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음악을 캔버스에 담았어요”… 어느 작곡가의 미디어 아트 도전기
‘아트 인 메타버스’展 최명옥 작가 인터뷰
“제 음악을 캔버스에 담았어요”… 어느 작곡가의 미디어 아트 도전기
2022.04.20 00:42 by 최태욱

[Artist in METAVERSE]는 예술과 기술을 융합하는 아티스트를 발굴‧육성하는 아티스트 매니지먼트 스타트업 ‘아츠클라우드’ 주최의 ‘아트 인 메타버스’(5월 31일까지, 성수동 언더스탠드에비뉴)展 참여 작가를 소개하는 연재 시리즈입니다. 

“저의 음악을 들은 사람들은 죄다 ‘딱 너 같다’고 말해요. 그런 말을 자주 듣다보니 문득 궁금해지더라고요. ‘나 같다는 게 뭘까…’ 그래서 저의 음악적 감성을 시각화하여 나타내기로 했죠. 결국 저에게 예술은 음악을 보여주는 작업인 셈입니다.”

미디어 아트 씬에서 최명옥(30) 작가는 새싹에 불과하다. 하지만 무대를 음악으로 바꾸면 탐스런 결실을 주렁주렁 맺은 과수에 가깝다. 10년 넘게 활동하며 정규음반만 5장을 냈고, 5편이 넘는 연극의 음악감독으로 참여하며 재능을 뽐냈다. 음악 유튜브 채널의 크리에이터로도 활발히 활동하며 특유의 유쾌한 에너지를 전한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작곡가보단 작가로 불리길 원한다. 자신의 음악적 재능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고 싶다는 바람은 어느새 ‘음악을 디자인하는 아티스트’라는 정체성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녀가 선율에 실어 전하던 동화적인 상상력은 이제 고스란히 화폭으로 옮겨진다.

 

최명옥(사진) 작가
최명옥(사진) 작가

| 다재다능 뮤지션의 욕심, 음악을 보여주고파
최명옥 작가는 몇 가지 성격적인 특징을 지녔다. 고민보단 실천에 무게를 둔 행동파라는 점, 어릴 적부터 승부욕이 남달랐다는 점, 그럼에도 언제나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잃지 않는다는 점이다. 음악을 처음 시작할 때도 그랬다. 엉뚱한 충동으로 첫 테이프를 끊었고, 집요하게 몰입하며 성장해갔다. 

“고등학교 2학년 무렵, 친구들과 노래방 가는 게 낙이었어요. 꽤 자주 몰려다녔죠. 그런데 어느 날 노래를 부르다가 문득, ‘내가 만든 노래를 노래방에서 부를 수 있다면 얼마나 멋질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 길로 작곡가가 되겠다고 결심했어요. 우연한 계기지만, 어쨌든 꿈을 품게 된 거죠.(웃음)” 

어릴 적부터 피아노를 배웠던 최 작가는 건반을 도구삼아 작곡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의욕만 앞섰을 뿐 과정은 투박했다. 고등학생 신분으로 할 수 있는 작곡 공부는 주먹구구식을 넘지 못했다. 밤새 음악을 듣고 그 리듬과 멜로디를 따라해 보는 식으로 시작했고, 조금 익숙해졌다 싶으면 ‘이것보다 더 좋은 걸 만든다’는 막연한 계획으로 다시 밤을 지새웠다. 최명옥 작가는 “원래 하고 싶은 게 있으면 해내야 직성이 풀리는 성미”라며 “이틀, 삼일 정도 잠을 못자는 게 당연하다시피 할 정도로 음악에 미처 살았던 시기”라고 회상했다.

그런 열정은 20대 중반 무렵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2019년 ‘CARE’라는 힙합 음반을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매년 한 개 이상씩의 정규 앨범을 발표하며 존재감을 다졌다. 힙합, 댄스, R&B, Soul, 일렉트로니카 등 음반을 발표할 때마다 장르가 달라지는 것도 최 작가만의 특징이었다. ‘맥베스(2019)’, ‘줄리아가씨(2020)’, ‘신춘문예 단막극전(2021)’, ‘마음의 준비(2021)’, ‘바람보다(2021)’ 등 무대연극의 음악감독으로 꾸준히 참여할 수 있었던 동력도 실험을 주저하지 않는 도전 정신과 그로 인해 다져진 표현력 덕분이다. 최 작가는 “딱히 음악의 장르를 정해놓는 스타일은 아니다”라며 “이것저것 시도해보는 걸 좋아하다보니, 자연스레 영역이 넓어 졌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최명옥 작가가 음악 감독으로 참여했던 연극 ‘맥베스’(왼쪽)와 ‘줄리아가씨’
최명옥 작가가 음악 감독으로 참여했던 연극 ‘맥베스’(왼쪽)와 ‘줄리아가씨’

10여 년 동안 ‘음악인’으로 살아온 최 작가의 시야에 ‘미술’이 들어오기 시작한 건 재작년 무렵부터였다. 비주얼의 시대를 적극적으로 향유하는 MZ세대답게, 웹‧앱 상의 멋있는 디자인이나 이미지를 접하고 감탄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나도 해보고 싶다’라는 마음이 커진 것. 마치 노래방에서 처음 음악에 대한 다짐과 각오를 했을 때처럼 말이다. 

 

| “머릿속이 꽃밭?”… 밝고 긍정적인 게 나의 예술
최명옥 작가의 미디어 아트 작업은 영상물과 그래픽 디자인의 형태로 구현된다. 우리 주변에 다양한 오브제를 결합하고 재배치하여, 생명력을 부여하고 상상력을 표현하는 식이다. 음악 활동을 하는 틈틈이 영상 프로그램과 그래픽 툴을 연마하며 표현의 장벽을 허물어 왔다. 최 작가의 작품은 그녀의 음악을 눈으로 보여준다는 발상에서 비롯된다. 엉뚱한 상상을 화사하고 반짝거리는 느낌으로 표현하는 것은 최 작가의 음악에서도 볼 수 있는 특징이다. 자신의 예술관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라고 소개하는 것도, 동화적인 상상력과 표현 방식에 기초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Planetary Universe’ 프로젝트를 통해 소개됐던 ‘mirror’는 이러한 작가의 개성이 잘 드러나는 영상 작품이다. 최명옥 작가는 “백설 공주에 나오는 마법 거울에서 영감을 받은 작업”이라며 “우리의 모습을 빤히 비추는 거울을 넘어 현실과 반대되는 모습을 표현하고자 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작가의 말대로 작품 내 거울 속에는 별이 떠있는 하늘 위를 유유히 비행하는 고래가 등장하고, 사막엔 알록달록한 꽃이 피어있는 풍경이 동화적으로 펼쳐져 있다. 

올해 ‘A tree that eats time’ 프로젝트를 통해 공개된 ‘See’는 작가 개인적으로 큰 애착을 가진 그래픽 아트 작품이다. 야외에서 나무를 보는 여자, 창문틀에 걸터앉아 그 여자를 바라보는 또 다른 여자, 그리고 이 모든 걸 바라보는 관객을 액자 구성으로 엮어 작가의 재치를 자유롭게 표현했다. 최 작가는 “고민하기보단 즐기면서 작업하길 원하는 스타일인데, (SEE의 경우) 꽤 즐겁게 몰입했던 작업이어서 유독 기억에 남는다”고 설명했다.

 

Mirror_2021년_720x720(왼쪽)과 See_2022년_720x720
Mirror_2021년_720x720(왼쪽)과 See_2022년_720x720

최명옥 작가는 주변에서 “머릿속이 꽃밭인 사람”이라는 말을 심심찮게 듣는다. 그만큼 긍정의 에너지가 넘친단 얘기다. 이런 기질은 그녀의 음악과 미술에 고스란히 녹아든다. 특유의 화사함과 생동감은 작품의 주제를 밝고 긍정적인 결말로 이끌어내는 장치다. 

지난 1월 21일부터 성수동 ‘언더스탠드에비뉴’에서 열리고 있는 <아트 인 메타버스> 전시에서도 최명옥 작가의 유쾌한 상상력을 확인해 볼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 관객과 만나고 있는 작품 ‘Throne’은 흔히 말하는 ‘왕관의 무게’를 반박하면서, “높은 자리는 신나는 것”이라는 순수함을 표현한다. 음악과 이미지, 영상 제작을 위해 큐베이스, 포토샵, 포토스케이프, 프리미어 같은 툴을 고루 활용한 작업으로, 지난해 최명옥 작가의 공식적인 미디어 아트 데뷔작이라는 면에서 남다른 의미를 갖는 작품이다. 

“드라마 ‘왕좌의 게임’을 보면서 ‘높은 자리는 왜 항상 고독하고 험난하게만 그려질까’하는 의문을 갖게 됐어요. 그리곤 발상의 전환을 표현해보고 싶었죠. 왕좌에 앉아도 얼마든지 푸근하고 화사할 수 있다고요.(웃음)”

 

Throne_2021년_6000x4000
Throne_2021년_6000x4000

| 끝 모르는 우주처럼 무한한 가능성 가진 예술가 되고파
미디어 아트 영역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지 햇수로 2년. 최명옥 작가는 “이제 시작이나 마찬가지인 초짜”라고 자세를 낮춘다. 새 출발의 의욕이 정점에 올랐을 때 조우한 ‘아츠클라우드’는 운명과도 같은 동행자다. 최 작가는 “취미를 넘어 본격적인 전시를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을 때 발견하게 된 게 아츠클라우드의 ‘아트 인 메타버스’ 전시 공모였다”면서 “나에겐 마치 운명처럼 찾아온 기회”라고 회상했다.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곡가옥짱’을 통해 끊임없이 대중과 소통해 온 최명옥 작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곡가옥짱’을 통해 끊임없이 대중과 소통해 온 최명옥 작가

작가 활동을 처음 시작하면서 최 작가가 다뤄보고 싶었던 주제는 우주와 행성이었다고 한다. 화려하게 반짝거리는 우주의 이미지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자신의 음악과 미디어 아트가 우주처럼 무한하고 끝을 모르며 다양한 행성들마저 품고 있다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이는 그저 트리거에 불과하다. 흥미를 느끼면 치열하게 몰입하는 최 작가의 우주가 앞으로 어디까지 뻗어나갈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지금까지 즐겁게 음악하는 사람으로서 대중들과 소통해왔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이제는 더 많은 것들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디자인이나 영상 작업도 하나의 과정일지 모르죠. 늘 새로운 것을 시도하여 대중들을 기대하게 만드는 아티스트로 기억되고 싶습니다.(웃음)”

 

/사진: 최명옥 작가

 

필자소개
최태욱

눈이 보면, 마음이 동하고, 몸이 움직이는 액션 저널리즘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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