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사람 잇는 구름다리…아츠클라우드의 ‘예술활용법’
김보형 아츠클라우드 대표 인터뷰
예술과 사람 잇는 구름다리…아츠클라우드의 ‘예술활용법’
2021.12.06 12:32 by 최태욱

국내 미술시장이 긴 터널을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무려 10년간 겪고 있는 정체기다. 같은 기간 고속 성장했던 세계 시장에 비추어보면 그 초라함은 배가된다. 전문가들은 “산업 인프라, 작가 경쟁력, 사회적 인식 등이 고루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자연스레 관련 생태계도 생기를 잃는다. 예술계에선 작가가 너무 많다고 손사래 치고 작가들은 설 자리가 없다고 끌탕한다. 한 해 수천 명의 예비 작가들이 배출되지만, 10명 중 8명은 예술적 고민보단 먹고 살 걱정이 먼저다. 풍요로운 예술의 가치를 향유하고픈 대중들은 2차 피해자다. 설상가상 ‘펜데믹’이라는 시대의 아픔까지 더해지며 예술은 점점 우리 일상에서 멀어져 간다. 

‘아츠클라우드’는 바로 이러한 배경에서 출발한 스타트업이다. 좋은 작가를 발굴하고, 그들을 보다 다양한 방식으로 세상에 선뵈는 것이 목표다. 큐레이터‧공간기획자‧MD 등 다채로운 경험을 쌓은 팀원들이 똘똘 뭉쳐 폐쇄적이고 구태의연한 기존 생태계에 새바람을 일으키려 한다. 지난해 ‘신의 예술가, 미켈란젤로 특별전’을 성황리에 마치며 가능성을 확인한 이들은 현재 새로운 예술 생태계를 위한 퍼즐 조합에 몰두하고 있다. 예술과 기술의 융합, 아티스트의 매니징과 브랜딩, 복합 문화공간 운영 등의 퍼즐 조각으로 완성하려는 모습은 일상 곳곳에 자연스레 스며든 예술이다.

 

김보형(사진) 아츠클라우드 대표
김보형(사진) 아츠클라우드 대표

| 혁신의 첫걸음, 작가들을 신명나게!

“작가들이 작품 활동만으로 생계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건 어제 오늘 얘기가 아니잖아요. 작가 개인이 바꾸기엔 너무 구조적인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고민을 우리가 대신해서 대안을 찾아보고, 그들과 함께 공생을 도모해보자는 게 시작이었죠.”

김보형 아츠클라우드 대표의 회상에는 이 회사의 방향성이 오롯이 담겨있다. 작가들을 뒤에서 밀고 앞에서 끄는 든든한 지원군이 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많은 예술가들이 고립감이나 막막함을 호소한다. 지극히 소수에게 주어지는 기회를 잡기도 힘든 와중에 기본적인 보호막도 미비하다는 것이다. 저작권 등록 비중이 가장 높은 미술 분야의 허술한 저작권 보호 정책이 대표적이다. 급변하는 시대에 맞춰 변화를 꾀할 지식이나 용기를 얻기도 여의치 않다. NFT나 메타버스로 예술계가 시끌벅적해지는 게 오히려 상대적 박탈감을 야기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김보형 대표는 “아츠클라우드라는 이름에는 예술이 모여 있는 클라우드 플랫폼이라는 의미가 담겨있다”면서 “이렇게 모인 작가 혹은 작품의 권리를 보호하고, 다양한 수익 창출의 길을 만드는 것이 회사의 미션”이라고 덧붙였다. 

이를 위한 첫 번째 스텝이 바로 ‘3D버추얼 뮤지엄’ 개발이다. 메타버스로 구현한 온라인 전시장을 통해 예술가들이 자신의 작품 세계를 맘껏 뽐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해당 예술가들이 직접 전시 공간을 구성할 수 있도록 설계돼 개성적인 표현이 가능하고, 온라인의 특성상 글로벌 무대에 진출하기도 수월하다. 김 대표는 “갤러리의 선택을 받지 못하면 자신을 표현할 길이 없는 작가들을 위한 맞춤 솔루션”이라며 “인터렉션이 가능한 물리엔진으로 만들어진 모델이라, 추후 고도화를 거쳐 모션인식을 활용한 미디어아트 등도 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3D버추얼 뮤지엄은 다음 달 초 알파버전 출시를 앞두고 있다. 아츠클라우드 측은 온라인 전시를 희망하는 예술가들에게 이를 무료로 개방할 계획이다. 

 

POC(Proof Of Concept)로 구현해 본 3D버추얼 뮤지엄
POC(Proof Of Concept)로 구현해 본 3D버추얼 뮤지엄

예술가들의 작품을 세상에 알리는 것이 일차적인 목표라면, 다음 스텝은 그 작품으로 지속가능한 수익창출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다. 최근 ‘핫’해진 NFT(Non-Fungible Token‧대체 불가능한 토큰)가 활용되는 게 바로 이 지점이다.  

“미술 작품은 한번 판매하면 끝이잖아요. 음원처럼 2차적인 부가가치 창출이 어려운 구조죠. 우린 이를 NFT로 바꿔보려 해요. 작가들의 권리를 저작권과 사용권, 소유권으로 나누고 스마트 컨트랙트(Smart contract)를 접목하는 식이죠. 기술적으로는 이를 통해 작품이 이동할 때마다 수익이 배분되는 구조를 만드는 게 가능하다는 걸 확인했습니다. 서비스를 구축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NFT기술을 고도화해야 하는 과제가 남은 거죠.”(김보형 대표)

저작권 시장 구조의 개혁이 향후 해결해야 할 과제라면, 브랜드 컬래버레이션은 당장 눈에 보이는 수익 개선화 방안이다. 호텔이나 백화점, 공항 등 공간을 보유한 기업은 물론, 일반 소비재 기업까지 다양한 브랜드의 제품 및 서비스에 예술 작품의 심미적 가치를 녹이는 협업을 꾀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미술 전공 출신의 MD가 아트마켓 담당자로 나서 다양한 기업들과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김보형 대표는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을 가진 기업에선 디지털 아트의 활용도가 무궁무진할 것”이라면서 “실제로 몇몇 기업들이 큰 관심을 보이면서 협업이 급물살을 타고 있는 중”이라고 귀띔했다.

 

아츠클라우드는 지난해 기획·운영했던 ‘신의 예술가, 미켈란젤로 특별전’을 통해 디지털·미디어 아트의 활용 가능성을 직접 확인했다.
아츠클라우드는 지난해 기획·운영했던 ‘신의 예술가, 미켈란젤로 특별전’을 통해 디지털·미디어 아트의 활용 가능성을 직접 확인했다.

 | 작가와의 본격적인 공생, 그 시작은 내년 초 ‘아트 인 메타버스’展
가상 전시장부터 브랜드 컬래버레이션까지, 아츠클라우드가 마련한 일련의 대안들을 완성시켜주는 건 역설적으로 작가들이다. 작가를 선뵈고, 작품을 마케팅하기 위해선 작가와 작품의 DB 확보가 선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아츠클라우드가 스스로를 ‘뉴 아트 매니지먼트 기업’으로 정의하는 것도 작가의 발굴·모집·관리가 새로운 생태계 구축의 열쇠라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성작가들에겐 다소 낯설 수 있는 접근이다. 자신만의 예술관이나 고수하는 방식이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아츠클라우드가 가지고 있는 비전을 작가들에게 소구하고, 서로 간의 ‘핏’을 맞춰볼 시험대가 절실한 것. 바로 그 무대가 내년 초에 있을 ‘제1회 아트 인 메타버스’전시다. 

내년 1월 14일부터 5월 31일까지 서울숲에 위치한 ‘언더스탠드에비뉴’에서 열리는 아트 인 메타버스는 디지털아트 분야의 새 얼굴을 발굴하고, 다양하고 참신한 시도를 통해 탄생한 작품들을 일반 대중들에게 선보이는 특별기획전이다. 이를 위해 지난 10월부터 전 세계 아티스트들을 대상으로 디지털아트 분야의 작품 공모전을 진행한 바 있다. 이는 전시회를 빛내줄 작품을 선별하는 과정인 동시에, 향후 아츠클라우드와 함께 할 작가 동지들을 모으는 과업이었다. 반응은 뜨거웠다. 미주, 유럽, 아시아의 유명 작가 플랫폼에서 관심과 제안이 쏟아졌다. 실제로 지난달까지 진행된 공모전을 통해 52개국, 3041점의 작품이 모여들었다. 김보형 대표는 “심사를 통해 100점의 작품을 엄선하여 대중들에게 소개할 예정”이라며 “(아트 인 메타버스는)대중들에겐 가상과 현실을 넘나들며 작품을 향유하는 경험을, 작가들에겐 새로운 예술 생태계를 위한 아츠클라우드의 청사진을 알리는 상징적이고 실험적인 무대가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밝혔다. 

 

제1회 아츠클라우드 아트 인 메타버스가 열릴 언더스탠드에비뉴(아트스탠드)
제1회 아츠클라우드 아트 인 메타버스가 열릴 언더스탠드에비뉴(아트스탠드)

구조적이며 고질적인 문제를 단기간에 바꾸기는 쉽지 않다. 철학과 소신이 뚜렷한 예술계가 대상이라면 더욱 그렇다. 팀원 모두가 문화예술의 조예가 깊은 아츠클라우드 역시 이 점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그들은 속도보다 방향에 초점을 맞춘다. 온라인 가상 전시장을 공들여 개발하는 와중에 오프라인 전시 무대를 확보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것도 아직은 오프라인 전시를 선호하는 작가들의 마음을 십분 헤아리기 때문이다. 아츠클라우드는 내년 5월까지 아트 인 메타버스를 진행할 언더스탠드에비뉴 외에도, 제주도 내 오프라인 전시장을 따로 구축하여 미디어아트를 소개할 예정이다. 김 대표는 “아트 인 메타버스가 잘 되어 함께하는 작가들이 많아지면, 제주도 전시장은 그분들의 작품으로 채워지게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런 선순환을 통해 예술 생태계가 성숙해지면, 그 혜택은 예술을 누리는 우리 모두의 것이다. 

“저희는 예술과 사람을 잇는 징검다리에요. 그러한 역할을 통해 예술이 일상 곳곳으로 스며들기를 바라죠. 미술관이나 전시장이 아니라 카페에서든 내 방에서든, 심지어 지하철에서 휴대폰으로도 예술을 향유하는 세상이 오고 있잖아요. 앞으로 그런 생태계의 주춧돌을 놓는 스타트업으로 성장하고 싶습니다.”(김보형 대표)

 

/사진: 아츠클라우드 제공

 

필자소개
최태욱

눈이 보면, 마음이 동하고, 몸이 움직이는 액션 저널리즘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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