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에 숨겨진 1인치의 예술성을 탐구하는 아티스트
‘아트 인 메타버스’展 올가 골루베바 작가 인터뷰
사물에 숨겨진 1인치의 예술성을 탐구하는 아티스트
2022.08.10 16:18 by 최태욱

[Artist with ARTSCLOUD]는 아티스트 매니지먼트 스타트업 ‘아츠클라우드’ 주최의 국제 미디어 아트페어 ‘아트 인 메타버스’展에 참여했던 해외 작가를 소개하는 연재 시리즈입니다. 

“예술가의 목표는 하나에요.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지 않는 것이죠. 아무리 예쁜 꽃이라고 해도, 보이는 그대로 그려내는 건 지루하죠. 예술가는 사물에 숨겨진 분위기와 감동을 전달하기 위해 점·선·색을 가지고 놀 수 있어야 해요. 그걸 해낼 수 있다면, 그 아름다움을 혼자만 간직할 수 없게 되죠.(웃음)”

올가 골루베바(Olga Golubeva·47·이하 올가) 작가의 예술적 동력은 이성과 감성의 균형감이다. 남다른 호기심과 창의력으로 불을 지폈고, 교육학자로서의 연구능력과 실험정신으로 활활 타올랐다. 자신이 놀랄만한 오브제에 세상이 놀랄만한 변주를 가미하는 작가 고유의 작업 스타일이 빚어진 배경이다. 학구적이면서 감성적인 프리즘으로 세상을 투사해 왔던 15년, 이제 작가는 ‘애니메이션’과 ‘가상’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창의력을 확장해가고 있다. 지난 1월부터 5월까지 국내에서 진행됐던 <아트 인 메타버스> 전시에서 한층 넓어진 세계관을 선보였던 올가 작가에게, 그녀가 재창조하는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직접 들어봤다. 

 

올가 골루베바(사진) 작가
올가 골루베바(사진) 작가

-예술가인 동시에 학자라는 소개가 인상적이다. 
“실제 학위(master's degree)를 가진 교육학자다. 예술가들의 자기소개에는 비슷한 구절이 있다. ‘천부적인 재능을 물려받았다’거나 ‘아주 어렸을 때부터 그림을 그렸다’는 내용이다. 내 경우엔 해당사항이 없다. 나는 스무 살이 돼서야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단순하지만 강렬한 호기심이 있었고, 운 좋게 좋은 선생님을 만나면서 잠재된 재능이 발현된 케이스다. 개인적으로는 교육에 대한 지식이 창의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믿는다. 작품의 주된 영감도 열정적인 연구로부터 나온다.” 

-교육학자로서의 전문성이 예술 작업에 미치는 영향을 조금 더 설명해 달라. 
“우리의 뇌는 패턴과 퍼즐을 좋아하는데 이 속에는 ‘조화’가 숨어있다. 예술가의 작업이 조화를 찾고, 그것을 강화하는 일이라고 봤을 때 앞단의 영역은 논리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다. 지난 15년 동안, 다른 각도에서 세상을 보며 패턴을 발견하고, 조화를 포착하는 법을 가다듬어왔다. 실제로 나는 자연의 형태나 이상한 동식물에서 큰 영감을 받곤 하는데, 거의 모든 작업이 상상으로 시작되기보다는 참고자료로부터 출발한다. 내 작품이 학술묘사(Scientific drawing)나 자연묘사(Nature drawing) 부문에서 특히 주목받는 이유다. 심지어 데뷔작품의 제목도 ‘동물학 연구실’이다.(웃음)”

 

올가 작가의 데뷔작품 ‘동물학 연구실’
올가 작가의 데뷔작품 ‘동물학 연구실’

-주제나 표현 방식 면에서는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나?
“한마디로 표현하면 ‘미지에 대한 탐험’이다. 여기서 말하는 미지는 어떠한 사물이든 분명히 지니고 있지만 숨겨져 있는 속성 같은 것이다. 예를 들어 시들어 있는 식물이 담긴 크리스털 꽃병이 있다고 쳐보자. 이걸 그대로 그리면 어떤 특별함을 선사할 수 있겠는가? 동물이든, 사람이든, 풍경이든 마찬가지다. 가장 똑같이 재현하는 건 사진이 제일 잘한다. 예술가는 그 속에 숨겨진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이를 자신만의 관점으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가진 지식과 생각, 그리고 사물을 통해 얻은 특별한 영감이 결합되는 순간 최고의 예술작품이 탄생한다. 눈에 보이는 대로 ‘이름표’를 붙이는 건 예술가의 덕목이 아니다.”

 

평범한 꽃병의 모습을 재해석한 작가의 정물화(오른쪽). 올가 작가는 “나의 작업은 세상을 놀라게 하기 위해 현실을 변화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평범한 꽃병의 모습을 재해석한 작가의 정물화(오른쪽). 올가 작가는 “나의 작업은 세상을 놀라게 하기 위해 현실을 변화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츠클라우드의 ‘아트 인 메타버스’ 전시에는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올가 작가는 국내외 미디어아티스트 100명을 선발하는 해당 전시에서 Top5에 포함됐다.)
“오늘날의 예술은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가상 환경의 등장으로 새로운 황금기를 경험하고 있다. 새로운 기술이 생겨나고 결합하는 과정에서 예술의 트렌드 또한 끊임없이 변화한다. ‘아츠클라우드’는 이를 잘 알고 있는 듯하다. 가상 예술에 오롯이 집중했고, 이를 매우 잘 해냈다. 이런 트렌드의 잠재력과 그 속에 담긴 가치를 보여주기 위해 전 세계에서 훌륭한 예술품들을 모았으니 말이다. 나 역시 작년부터 ‘애니메이션’과 ‘가상’이라는 키워드로 표현의 범위를 넓혀왔다. ‘아트 인 메타버스’의 공고를 보자마자 ‘이게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야!’라고 외치며 도전할 수밖에 없었다.(웃음) 전시회를 준비하면서 새로운 지식을 많이 얻었고, 내 일이 흥미롭다는 것도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한국의 많은 대중들에게 나의 예술을 보여줄 수 있어 영광이었다.”

 

올가 작가의 ‘아트 인 메타버스’ 출품작_Sounds of the Sky. Blue Lighthouse.
올가 작가의 ‘아트 인 메타버스’ 출품작_Sounds of the Sky. Blue Lighthouse.

-‘아트 인 메타버스’ 전시에 선보였던 작품에 대해 설명해 달라.
“출품작 ‘Sounds of the Sky. Blue Lighthouse.’는 캔버스에 그려진 유화이며, 증강현실 속에 있는 애니메이션 작품이다. 그림을 그리는 데 필요한 시간은 일주일에 불과했지만, 모든 작업은 두 달 넘게 걸렸다. 애니메이션과 증강현실 앱을 만드는 데 그만큼 시간이 소요된 것이다. 이를 위해 난생 처음 게임 엔진을 공부하고, 관련 포럼이나 세미나에 참석하고, 많은 자료들도 뒤적여야 했다. 개인적으로는 엄청난 도전이었다. 절망적이고 난감했던 순간도 더러 있었지만, 결과적으론 모든 것이 행복한 경험이었다.”

-작품을 통해 관객들에게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무엇인가. 
“우리의 삶이란 것은 필연적으로 지루하고 복잡하며 싫증이 난다. 이는 나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다보니, 때론 비현실적이며 몽환적인 것에 끌린다. 그것이 내가 작업을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금의 세상은 한 발 더 나아가, 문자 그대로 ‘그림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가능해졌다. 이러한 기술적 진보는 늘 미지의 탐험을 꿈꿔왔던 나를 더욱 흥분시킨다. 관객들도 그런 경험을 했으면 좋겠다. 다른 세계, 다른 하늘의 신비로움이 관객들의 사그라진 열정을 부추기는 방아쇠가 되었기를 바란다.”

 

지난, 2009년 라트비아 비즈니스 여성 협회 포럼 그룹전에 참가했던 올가 작가의 모습
지난, 2009년 라트비아 비즈니스 여성 협회 포럼 그룹전에 참가했던 올가 작가의 모습

-새로운 기술과 트렌드에 대해 적극적이라는 점에서, 작가로서의 향후 계획과 포부도 궁금하다. 
“이번 작업을 하면서 ‘기술’에 완전히 매료됐다. 21세기에 산다는 것이 행복할 정도다. 어릴 때 읽었던 공상과학 소설 속에 살고 있다는 느낌마저 든다. 메타버스 세상은 우리 자신을 변화시킬 수 있는 공간이다. 많은 대중들에게 ‘가상 세계를 두려워하지 말라’는 말을 꼭 하고 싶다. NFT 역시 디지털 아트를 존경받는 예술로 만들 수 있는 귀한 도구이자 기회가 될 것이다. 수많은 예술가들이 조화로이 성장시켜 나갈 것이라고 믿는다. ‘금융’이나 ‘투자’같은 단어를 빼고 순수하게 바라볼 수만 있다면 말이다. 예술가로서의 개인적인 바람은…‘사람들이 내 그림을 보고 미소를 짓는 것’ 하나뿐이다.”

 

/사진: 올가 골루베바 작가 

 

필자소개
최태욱

눈이 보면, 마음이 동하고, 몸이 움직이는 액션 저널리즘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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