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영화가 어때섷ㅎㅎ
독립영화가 어때섷ㅎㅎ
2018.01.20 00:32 by 송희원

“독립영화는 보는 사람만 보지 않나요? 무겁고 지루하잖아요. 그런데 희한하게 독립영화를 보는 사람들을 보면 거꾸로 상업영화가 재미없다고 하더라고요. 독립영화엔 어떤 재미가 있는 걸까요?”

-서울에서 익명의 제보자가

 

지난 화에서 독립영화의 정의에 대해서 살펴봤다. 짧게 정리하면 독립영화는 ‘자본’과 ‘권력’, 그리고 ‘정서’의 측면에서 독립을 추구한다.(지난 화 참고)

독립영화에는 하나의 범주로 묶일 수 없는 다양한 영화들이 존재한다. 장·단편, 극영화, 실험영화, 다큐멘터리, 애니메이션 등. 국내 유일의 독립영화 경쟁영화제인 ‘서울독립영화제’에는 지난해 1,237편의 작품이 접수됐다. 한 해에도 이렇게 많은 독립영화들이 나오는데, 이들을 모두 ‘무겁고’ ‘지루하다’고 일반화할 수 있을까.

만약 질문자가 독립영화를 한 번도 보지 않고 이렇게 말하는 것이라면, 그건 편견일 것이다. 봤는데도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라면, 단지 운이 나빴던 것뿐이다. 하고많은 작품들 중에서 하필이면 자신의 취향에 맞지 않았던 작품을 본 것일 테니까.

독립영화에 대해 이러한 선입견을 갖는 것도 일견 이해가 간다. 대개 사람은 접해보지 못한 것에 대해 ‘장벽’을 느끼는 법이다. 실제 장벽도 존재한다. 멀티플렉스 같은 영화관 상영작들 중에서 기껏해야 한 편 정도 겨우 볼 수 있는데 그것마저 상영시간이 드문드문해서 맞춰서 보기 쉽지 않다.

<내가 어때섷ㅎㅎ>(정가영 감독, 2015) (사진: 네이버 영화)
<내가 어때섷ㅎㅎ>(정가영 감독, 2015) (사진: 네이버 영화)

 

| 일상 속 평범한 위로가 되는

“<내 친구 정일우> 故 정일우 신부님의 본명은?”
“<델타보이즈>에서 주인공들이 대회에 나가기 위해 연습하는 노래는?”

지난 12월 28일, 서울 종로구에 있는 인디스페이스에서는 독립영화 퀴즈가 한창이었다.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에서 ‘후원회원의 밤’ 행사로 마련한 자리였다. 독립영화관을 후원하거나 독립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함께 영화를 본 뒤 음식을 나눴다. 이후 독립영화에 대한 퀴즈도 풀었다. 영화를 세심히 보지 않으면 절대 못 맞출 만큼 무척 까다로운 문제들이었다. 그런데 유독 문제 출제가 끝나기도 전에 맞히는 사람이 있었다.

자신을 콘텐츠 관련 일을 하고 있다고 소개한 서지은(31)씨는 대학생 때 처음 독립영화를 접하고 그 매력에 빠져들었다고 한다. 서씨는 독립영화의 일상적이고 다양한 소재에 끌린다고 설명했다.

“영화는 가리지 않고 많이 봐요. 이야기를 좋아하거든요. 그런데 독립영화는 좀 더 일상적인 것들을 다루는 느낌을 받아요. 돈 냄새가 덜 난다고 할까… 그런 점이 좋은 거죠. 상업영화 보다 좀 더 다양한 이야기를 다루는 점도 좋고요.”

이날 퀴즈를 낸 이지윤(24·인디스페이스 관객기자)씨는 독립영화를 보면 마음이 편해진다고 한다. 반면 상업영화를 보고 나면 왠지 위화감을 느끼고 뭔가 동떨어진 느낌이 든다고.

“독립영화를 보면 나랑 닮은 누군가를 영화 속에서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요. 많은 위로를 받죠. 애써 ‘힐링’시켜주려고 하거나, ‘통쾌함’을 안겨주려 하지 않는데도 늘 따뜻한 위로를 선물해주는 게 독립영화인 것 같아요.”

<내친구 정일우>(김동원 감독, 2017)(좌), <델타보이즈>(고봉수 감독, 2017) 스틸 (사진: 네이버 영화)
<내 친구 정일우>(김동원 감독, 2017)(좌), <델타보이즈>(고봉수 감독, 2017) 스틸 (사진: 네이버 영화)

 

| 좋은 영화, 나쁜 영화, 이상한 영화

독립영화든 상업영화든 재미없고 지루한 영화는 존재한다. 여기서 방점은 영화 자체에 대한 취향존중과 선택의 문제에 있다. 독립, 상업이라는 이분법적인 구분과 편견보다는 말이다. 그리고 독립영화도 상업영화처럼 볼 수 있는 환경 역시 중요하다.(독립영화 상영관에 대해서는 다음 화에서 다뤄보겠다)

영화를 보는 것은 개인의 취향 문제다. 자연히 좋은 영화와 나쁜 영화라는 평가 역시 주관적이다. 누군가에게 별점 하나의 영화가 누군가에게는 5개의 영화일 수도 있고, 시간이 지나면 그 평가마저 한 개인 안에서도 변할 수 있다.

독립영화를 왜 봐야 하는지를 설명할 수 있지만, 꼭 봐야만 한다고 강요할 수 없다. 누구도 자신의 취향을 강권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내가 맛있게 먹은 음식, 재밌게 본 책이 있으면 주위 사람들한테 한번 추천하는 것처럼, 독립영화도 어깨 한번 으쓱하면서 가볍게 권해보는 것뿐이다. 이렇게 말이다.

“오늘 독립영화 한 편 어때요?”

인디스페이스 관객라운지의 포스터
인디스페이스 관객라운지의 포스터

 

Editor's Choice

<초인>(서은영 감독, 2016), <춘몽>(장률 감독, 2016)
<초인>(서은영 감독, 2016), <춘몽>(장률 감독, 2016)

(이번 화는 에디터의 추천이라기보다는 인터뷰이의 추천이다)

이지윤 “아 너무 많은데…. 그래도 꼽자면, 제 영원한 사랑 양익준 감독, 박정범 감독이 배우로 참여한 장률 감독의 <춘몽>을 제일 좋아해요. '저게 뭘 의미하는 거지?'라고 파고들기 보단, 그냥 영화 그 자체가 어떻게 내게 다가오는지에 집중하기 좋은 영화인 것 같아요. 볼 때마다 많은 위로를 받는 영화에요.”

서지은 “가장 좋아하는 독립영화는 <초인>이에요. 제 인생 영화 중 하나이기도 해요. 처음 보고 정말 좋아서 웬만하면 N차 관람을 잘 안 하는 편인데 이건 여러 번 봤어요. 몇 번 봐도 참 좋더라고요. 전 약간 말 똑 부러지게 하는 배우를 좋아하는데, 영화 속 ‘수현’이라는 캐릭터(채서진 분)가 할 말 다 해서 좋았어요. 초인 외에도 개봉하는 독립영화는 웬만하면 다 좋은 것 같습니다(웃음).”

<초인>은 네이버 영화에서 <춘몽>은 독립영화 전문 사이트, 인디플러그에서 다운로드해서 볼 수 있다.

 

※<TF_독립영화>는 독자 여러분의 참여로 꾸려나가는 콘텐츠입니다. 평소 독립영화에 대해 궁금했던 점이 있거나 제보할 것이 있는 분들은 댓글을 달아 주시거나, 메일(ssong@thefirstmedia.net)로 보내주세요:)

 

필자소개
송희원

목표 없는 길을, 길 없는 목표에 대한 확신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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