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해지니 어르신들께서 먼저 다가와 주세요” 지속돌봄봉사자 최예원양
“친해지니 어르신들께서 먼저 다가와 주세요” 지속돌봄봉사자 최예원양
2014.10.08 19:30 by 조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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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저 이쁜이 왔어요!”

추석을 앞둔 9월 초순, 경기도 용인 백암면의 신수연(90, 가명) 할머니 댁에 반가운 목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이윽고 두 손에 검은 비닐봉투를 들고는 앳된 학생들이 들어옵니다. 홀로 지내시던 집도 모처럼만에 북적이는데요, 명절의 적적함이 조금은 가실까 하는 마음에 할머니 손부터 맞잡는 학생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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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이건 말씀하신 약이랑 커피. 근데 커피 너무 많이 드시면 몸에 안 좋아요. 커피 조금 사는 대신 두유도 좀 사왔으니 드셔보세요. 화학조미료도 그래요. 천연조미료로 바꿔서 샀는데, 잘했죠?”

예원 양이 장봐온 물품들을 꺼내놓으며 조목조목 말씀드립니다. 이렇게 한 달에 한 번 마주한 시간도 벌써 반년이 넘었는데요, 이제 신 할머니께는 예원양을 비롯해 M.U.V 학생들이 손주나 마찬가지인 얼굴들입니다.

희망브리지는 전국 각지의 대학 봉사 동아리와 연계해 집수리 봉사와 돌봄 봉사 등을 진행하며 재난 위기 가정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돌봄 봉사에는 강원대, 경희대, 명지대, 인하대, 충북대 동아리 소속 학생 50여명이 참여하며, 각 해당지역의 사회복지 지원 사각지대에 놓인 어르신 총 100세대에 월 1회 방문해 필요물품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수혜가구는 대부분 거동이 불편하신 독거어르신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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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 드리기 전에 안부 전화 겸 먼저 전화를 드려요. 건강은 괜찮으신지, 필요한 것은 없으신지 여쭙죠. 필요한 물품은 희망브리지에서 지급하는 온누리상품권으로 전통시장에서 구매해 직접 전달해 드려요.”

지난 3월부터 돌봄 봉사에 참여하고 있는 최예원 양(22)이 설명합니다. 예원 양은 명지대학교 봉사동아리 ‘무브(M.U.V, Myoungji University Volunteer)' 소속으로 지난해 2학기부터 활동하고 있습니다. 희망브리지 봉사동아리를 처음 접한 건 먼저 활동하고 있던 학과 선배의 SNS를 통해서였다고 합니다.

지난 9월 20일, 희망브리지 봉사단이 부산 기장지역 수해가구 집수리 봉사에 참여했을 당시의 모습입니다. (사진 중앙이 예원 양)

“대학 입학 전까지 제가 접한 건 중‧고등학교 시절 시간 채우기 식 봉사활동이 전부였어요. 그래서 봉사활동 다녀올 때마다 SNS에 올리는 선배의 멘션이 처음엔 그저 생색내는 것처럼 비춰졌어요. 어느 날 술자리에서 그런 얘기가 오가게 됐는데, 선배가 평소와 다르게 정말 진지하게 이야기 하는 거예요. 원래는 장난도 많고 재미있는 캐릭터거든요. 그런 선배의 권유에 동아리에 들게 됐죠.”

만 1년 정도의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예원 양은 집수리 봉사와 돌봄 봉사 등을 함께 하며 희망브리지 봉사활동에 금세 녹아들었습니다. 특유의 싹싹함과 친화력 덕분이 아닐까 하는데요, 이런 예원 양의 매력은 애교 섞인 반말을 섞어가며 어르신들을 대하는 모습에도 잘 배어납니다. 덕분에 처음에는 “아무거나 사오라”며 드러내고 말씀 않던 분들도 바뀌었습니다. 한결 친숙해진 지금은 어르신들께서 먼저 “무엇 무엇이 필요하니 사 달라”고 말씀해주신다고 해요. 세대 간의 단절이 문제가 되는 요즘이지만, 이렇게 한편에서는 희망브리지 봉사자들이 그 틈을 조금씩이나마 메워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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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들께서 이렇게 혼자서 지내시게 된 데는 제각각 사연이 있습니다. 그분들중엔 안타깝게도 아드님을 먼저 앞세우고 그 후로 며느리가 떠나서 수십 년을 혼자 사시게 된 분도 계셨습니다. 예원 양은 그럴 때마다 이렇게 장 봐다드리고 말씀 들어드리는 것 이상 해 드릴 것이 없어 죄송한 마음이 든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자신의 삶도 되돌아보게 된다고 하네요.

“한 달에 지급되는 온누리상품권 액수가 가구 당 5만 원이에요. 그런데 평소에 저희는 5000원짜리 커피를 아무렇지 않게 마시죠. 한 번씩 친구들 만나서 밥 먹고, 영화 보고, 술 한잔 하면 하루 만에 5만 원을 다 써버리기도 하고요.”

예원 양은 희망브리지 봉사를 하면서 자신이 받은 게 많음을 깨닫는다고 합니다. 돌봄 봉사를 나가도 집수리 봉사를 가도, 상대적으로 열악한 곳에서 생활하는 분들을 만나게 되기 때문이죠. 그래서 이제는 조그만 것에도 감사함을 느끼게 된다고 하는데요, 자신과 다른 환경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알아가면서 봉사자들도 이렇게 조금씩 성장해 갑니다.

“헤어질 때면 또 언제 오냐며 눈시울을 붉히시는 분들도 계세요. 자주 못 찾아 뵈니까 그럴 때면 발길이 잘 안 떨어지죠. 처음 봉사 시작할 때 예상했던 것 보다 정도 많이 들었어요. 저희가 해드릴 수 있는 건 많지 않지만, 장 볼 때 조금이라도 좋은 걸 사고, 또 찾아뵐 때 더욱 웃는 얼굴로 인사드리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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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조철희

늘 가장 첫번째(The First) 전하는 이가 된다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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