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문 밖을 나서면 코끝이 찡한 계절이 되었다. 장을 보러 시장에 들르면 생강이며 굴이며 하는 것들이 한가득이다. 김장철이다. 부모님의 품을 떠나오기 전에는 김장날이 다가오면 몸을 풀어놓아야만 했다. 싱싱한채로 넘어온 배추가 잔뜩 절여지기까지 몇 번이고 들어 나르는 일부터 해서 좌우지간 힘 쓰는 일은 내 차지였던 까닭이다. 그렇게 이틀 남짓 힘을 쓰고나면 후한 포상을 받을 수 있었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돼지고기 수육. 바로 그것이었다. 주방에서 어머니 옆에 붙어 몇 점을 야금야금. 밥상에 앉아서는 갓 담근 김치를 얹어 한 점. 조금 물리면 깔끔하게 새우젓으로만 상추쌈을 싸서 한 점. 그렇게 배가 터지도록 보쌈을 먹고나면 이틀 고생은 생각도 나지 않았더랬다. 아니, 오히려 다음 김장철을 애타게 기다리게 되는 일이었다.
어느새 집을 나와 산지가 8년이 되어간다. 어머니의 보쌈을 먹은지도 딱 그만큼이 되었다. 기억이 가물가물해질 법도 한데, 오히려 그 고소한 맛에 대한 추억은 점점 짙어져만 간다. 그래서 날이 추워지면 어김없이 돼지고기를 사와서 수육을 삶는다. 좁은 방 가득히 육수 끓는 훈기가 퍼지고, 밥짓는 단내가 나기 시작하면 준비는 끝이다. 비록 어머니가 담그신 김치가 아니라 공장에서 나온 김치를 먹어야 하지만, 고기 냄새를 빼려면 창문을 활짝 열고 두어시간 추위와 마주해야 하지만 아무래도 좋다. 흰 쌀밥에 김치 한 쪽 그리고 수육 한 점이면 모든 것이 그저 아름다워보이는 까닭이다.
재료
돼지고기 앞다리 살 600 g,
물 1.5 ℓ,
된장 4큰술,
월계수 잎 7장,
마늘 1 통(6-7톨),
통후추 15알,
양파 1 개 반,
생강 한 톨.
레시피
①양파는 껍질을 까서 반으로 잘라서 준비한다.
② 생강은 껍질을 벗기고 편을 썰어 준비한다.
③ 마늘은 껍질을 벗기고 칼등으로 한 번씩 눌러 으깨어 준비한다.
④ 물 1.5 ℓ에 돼지고기를 제외한 모든 재료를 넣고 강불에서 끓인다. 육수가 끓기 시작하면 10분 정도 끓도록 둔다.
⑤ 고기를 끓는 육수에 집어넣고 다시 끓어오를 때까지 기다린다. 다시 끓어오르면 중약불로 줄인다. 약 30분 정도 삶는다.
TIP 고기를 찬물에 넣게되면 고기가 뻑뻑해지므로 수육을 할 때에는 끓는 물에 고기를 넣는 것이 좋다.
TIP 고기를 젓가락으로 가운데까지 찔러보았을 때 붉은 기가 도는 육즙이 흘러나오지 않으면 익은 것이다.
⑥ 불을 끄고 10분-15분 뜸을 들인다. 뜸을 들인 후 건져서 먹기 좋게 썰면 완성.
TIP 육수와 고기가 함께 식도록 뜸을 들여야 건져서 썰었을 때에 고기가 뻑뻑해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