월간 축적된 주문데이터가 65만 건에 이를 정도다. 

펍스케일파트너스가 개발한 펍플은 주문수집, 상품매핑, 주문확인, 출고지시, 송장전송 등 쇼핑몰 운영자의 일상적이고 반복적인 업무를 한 화면에서 수행할 수 있도록 설계돼 업무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 초기 세팅을 간소화하고 불필요한 부분을 제거하며 편의성을 높였고, 효과적인 DB구조로 타사 대비 속도가 빠르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무엇보다 힘을 발휘하는 부분은 뒷단이다. 멀티채널, 권한분리, 브랜드관리 같이 경험을 통해 얻어진 실무자의 니즈가 고스란히 반영됐다. 아직 정식 론칭 전인데도 “셀러툴에 관리의 기능을 더한 신개념 이커머스 통합 솔루션으로 부족함이 없다”는 평가를 받으며 투자유치 이야기까지 오가고 있다.

 

이커머스 대시보드 서비스 ‘펍플’의 배송 페이지 

회계사로서 경영자의 어려움을 누구보다 이해했고, 이를 고스란히 비즈니스로 풀어내려 했던 만큼 사용자의 좋은 피드백은 언제나 반가운 격려다. 베타테스트 기간에 알음알음으로 연결된 클라이언트는 총 57곳. 이들은 한 목소리로 “펍플 사용 후 주문 수집 및 실제 송장 처리 시간이 비약적으로 단축됐다”고 반색한다. 국내의 모 코스메틱 브랜드는 펍플로 정확한 재무 데이터를 도출해내며 100억원 대 투자 유치에 성공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성과는 순조로운 출발을 알리는 신호탄일 뿐이다. 

“셀러툴 시장이 레드오션으로 인식됐던 이유는 어렵고 비싸다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에요. 쉽고 저렴한데 효과성이 입증되면 시장은 자연히 확대되죠. 현재 론칭을 앞두고 있는 만큼, 하루빨리 더 많은 고객사를 만나 함께 성장하고 싶습니다. 우리 서비스는 회사가 성장할 때 더 진가가 드러나니까요.(웃음)”

 

/사진: 펍스케일파트너스 제공

 

필자소개
최태욱

눈이 보면, 마음이 동하고, 몸이 움직이는 액션 저널리즘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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