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바 마윈이 후계자에게 남긴 8글자
알리바바 마윈이 후계자에게 남긴 8글자
2019.04.28 21:55 by 제인린(Jane lin)

'차이나는 業템포'는 청년 창업의 메카로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의 창업 현주소를 진단해하는 시리즈 콘텐츠입니다.

지난 2월, 알리바바의 장용(张勇) 회장이 ‘알리청년간부캠프’에 나타나 ‘인생의 모토로 삼고 있는 여덟 글자’를 공개했다. 장 회장이 공개한 이 문장은 지금으로부터 약 6년 전 알리바바(이하 알리 그룹)의 창업자이자 그룹의 정신적 지주인 마윈(马云) 이사장에게 전달받은 것이라고 한다. 장 회장은 “이 글자들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알리 그룹을 굳건하게 운영할 수 있는 원동력”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해당 문장은 바로 ‘파이빙부전(排兵布阵)’과 ‘용런줘싀(用人做事)’. 지난 20년의 알리바바 역사를 넘어, 향후 20년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나갈 이 문장은 무슨 뜻을 담고 있을까?

  

알리바바의 창업주 마윈 이사장은 현실적이고 진솔한 경험이 느껴지는 명언 제조기로 정평이 나있다.(사진:asnan_ad/Shutterstock.com)
알리바바의 창업주 마윈 이사장은 현실적이고 진솔한 경험이 느껴지는 명언 제조기로 정평이 나있다.(사진:asnan_ad/Shutterstock.com)

장용 회장이 대중에게 모습을 공개하고, 알리 그룹의 향후 행방에 대한 전략을 공개한 것은 마윈으로부터 회사를 승계받은 이후 처음이다. 장 회장은 마윈이 떠난 그룹을 성공적으로 혁신하며, 탁월한 사업적 수완을 인정받고 있다. 이 같은 평가에 대해 장 회장은 “태어날 때부터 지도자의 길로 가야하는 인물이 있는 반면, 오랜 세월 동안 꾸준한 훈련을 거치며 후천적으로 길들여진 인물도 있는데, 나는 후자의 경우”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렇듯 모든 사람이 학습을 통해 지도자로서의 역량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우리 그룹의 향후 인적자원(HR) 설계”라고 덧붙였다. 

그는 현재 알리 그룹을 이끌고 있는 상황을 설명하며 6년 전 ‘슈앙스이’(11월 11일 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 행사를 앞두고 마윈 이사장에게 받았던 ‘파이빙부전(排兵布阵)’과 ‘용런줘싀(用人做事)’에 대해서 언급했다. 이는 과거와 현재 알리 그룹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설정하는데 가장 중요한 지침이 되어 준 말이라고 한다. 

 

알리바바 창업주 마윈 이사장(왼쪽)과 그가 지목한 후계자 장용 회장
알리바바 창업주 마윈 이사장(왼쪽)과 그가 지목한 후계자 장용 회장

먼저 ‘파이빙부전(排兵布阵)’은 군대를 배치하고 전술을 계획하는 업무다. 이는 지도자 그룹이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회사 경영에 필요한 다양한 경영 전술에 대한 것이다. 기업은 각 분기마다 회사 경영 전략과 수익 다각화, 글로벌화 진출 계획 등을 세워야 하는데, 이 때 지도자가 고민해야할 셀 수 없이 많은 사안들을 고민할 때 필요한 부분이다. 

반면, ‘용런줘싀(用人做事, 인재를 양성해 일을 완성하다)’는 그룹을 지탱하는 다수의 직원이 가져야할 항목이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쟁 시장 체제 내에서 인재를 보유한 그룹만이 더 오랜 기간 생존, 번영할 수 있다는 알리 그룹이 지향점에 대한 궁극적인 해답이다. 

장 회장은 “과거 상당수 중대형 규모 그룹의 직원 교육 및 활용 전략이 ‘줘싀용런(做事用人, 일의 완성을 위해 사람을 쓰다)’에 머물렀다면, 알리바바는 이를 넘어 ‘용런줘싀(用人做事)’를 지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거에는 성과를 위한 용도와 수단으로 직원을 쓰는데 그쳤다면, 이제는 반대로 그룹 내 속한 직원들의 발전을 회사가 전폭적으로 지지하는 방향으로 경영 전략을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사람이 남는 장사를 해야만 더 오랜 기간 그룹을 운영할 수 있다”던 마윈 회장의 뜻과 일맥상통하는 것이기도 하다. 

 

사람이 남기는 것이 최고의 장사라던 마윈 이사장(사진: feelphoto/Shutterstock.com)
사람이 남기는 것이 최고의 장사라던 마윈 이사장(사진: feelphoto/Shutterstock.com)

알리 그룹 내에는 장용 회장과 창업주 마윈 이사장을 포함해 총 28명의 전문 경영진이 있다. 이들은 이사회 소집 등을 통해 알리바바 그룹의 크고 작은 결정 사항을 의논한다. 장용과 마윈 이사장을 제외한 26인의 지도자 그룹에 대해서는 언론에 공개된 바가 없기 때문에 이들은 ‘장막의 지도자’, ‘알리 그룹의 배후’ 등으로 불린다. 공산당 지도부의 일원이 다수 포함돼 있을 것이라는 소문도 무성하다. 

장용 회장의 경우, 지금이야 알리 그룹을 이끄는 명실상부한 CEO이지만, 사실 그룹의 창업 멤버는 아니다. 그는 지난 2007년 알리 그룹이 한창 ‘BAT(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등 중국의 3대 IT기업을 일컫는 신조어)’의 일원으로 주목을 받던 때, 마윈에 의해 전격적으로 발탁된 외부 전문 경영인이다. 지난해 9월, 마윈 이사장이 자신의 후계자로 장용 회장을 지목했을 때 세간의 큰 관심을 끌었던 이유도 그래서다. 마윈 이사장에게는 1명의 장성한 아들이 있었지만, 외부에 제대로 공개된 적은 없다. 알리 그룹의 경영에도 일절 참여한 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흔히 생각하는 후계자 구도가 아예 없었다는 얘기다. 우리나라 대기업은 물론, 중국 대기업도 ‘아버지-아들’로 이어지는 세대 간의 세습은 매우 쉽게 볼 수 있다. 형식적인 세대교체 대신 역량 있는 전문 경영인에게 그룹을 맡기는 선택이 매우 이례적으로 보였던 이유다. 

 

외부 전문 경영인 출신으로 그룹 CEO자리까지 오르게 된 장용 회장
외부 전문 경영인 출신으로 그룹 CEO자리까지 오르게 된 장용 회장

대권을 이어받은 장용 회장은 “외부에서 영입된 인재라 할지라도 알리 그룹에서 5년 이상 근무한 직원에 대해서는 그룹의 지분 일부를 소유하게 하는 등 외부 인재의 ‘알리화(化)’를 추진하는 것이 그룹 경영의 궁극적인 운영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는 본인 스스로가 외부 인사라는 핸디캡을 가진 상황에서 ‘누구에게나 기회가 있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장 회장은 이어 “알리 그룹은 개방화된 중국 경제의 상징과 같은 존재”라며 “향후 100년, 200년을 내다보기 위해 기업의 가치관과 문화를 이어갈 수 있는 후계자 양성 사업에 큰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에 따르면, 알리 그룹은 물질적인 면과 정신적인 면 등 두 가지 측면으로 나누어 발전해오고 있다고 한다. 수익과 규모를 늘리는 것이 물질적인 것이며, 오랜 시간 그룹을 지탱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정신적인 면이다. 그런데 그룹의 정신적인 면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것은 오직 사람, 그 중에서도 완전한 ‘알리화’가 진행된 직원들에 의해서 가능하다는 것이다. 장 회장은 이렇게 완전한 ‘알리화’가 진행된 직원을 가르켜 ‘알리족’이라고 지칭한다.

 

알리바바 그룹과 그 속에서 일하고 있는 '알리족'(사진: zhu difeng/Shutterstock.com)
알리바바 그룹과 그 속에서 일하고 있는 '알리족'(사진: zhu difeng/Shutterstock.com)

“어떤 이가 산에 올라가 멧돼지 사냥에 나섰는데, 눈앞에 멧돼지를 명중시키는 데 실패했다면? 비(非)알리족은 화가 난 멧돼지 앞에서 총을 버리고 도망가지만, 알리족은 나무 막대기를 들고 목숨을 건 혈투를 벌일 것이다.”

장용 회장과 마윈 이사장이 나눈 대화의 한 토막을 보면, 그룹이 ‘알리족’에 거는 기대를 짐작할 수 있다. 장용 회장은 “마윈 이사장은 알리 그룹을 지키기 위한 의지를 표명할 때마다 저 이야기를 인용했다”고 회상했다. 

이런 리더의 의지는 후계자에게도 고스란히 이어졌다. “알리바바에서 이루고 싶은 꿈이 무엇이냐?”는 마윈 이사장의 질문에, 장용 회장은 “나는 이미 보잘 것 없던 중소기업을 30억 달러 이상의 기업 가치를 가진 회사로 키워 낸 경험이 있고, 이 경험은 향후 알리바바를 300억 달러 이상의 기업 가치를 가진 기업으로 만들 것"이라고 답했다. 그리고 그의 말처럼 알리 그룹은 지난 2018년 기준, 이미 5000억 달러 이상의 기업 가치를 가진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장 회장은 “우리는 2036년까지 1000만 개의 소상공인이 우리 플랫폼에 입점하는 것을 볼 것이며, 1억 개에 달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시킬 것이며, 전 세계 약 20억 명의 소비자를 만나게 될 것”이라면서 “이를 위해서는 더 많은 수의 직원이 ‘알리화’되는 과정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필자소개
제인린(Jane lin)

여의도에서의 정치부 기자 생활을 청산하고 무작정 중국행. 새삶을 시작한지 무려 5년 째다. 지금은 중국의 모 대학 캠퍼스에서 학생들을 만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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