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특한 터치로 심연을 파고드는 미디어 아티스트
‘아트 인 메타버스’展 아레조 라메자니 작가 인터뷰
독특한 터치로 심연을 파고드는 미디어 아티스트
2022.08.13 11:04 by 최태욱

[Artist with ARTSCLOUD]는 아티스트 매니지먼트 스타트업 ‘아츠클라우드’ 주최의 국제 미디어 아트페어 ‘아트 인 메타버스’展에 참여했던 해외 작가를 소개하는 연재 시리즈입니다. 

“인간은 공통된 경험을 가지고 있어요. 그 경험을 토대로 우리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가 바로 ‘예술’이죠. 저는 예술을 통해 관객들 내면의 깊은 곳에 다다르고자 하고, 그것들을 서로 연결하려 합니다. 쉽게 말하면 공감이죠. 내 작업이 관객들에게 공통된 감정을 불러 일으켰으면 좋겠어요.”

아레조 라메자니(Arezou Ramezani·31, 이하 아레조) 작가는 감정에 집중하는 아티스트다. 음악에서 모티프를 얻는 특유의 발상법이나 오랜 실험 끝에 확립한 잉크 표현기법 등은 가장 날것의 감정을 끄집어내기 위한 작가만의 노하우다. 지난 10년 간 공감과 감동을 탐구하고 표현해왔던 작가는 최근 다양한 변신을 꾀하고 있다. 유명 아티스트들을 인터뷰하는 팟캐스트를 운영하거나, 미술 교육용 앱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을 설립하는 식이다.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두 가지인 그림과 애니메이션을 엮어 ‘비디오아트’의 세계에 도전한 것도 또 하나의 변주다. 지난 1월부터 5월까지 국내에서 진행됐던 <아트 인 메타버스> 전시에서도 특유의 개성을 유감없이 뽐냈던 아레조 작가를 직접 만나, 그녀의 새로운 도전기를 직접 들어봤다.

 

아레조 라메자니(사진) 작가
아레조 라메자니(사진) 작가

-회화 스타일이 굉장히 특이하더라. 예술적으로 남다른 성장 배경이 있을 것 같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화가가 되고 싶었지만, 실제로 배우기 시작한 건 고등학교 이후다. 이란의 테헤란과 영국의 본머스에서 애니메이션 석사 과정까지 마쳤고, 대학원 졸업 후에는 ‘아레조 아트’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플랫폼에서 활동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여러 매체에서 청중들의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작업을 실험했는데, 그 과정에서 굳어진 게 지금의 잉크 표현 스타일이다. 성장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은 미지에 대한 호기심과 배움에 대한 열정이라고 생각한다. 호기심과 열정은 에너지가 되어 나를 움직이게 한다. 대학 도서관을 들락거리며 수많은 책을 봤고, 드로잉 클럽이나 사진 동아리에도 열성적이었다. 덕분에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는 용기도 생겼다.” 

-그간의 예술적 행적에서 의미 있었던 순간들을 꼽는다면?
“내 그림을 본격적으로 판매하기 시작한 건 2013년부터였다. 그림뿐만 아니라 그림이 그려진 다양한 상품도 만들어 전 세계에 소개했다. 나는 이런 활동이 내 영혼의 씨앗을 전 세계에 심는 것과 같다고 본다. 최근에도 스위스, 포르투갈, 미국, 그리스, 스페인, 이란, 스웨덴 등에서 열리는 다양한 축제와 전시회에서 작품을 공유하고 있다. 작가로서 가장 기억나는 순간은 첫 전시회였던 ‘The Dragon Lair’ 무대였다. 다락방에 있는 잡동사니를 재조합하여 만든 조각품을 선뵈었는데 반응이 괜찮았다. 영화 ‘반지의 제왕’ 콘셉트 아티스트로 유명했던 존 하우(John Howe)에게 특별히 좋은 평가를 받기도 했는데, 그때 그 언급이 향후 활동에 큰 자신감이 되었다.”

 

아레조 작가의 독특한 잉크표현 기법을 잘 보여주는 작품_oblivate_2018_ink on paper
아레조 작가의 독특한 잉크표현 기법을 잘 보여주는 작품_oblivate_2018_ink on paper

-주제나 소재를 다루는 기준은 무엇인가. 
“프로젝트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대게 메모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머릿속에 피어난 아이디어들을 많이 적어두는 편이고, 이를 간단히 스케치하면서 작품이 시작된다. 특이한 건 영감의 대부분이 음악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노래 가사와 멜로디가 비전을 제시해 주고, 펜과 붓이 향할 길을 알려준다. 조금 더 크게 보면, 내 작업의 주제는 보편적인 정서다. 당신이 누구인지, 어디에 있는지, 어떤 종교나 정치를 추앙하는지와 상관없이 모두가 함께 공유하고 있는 상식과 경험에 의거하여 공통적으로 느끼는 감정에 대해 다루려고 한다.” 

-대표작품 몇 점을 소개한다면?
“앞서 음악에서 영감을 받는다고 말했는데 ‘trading my soul’ 같은 작품이 대표적인 사례다. ‘툴 밴드(Tool band)’의 노래를 듣다가 ‘무슨 일이 일어날지 두려워서…살아남는 것이 나의 유일한 친구다(Surviving is my only friend, Terrified of what may come)’라는 가사에 빠져 작업을 했던 경우다. ‘Three Wise Masks’라는 작품은 ‘악을 보지 않고 악을 듣지 않으며 악을 말하지 않는다’는 속담을 재해석한 작업이었다. 우린 막연하게 악을 멀리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살지만, 실제로는 마스크를 쓴 채 악을 보고, 악을 듣고, 악을 말하는 주변 사람들에게 압도당하는 아이러니를 표현했다.” 

 

아레조 작가의 작품 ‘trading my soul’(왼쪽)과 ‘Three Wise Masks’
아레조 작가의 작품 ‘trading my soul’(왼쪽)과 ‘Three Wise Masks’

-오랫동안 회화 작가로 활동했는데, 최근에는 비디오아트 작업도 활발하다고 들었다. 
“최근 들어 그림과 애니메이션이라는 두 가지 열정을 어떻게 통합시킬 수 있는지 발견하게 되었고, 비디오라는 매체를 탐구하기 시작했다. 나의 잉크 스타일과 디지털이 만날 수 있는 접점이 있더라. NFT에 대해 학습하기 시작한 것도 그 무렵부터였다. ‘Makersplace’, ‘Foundation’, ‘Opensea’ 같은 다양한 플랫폼에서 잉크 작품을 제작해 보기도 했다. 미친 듯이 빠른 세상에 적응하려면 계속 배우고 성장하는 방법 밖에는 없는 것 같다.(웃음)”

-아츠클라우드의 ‘아트 인 메타버스’ 전시 참여도 그런 배움과 성장의 일환인 것 같다. 
“디지털 아트 작품을 본격적으로 전시하기 시작하면서 내게 너무 큰일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아트 인 메타버스’ 전시에 참여하게 된 것도 그 중 하나다. 개인적으로, 아츠클라우드가 전 세계 100대 작가들의 전시회를 여는 방식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이 전시회는 내가 참가했던 여러 무대 중에서도 가장 훌륭하고 잘 정리된 곳이었다. 굉장히 영광스럽고 감사한 기회였다. 한국에 있는 내 친구들은 전시 기간 내내 수많은 전시 관련 영상과 사진들을 보내주며, 마치 내가 그곳에 있는 것처럼 느끼게 해주었다.”

-‘아트 인 메타버스’ 전시에 출품했던 작품을 소개해 달라. 
“이번 작품은 ‘Aberration of Inner Child’(내면의 아이의 일탈)라는 제목의 비디오아트다. ‘글리치’(컴퓨터 시스템의 일시적인 오류나 시스템 충돌) 효과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게 가장 큰 특징이다. 실험적인 애니메이터를 지향하는 나에게 글리치 아트는 새로운 매개체가 되어 주었다. 추억의 물건이었던 어린 시절의 인형을 빛과 그림자를 가지고 촬영했고, 그 비디오를 글리치 애니메이션과 결합했다. 여기에 싱크로되는 사운드를 추가해 분위기를 완성했다. 이를 통해 오늘날 세상에서 상실되고 지친 영혼의 주제를 보여주고자 했다.” 

 

 

‘아트 인 메타버스’ 전시장에서 만난 ‘Aberration of Inner Child’(우측 최상단)
‘아트 인 메타버스’ 전시장에서 만난 ‘Aberration of Inner Child’(우측 최상단)

-해당 작품을 통해 관객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나. 
“‘내면의 아이’라는 주제에 대해서는 이전에도 한번 표현한 적이 있다. 내게는 연작이 되는 셈이다. 두 번째 작품인 일탈은 자기 내부의 폭력 전쟁을 보여준다. 우리는 매일매일 새로운 정보를 취급한다. 그리고 이는 우리를 매우 바쁘고 산만하게 만든다. 일상의 잡음이나 삶의 고된 여정으로부터 좀처럼 벗어나기가 힘들다. 자연스레 우리가 지켜야 할 핵심 가치로부터 멀어진다. 해당 작품은 소음과 기생충에 둘러싸여 있는 동안 어두운 면으로부터 밝은 면으로 나아가기 위해 노력하려는 의지를 몽환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예술 외에 방송이나 사업 등 다양한 활동을 한다고 들었다. 향후 작가로서의 바람은 무엇인가. 
“여러 활동을 하고 있는 것 같지만 본질은 하나다. 각기 다른 매체에서의 실험을 통해 청중들의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작년부터 배우고 있는 NFT도 내겐 또 다른 실험 기회를 제공해주는 매체일 뿐이다. 예술가로서의 바람은 소박하다. 누군가 내 작품 중 하나를 소유하고 있거나 관람을 할 때, 작가인 내가 의도했던 걸 얻을 수 있기를 바란다. 작품에 스민 감정에 대해 공감하고, 덕분에 외로움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기를 바랐던 의도 말이다.”

 

/사진: 아레조 라메자니 작가 

 

필자소개
최태욱

눈이 보면, 마음이 동하고, 몸이 움직이는 액션 저널리즘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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