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세 홈트…“함께 하면 더 즐겁습니다”
변상훈 모티플 대표 인터뷰
요즘 대세 홈트…“함께 하면 더 즐겁습니다”
2021.10.20 01:37 by 최태욱

건강 근심 없던 시대가 있었겠냐마는 요즘은 특히 각별하다. 펜데믹 시대에 몸이 축나고 마음이 처지면서 생긴 변화다. 건강이 최고의 화두로 떠오르며 관련 시장도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덤벨 이코노미’로 불리는 건강관리 영역이 대표적이다. 어느덧 프랜차이즈 빵집보다 많아진 피트니스 센터가 이를 증명한다. ‘최고의 명약은 운동’이라던 히포크라테스의 조언은 포스트 펜데믹 시대에 가장 유효하다. 

48조원 규모로 성장한 국내 피트니스 시장의 총아는 단연 홈트레이닝 분야다. 대기업‧스타트업‧크리에이터 할 것 없이 다양한 서비스와 콘텐츠를 쏟아내며 ‘집콕족’들을 독려하고, 스트리밍 서비스부터 인공지능(AI)까지 최신 기술도 총동원된다. 아령, 바벨, 훌라후프 등 관련 상품 매출은 지난해보다 50%씩 올랐고, 실내 운동기구 관련 특허도 동기 대비 24.4%나 증가했을 정도다. 

시대적 상황이라는 씨줄에 편의성과 활용성이라는 날줄을 엮으며 급격히 대세로 떠오른 홈트레이닝 분야. 하지만 변상훈 ‘모티플’ 대표의 눈에는 뭔가 조금 부족했다. 다양한 콘텐츠와 확실한 운동효과만으론 만족할 수 없는 그 무언가는 바로, ‘함께하는 재미’다. 기존 서비스들의 좋은 점은 흡수하고 빈 곳은 채워가며 피트니스의 ‘슈퍼앱’으로 발돋움하겠다는 야심찬 포부는 바로 그 지점에서 출발했다.

 

변상훈(사진) 모티플 대표
변상훈(사진) 모티플 대표

| ‘운동이 이토록 즐거운 것이었다니…’ 운동꽝 공학도의 깨달음

“군대에서 선착순 달리기 같은 걸 하면 꼭 맨 뒤에 처지는 애들이 있잖아요. 그게 바로 저예요.(웃음) 구보를 해도 여지없이 과락이었고요. 몸 쓰는 건 정말 소질 없었죠.”

카이스트 출신의 변상훈 대표는 다재다능한 인물이다. 전기 및 전자공학을 전공해 IT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에 두루 밝았고, 기업금융(IB)과 벤처캐피탈 업무 경험을 통해 금융 분야까지 섭렵했다. 그야말로 준비된 창업자였던 셈. 하지만 스타트업 창업자의 필수조건 중 하나가 현저히 부족했다. 바로 ‘체력’이었다. 군 복무 시절 자신의 ‘저질 체력’을 새삼 확인한 그는 전역 후 달리기 모임을 하나 결성했다. 운동습관을 통한 체력증진이 절실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동호회가 ‘서울숲러닝크루’다. 매주 정기적으로 모여 뛰거나, 마라톤 대회 등을 함께 준비하는 모임이었다. 

“무서운 군대 고참들 성화에도 구보를 낙오했던 제가, 벌써 2년째 매주 뛰어다니고 있어요. 마라톤 대회도 수없이 나가 완주까지 했죠. 비결은 혼자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꾸준한 운동을 위한 가장 큰 동기부여는 ‘서로 함께 하는 것’이라는 확신을 가질 수 있는 기회였죠.”

 

서울숲러닝크루의 활동 모습 

그러던 중 뒤늦게 불붙은 운동 열정에 찬물을 끼얹는 사태가 발생했다. 바로 코로나19의 발병과 확산이다. 사회 전방위적으로 대면 활동이 제한되자 자연스레 동호회 활동이 위축되었고, 변 대표의 운동 습관도 서서히 사그라졌다. 변 대표는 “2년 정도 하면서 어느 정도 습관을 들였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혼자 하려니까 생각보다 잘 안되더라”고 말했다. 

야외 활동이 제한되는 사이, 집을 헬스장 삼아 운동하는 홈트레이닝 시장이 급부상했다. 유튜브를 중심으로 다양한 ‘홈트’ 콘텐츠가 쏟아져 나오고, 편의와 활용성을 높이는 기술도 속속 등장했다. 하지만 변 대표의 기준으론 그 어느 것도 만족스럽지 못했다. 자신에게 운동의 기쁨을 선사하고, 꾸준히 지속할 수 있는 원동력이었던 ‘같이’의 가치가 충족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변 대표는 “홈트에 대한 접근성은 유튜브가 가장 높은데, 자체 조사 결과 한 달 이후 이탈률이 42%가 넘을 정도로 지속성이 떨어졌다”면서 “그런 한계 때문에 최근 보상이나 게임방식 등을 활용해 운동의 동기를 부여하는 솔루션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함께 하는 것’ 이상의 동기부여는 없다고 확신했다”고 덧붙였다. 변상훈 대표가 친구와 함께 즐기는 홈트레이닝 서비스 ‘모티플’의 돛을 올린 배경이다.

 

모티플의 주역인 최희재 CDO(왼쪽)과 변상훈 대표 

| AI, 라이브, 그리고 함께… 홈트의 미개척지를 향해
변상훈 대표가 홈트레이닝 솔루션을 본격적으로 구상한 건 올해 초부터다. 여름 게에 들어서야 개발에 착수했고, 지난달에 법인 설립을 마쳤을 정도로 급박한 전개다. 하지만 비즈니스의 대계(大計)는 이미 완성된 상태다. 경험에서 우러난 문제인식과 탁월한 개발 및 사업기획력이 이를 가능케 했다. 

앞서 언급했듯 대전제는 함께 즐기며 소통할 수 있는 홈트레이닝 플랫폼이다. AI모션인식기술을 활용해 평가와 경쟁을 돋우고, 실시간 참여 방식으로 현장감과 몰입도를 높이려는 시도 역시 ‘함께’라는 대전제를 만족시키기 위해서다. 

“현재 홈트레이닝 시장은 크게 AI 활용 여부와 라이브 여부로 구분할 수 있어요. AI를 쓰는 건 자세교정 등의 솔루션을 제공하는 게 강점이고, 라이브는 트레이너와 소통이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죠. 둘 다 안 쓰는 게 유튜브 콘텐츠라면, 둘 다 활용하는 게 우리 솔루션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트레이너에게 실시간으로 배우면서, AI를 통해 동시에 접속한 친구들과의 경쟁과 놀이까지 이뤄지는 거죠.”

 

모티플의 서비스 화면
모티플의 서비스 화면

모티플 어플리케이션의 개발 과정은 많은 사람들이 한 채널에 ‘동접’하여 함께 운동할 수 있는 최적의 사용자 환경을 구현하는 과정이나 다름없다. 이를 위해 카이스트 후배인 CTO와 UX/UI 프로젝트 경험이 풍부한 CDO의 역량이 총동원됐다. 그중에서도 변상훈 대표가 특별히 힘을 주는 부분은 바로 ‘콘텐츠’다. 많은 사람들을 유입시키고, 그들의 발을 묶어놓을 수 있는 힘의 원천은 콘텐츠밖에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핏’이 맞는 트레이너를 찾겠다고 ‘맨 땅에 헤딩’하는 심정으로 피트니스 현장에 뛰어들고, 막대한 비용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자체 스튜디오와 전문 촬영스텝을 확보한 것도 그래서다. 

“실제 피트니스 센터에서 근무하시던 팀장님을 피트니스 디렉터를 모셨고, 그쪽 분야 인플루언서들을 두루 만나며 3명의 트레이너를 정직원으로 채용했어요. 전문 스튜디오를 통 임대하기도 했고요. 아예 피트니스 전문 방송국을 차린다는 생각으로 임했거든요. 덕분에 자금 조달 압박에 시달리게 됐지만요.(웃음)”

 

| ‘같이의 가치’ 극대화하여 슈퍼앱의 길로 
기술력과 추진력으로 달려 나가는 모티플의 행보는 시장에서도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이미 중소기업벤처부와 경기콘텐츠진흥원으로부터 1억5000만원의 시드 자금을 지원받았고, 글로벌 액셀레이터 ‘와이앤아처’가 수행하는 ‘2021 비대면스타트업육성사업’에도 선정돼 과제를 진행 중이다. 홈트레이닝 시장의 혁신을 목표로 개발된 어플리케이션도 베타서비스를 목전에 두고 있다. CTO와 CDO를 어렵사리 설득한지 반 년 만에 식구도 11명으로 늘었다. 변상훈 대표는 “모든 게 어렵고, 모든 게 재밌었던 시간”이라고 말한다. 

“너무 멋모르고 뛰어 들었나 싶기도 해요. 처음에는 그저 막막한 느낌만 가득했죠. 아무것도 없고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에서 ‘이걸 어떻게 풀어나가야 하나’ 고민하는 거예요. 팀원이 필요할 때도, 콘텐츠 비즈니스로 가닥을 잡았을 때도, 스튜디오 디자인을 해야 할 때도 그랬죠. 그런데 하나하나 몰입해서 풀어가다 보면 서서히 길이 보이더라고요. 이렇게 시나브로 성장하고 발전해 가는 것에 너무나 큰 즐거움을 느낍니다.”

 

함께 경쟁하며 즐기는 운동이 모티플의 가장 큰 차별점이다.
함께 경쟁하며 즐기는 운동이 모티플의 가장 큰 차별점이다.

지난 1년간의 성과에 대해 “인생의 불확실성을 즐길 줄 알게 된 것”이라고 말하는 변상훈 대표의 모습은 우리가 생각하는 스타트업 창업자의 전형과 가까워 뵌다. 그리고 그는 이제 산적한 불확실성을 ‘확실’로 바꾸기 위한 시동을 걸고 있다. 

그의 목표는 미국의 ‘펠로톤’ 같은 회사다. 고정식 자전거, 러닝머신 등을 판매하면서 다양한 운동 코칭 콘텐츠를 제공하는 펠로톤은 1년에 5조원씩 벌어들이는 괴력을 발휘하며 피트니스계의 ‘넷플리스’로 자리를 굳혔다. 그가 초기부터 콘텐츠에 힘을 쏟는 이유도 펠로톤에 자신들의 미래를 투영시켰기 때문이다. 모티플이 어플리케이션 론칭 이후 타깃으로 삼고 있는 ‘커넥티드 피트니스’(하드웨어에 소프트웨어가 내장된 피트니스)가 바로 펠로톤의 주 비즈니스 모델이다. 아직 갈 길은 멀다. 하지만 변 대표와 모티플 팀에게선 조급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함께 가야 오래 가고 같이 가야 멀리 간다’는 걸 이미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성패는 유저에게 달려 있습니다. 유저만 확실히 모을 수 있다면 그 다음부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죠. 초기 수익에 큰 관심을 두지 않는 것도 그래서죠. 우리가 종국에 도달하려는 것은 하나의 앱으로 운동에 관한 모든 걸 할 수 있는, 피트니스 ‘슈퍼앱’이거든요.(웃음)”

 

필자소개
최태욱

눈이 보면, 마음이 동하고, 몸이 움직이는 액션 저널리즘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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