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학‧디자인‧UX의 시너지를 탐구하는 아티스트 팀
‘아트 인 메타버스’展 닷츠(dots) 인터뷰
공학‧디자인‧UX의 시너지를 탐구하는 아티스트 팀
2022.07.22 17:42 by 최태욱

[Artist in METAVERSE]는 예술과 기술을 융합하는 아티스트를 발굴‧육성하는 아티스트 매니지먼트 스타트업 ‘아츠클라우드’ 주최의 ‘아트 인 메타버스’展 참여 작가를 소개하는 연재 시리즈입니다. 

“성향은 잘 맞는데 깊게 공부한 분야는 각자 조금씩 달라요. 그로부터 나오는 시너지가 우리 팀의 강점이죠. 예술 표현의 측면에서 전혀 새로운 영감이나 배움을 얻는 경우가 참 많아요. 무엇보다 좋은 점은 ‘덜 쓸쓸하다’는 것이죠.(웃음)”

‘닷츠(dots)’는 집단예술성의 힘을 믿는 미디어 아티스트 팀이다. 점(dot)이 모여 선과 면을 이루듯, 김수한(30)‧김창수(30)‧양종훈(26) 작가가 모여 새로운 차원의 예술 세계를 탐구한다. 이들이 갖는 공통점과 차이점은 닷츠의 크리에이티브를 더욱 풍성하게 한다. ‘AI디자인랩’(국민대 테크노디자인전문대학원)에서 동문수학하며 동시대 사람들과 사회적 이슈에 집중한다는 공통점은 이들을 하나로 모았고, 자동차공학, UX디자인, 공업디자인 등 각자 차별화된 전문성은 팀의 추진력이 되었다. 그들이 찍어가는 점들은 그렇게 예술이 된다.

 

‘닷츠’_김수한(사진) 작가
‘닷츠’_김수한(사진) 작가

| 사람이 소중한 예술가들의 본격 사람 탐구
김창수, 김수한, 양종훈 작가는 목표를 공유하는 사람들이었다. 미래 디자인을 위한 커리큘럼을 운영하는 국민대 테크노디자인전문대학원 AI디자인랩의 동문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디자인 영역에 인공지능이나 데이터 사이언스 같은 핵심 기술을 결합하는 분야니 만큼, 멤버 모두 예술은 물론 기술에도 조예가 깊다. 

김수한 작가는 공업디자인 전공자로 멤버 중 유일하게 ‘직장인’ 신분이다. IT기업에서 사용자경험(UX) 기획자로 활동 중이다. AI와 UX를 융합한 초개인화 프로젝트에 특히 관심이 많다.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양종훈 작가는 디자인은 물론 웹 프로그래밍에도 능한 만능재주꾼으로, 미래 기술을 다양한 관점으로 해석하여 표현하는 것에 흥미를 느낀다.

 

‘닷츠’_김창수(사진) 작가
‘닷츠’_김창수(사진) 작가

김수한‧양종훈 작가가 기술보다 예술 쪽에 가깝다면 김창수 작가는 정반대다. 자동차공학을 전공하는 과정에서 공학적 사고를 체득했고, 이후 컴퓨터 기술을 활용하는 제너레이티브 아트(generative art‧컴퓨터의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자체적으로 생성되는 예술)에 제대로 꽂힌 케이스다. 김창수 작가는 “졸업 후 전공을 살려 기계 설계 분야 회사에 취업했는데, 하루 종일 혼자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일에 회의를 느껴서 진로를 재설정했다”면서 “학창시절부터 디자인에도 관심이 많았는데, 나의 공학적 지식과 디자인을 엮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AI디자인랩’에 지원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학교 공모전을 계기로 처음 합을 맞추게 된 세 사람은 뜻밖의 ‘케미’를 확인했다. 조곤조곤한 말투와 부드러운 표현이 특히 비슷했다. 무엇보다 잘 통했던 건 주제의식이다. 세 사람 모두 사람에 대한 깊은 관심을 예술적 자양분 삼는 특징을 가졌다. 세 사람을 관통하는 키워드가 ‘사용자경험’인 것 역시 사람에 집중하는 면모를 잘 보여준다. 사람에 대한 관심은 그 사람들이 처한 작금의 상황이나 문제들로 연결된다. 이를 고민하고 대중에게 쉽게 펼쳐 보이는 것이 바로 팀 ‘닷츠’의 작업이다. 

종착지는 같지만 그에 이르는 길은 다양하다. 하나의 이름으로 하나의 메시지를 담아내는 과정에서도 서로가 서로에게 끊임없이 영향과 영감을 주고받는다. 김창수 작가는 “작품의 철학을 담는 방식을 열심히 배우는 반면, 기술적인 부분들은 내가 조금 더 챙기려고 한다”면서 “그게 팀플레이의 매력이자 미덕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 ‘부캐전성시대’…미디어 아트에 담았다 
2021년 학기 초에 얼굴을 익힌 세 작가는 반 년 만에 뜻을 하나로 모았다. 공동작업 경험이 일천했던 작가들은 틈날 때마다 철학과 아이디어를 나눴다. 구성원 중 직장인이 포함되어 있는데다, 감염병 쇼크까지 확산되던 시기라 주로 온라인을 통한 화상회의가 이뤄졌다. 각자의 임무를 정한 후 그 결과물을 가지고 다시 모여 품평하는 과정이 이어졌다. 

그들이 주목하던 부분은 역시 사람과 관련된 사회 이슈였다. 급격한 고령화로 인한 문제나 도시-산간 지방의 정보격차, 최근 만연하고 있는 혐오 문제 등이 주로 논의됐다. 김창수 작가는 “팀 회의를 통해 생각하지 못했던 논리를 접한다거나, 새로운 관점을 얻게 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단지 특정 작업을 위한 과정이 아니라 향후 창작활동에 좋은 밑거름으로 작용될만한 것들”이라며 팀원들의 혜안을 치켜세웠다. 

 

‘닷츠’_양종훈(사진) 작가
‘닷츠’_양종훈(사진) 작가

지난 5월 31일까지 성수동 ‘언더스탠드에비뉴’에서 진행됐던 <아트 인 메타버스> 전시는 그들이 한땀한땀 찍어낸 점들이 하나의 면으로 모아진 첫 번째 무대다. 데뷔작인 만큼 그들의 공통 관심사인 ‘사람’ 그 자체에 집중했다. 동시대를 사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관찰‧토론하며 시대의 특성과 사람의 특징인 디지털 상의 다중 페르소나를 포착해낸 작품, 바로 ‘Multipe Persona'다. 

“요즘 말로 ‘부캐’같은 거죠. 현대인들이 다 가지고 있는 특징이잖아요. 저만해도 SNS나 메일 계정이 여러 개거든요. 이러한 현상에 대해 최대한 가치판단을 배제하고 있는 그대로 표현해보고 싶었습니다.”(김창수 작가)

‘Multipe Persona’는 터치디자이너(TouchDesigner)로 시각화를 하고, 애플의 개라지밴드(Garage Band)로 음악효과를 더한 작업이다. 터치디자이너의 노이즈 오퍼레이터를 중심으로 얼굴 이미지가 살아 움직이는 듯한 느낌을 구현했고, 영상물에 어울리는 음향을 현악기와 베이스, 그리고 이펙트로 표현했다. 해당 작품은 그 자체로 닷츠 멤버들이 지그시 바라보고 있는 동시대의 사람들이다. 닷츠 멤버들이 “각자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잠깐 멈추어 주변을 둘러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는 것에 목표를 두고자 했던 작업”이라고 입을 모으는 이유다. 

 

Multipe Persona(스틸컷)_인공지능에 의해 생성된 얼굴의 이미지가 계속해서 변화하는 모습을 통해 다중적 자아가 형성되는 과정을 나타냈다.
Multipe Persona(스틸컷)_인공지능에 의해 생성된 얼굴의 이미지가 계속해서 변화하는 모습을 통해 다중적 자아가 형성되는 과정을 나타냈다.

닷츠에게 아츠클라우드의 <아트 인 메타버스>전시는 특별한 시간이었다. 각자 다른 배경의 젊은 아티스트들이 모은 열정이 비로소 빛났던 경험이었기 때문이다. 김창수 작가는 “우리에겐 뜻 깊고 영광스러웠던 데뷔무대”라며 “사람에 대한 관심을 연결고리로 멤버들이 뭉쳤고, 이를 다시 사람들과 함께 공유할 수 있었다는 차원에서 기쁘고 감사한 마음”이라고 밝혔다. 

현재 닷츠는 여전히 따로 혹은 같이 연구 및 작업활동에 매진하며 다음 작품을 구상 중이다. 그들이 함께 만들어왔던 아이디어 노트에는 우리가 살고 있는 사람들과 그들을 둘러싼 다양한 사회 이슈가 빼곡 채워져 있다. 기술과 예술의 결합을 연구하는 정체성을 살려, 증강현실(AR)로 제너레이티브 아트를 구현하는 프로젝트도 구상 중이다. 팀원들은 여전히 너나할 것 없이 사회적 이슈를 제기하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아이디어를 던진다. 그 과정에서 찍히는 방점에는 언제나 ‘사람’이 있다. 

“이제 시작하는 셈이잖아요. 앞으로 우리가 전하는 메시지가 우리의 정체성을 만들어 가겠죠. 현 시점에선 대중 친화적인 작가로 다가가는 것이 목표예요. 깊은 메시지를 통해 소수의 사람들이 오래 생각하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보다 가벼운 메시지로 더욱 많은 사람들이 잠깐이나마 생각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니까요.”

 

/사진: 닷츠 제공 

 

필자소개
최태욱

눈이 보면, 마음이 동하고, 몸이 움직이는 액션 저널리즘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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