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수병 사건'이 미궁 속으로 빠지는 모양새다.
지난 18일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A사 사무실에서 생수병에 든 물을 마신 남녀 직원 2명이 갑작스러운 호흡곤란을 호소하며 쓰러졌다. 두 사람은 병원으로 이송됐고, 다행히도 여성 직원은 의식을 회복했지만 남성 직원은 사건 발생 후 6일만에 끝내 숨졌다.
사건 발생 다음날인 19일, A사에 재직중이던 30대 남성 직원 강모 씨가 갑작스럽게 무단 결근했다. 이에 경찰은 강모 씨는 유력 용의자로 파악하고 조사를 실시했다. 강모 씨는 이날 자택에서 사망한 채 발견됐다. 경찰은 강모 씨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씨 부검결과, 독극물인 아지드화나트륨이 검출됐다. 피해 직원들의 혈액에서 나온 독극물과 같은 성분이다. 경찰은 강모 씨가 인터넷에서 연구용 시약 전문 쇼핑몰에서 해당 독극물을 구매한 정황도 함께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궁 속에 빠진 범행동기
문제는 강모 씨의 사망으로 인해 정확한 범행 동기를 밝히기 어렵다는 점이다. 강모 씨는 유서와 같은 범행 동기를 특정할만한 단서를 남기지 않은채 사망했고, 수사는 난항에 빠졌다. 또 강모 씨가 계획한 범행 대상이 피해자 2명 전부였는지, 혹은 1명만을 노린 범죄였는지조차 확실하지 않은 상황이다.
경찰은 강모 씨가 인사 불만을 이유로 이같은 범행을 저질렀다고 추정하고 있지만 확실한 증거는 여전히 발견되지 않은 상황이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강모 씨는 피해자 중 남성 직원에게 많은 불만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 남성 직원과 강모 씨가 업무적으로 많은 갈등을 겪어왔다는 것이다. 또 강모 씨는 지방으로의 인사 발령 가능성에도 큰 불만을 품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강모 씨가 지방 발령을 거부할 핑계를 만들기 위해 직원 숙소를 나와 방을 구하고, 서울에 여자친구가 있다는 소문을 퍼뜨리기도 했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방 인사 발령 가능성이 높아지자 강모 씨가 이에 앙심을 품고 보복 범행을 진행했다는 것이 현재로써 가장 유력한 범행 동기다.
경찰은 정확한 범행 동기를 밝혀내기 위해 관련자 진술과 휴대전화 포렌식 등을 토대로 수사를 진행 중이다.
이와 관련 A사 관계자는 사건에 대해 "저희가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어서 어떤 답변도 드리기 어렵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