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연결 시대의 마스터키를 만들다
닻 올린 ‘그랑 프로젝트’, 손창배 트위닝 대표
초연결 시대의 마스터키를 만들다
2019.07.04 16:16 by 이창희

여기 카드가 하나 있다. 결제용 IC칩과 결제 정보의 선택에 따라 변동하는 능동형마그네틱이 모두 탑재돼 있고, 여기까지는 다양한 카드와 금융서비스를 탑재할 수 있는 조금 특별한 신용카드다. 그런데 앞면 가장자리에는 정체 모를 버튼이 달려 있다. 지문 스캐너다. 손가락을 얹으면 지문 인식이 가능한데, 이 카드는 단순한 결제 서비스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다. 온·오프라인상에 다양하게 존재하는 파편화된 개인정보가 생체 인증 ID로 통합돼 담겨 있다. 이는 그 옆에 붙어 있는 자그마한 LCD 화면으로도 확인이 가능하다. 그리고 이 모든 시스템을 구현하는 열쇠는 바로 블록체인이다. 트위닝의 야심작 ‘그랑카드(GranCard)’가 세상에 나올 준비를 마쳤다.

 

트위닝의 ‘그랑카드’.

 

| ‘객체’에서 ‘주체’로, 나만의 ‘라이프 ID’를 만들다

“이게 과연 카드일까요?”

서울 삼성동 트위닝 사옥에서 만난 손창배(46) 대표가 알 듯 말 듯 한 미소를 띠며 카드를 꺼내보였다. 그의 설명처럼 신용카드 모양의 전자기기, 즉 ‘그랑카드’에는 개인의 모든 정보를 담을 수 있다. 트위닝이 개발한 GIG알고리즘을 이용해 생체 정보에 난수를 조합한 뒤 고유한 ‘GU-ID’를 생성·부여하는데, 이는 해킹이나 위·변조를 통한 정보 유출에 대항해 강력한 보안성을 자랑한다.

그랑카드 안의 GU-ID로는 기존 서비스 영역에서의 회원 가입부터 로그인, 사용자 인증, 결제 및 금융 서비스 등 현존하는 대부분의 서비스를 온·오프라인 환경 제약 없이 어디서나 사용할 수 있다.  그렇지만 결제의 영역은 한 차원 더 높은 보안성이 요구되는 법. 그래서 트위닝은 결제 정보 전용으로 ‘GP-ID’를 추가로 마련했다. GU-ID를 기반으로 생성하되 ‘공개 키 기반구조(PKI)’ 알고리즘을 이용한다.

쉽게 풀어 설명하자면 개인 인증은 GU-ID로, 결제 시점에는 GP-ID를 사용하는 것이다. 자물쇠를 이중으로 거는 것과 같다. 설혹 GP-ID의 결제 정보가 해킹된다 해도 GU-ID의 인증이 없는 상태로는 해킹된 결제 정보를 사용할 수 없다.

“흩어져 있는 개인 ID를 ‘나’를 중심으로 모두 연결시켜 보자는 구상에서 출발했습니다. 기존 서비스에서 ‘나’는 참여자고 객체였지만, 저희 서비스에서는 ‘내’가 주인공이고 중심이 되죠.”

손 대표는 개인이 개인정보에 대한 가치를 알고, 이를 스스로 보호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개인정보의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세태에 안타까움을 내비치는 이유도 그래서다. 실제로 우리 주변에는 개인정보의 범위와 기초적인 권리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온라인상의 간단한 회원 가입 과정에서도 고민 없이 ‘동의’를 누르고, 그렇게 허술한 동의를 얻어 획득된 정보는 보험사와 마케팅 회사 등으로 헐값에 팔려나간다.

 

손창배 트위닝 대표. ‘연결과 결합’은 그의 철학이다.

물론 개인의 잘못만은 아니다. 오늘날 개인정보는 너무나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고 인증 방식 또한 복잡하다. 사용뿐만 아니라 보안과 관리 측면에서 어려움이 큰 것도 사실. 개인이 이용하는 서비스가 증가하고 확대될수록 신원을 증명하는 ID 역시 여기저기 흩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서, 신원의 도용과 위·변조, 그로 인한 금융사고의 위험성도 점점 커지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GU-ID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손 대표는 한 가지 예시로 최근 각 지자체에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바우처 사업을 들었다. 바우처 사업은 기초수급자나 청년 등을 대상으로 한 복지사업이다. 그런데 일부 공무원들이 수급자의 개인정보를 도용해 체크카드를 발급받아 부정하게 수급하고 사용하다 적발돼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손 대표는 바우처 사업에 GU-ID를 도입하게 되면 이 모든 문제를 단번에 해결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 산더미 규제와 짙은 색안경…그럼에도 왜 블록체인인가
앞서 언급한 것처럼 트위닝의 GU-ID와 GP-ID를 구현하는 바탕은 블록체인 기술이다. 이는 그랑 블록체인 플랫폼인 ‘G-Chain’으로 설명할 수 있다. G-Chain은 기존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강점과 약점을 면밀히 파악한 토대 위에서 탄생했다.

“투표에 의해 선출된 블록 프로듀서(Block Producer)가 별도의 채굴 활동 없이 블록을 생성 및 검증하는 합의 구조에요. 불특정 다수가 참여해 경쟁하는 기존의 채굴 방식과 비교해 속도가 빠르고 거래의 확정성이 담보된다는 특징이 있죠.”(손창배 대표)

투표를 통해 대표자를 선출하는 방식은 현대정치 체계인 대의민주주의와도 유사하다. G-Chain의 블록 프로듀서 선출 투표 역시 그랑페이 사용자와 협력사의 투표로 이뤄진다. 후보로 나선 이들은 마일리지 포인트나 제휴할인 같은 사용자 및 가맹점의 혜택 등을 공약으로 내걸고 경쟁한다.

이 같은 방식을 통해 생성된 ‘그랑코인’은 생태계 안에서 다양하게 사용된다. GU-ID와 GP-ID를 통해 각종 상거래는 물론이고 데이터 매매, 수수료 지불 등이 가능하다.

손 대표가 블록체인 시장에 주목한 것은 유일성과 고유성을 가진 생체정보 기반ID를 이용한 온·오프라인 인증 서비스와 금융 서비스의 가능성이었다. 그가 구현하고 싶은 것은 상용 비즈니스임에도 전통적인 금융시장은 거미줄처럼 얽힌 갖가지 규제로 한계가 명확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국내에서 블록체인 비즈니스를 한다는 이들은 그야말로 ‘지뢰밭’을 걷고 있었다. 기술 구현을 가로막는 규제, 충족시키기 버거운 비현실적인 요건 등이 산더미다. 외국과 비교해 경쟁력을 갖춘 기업들이 해외 시장을 주도해나가지 못한다는 지적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여기에 블록체인이라고 하면 색안경부터 끼고 보는 대중의 시각까지.

“그렇지만 마냥 불평만 하고 싶진 않아요. 더 좋은 기술과 서비스를 내놓으면 해결된다고 생각합니다. 사용자가 먼저 편리함을 느끼고 많이 사용하게 되면 제도나 법령도 그에 따라 변화할 수밖에 없을 테니까요.”

 

그랑카드의 주요 기능.

불행 중 다행히도 세상은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비자(visa)와 마스터(master) 같은 전통적인 신용카드 브랜드들이 블록체인 기반의 결제 플랫폼에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장기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금전의 흐름이 담긴 원장 관리에 블록체인 시스템을 도입하는 국내 은행들도 하나 둘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물론 아직까지 보완돼야 할 점은 적지 않다. 손 대표는 “올바른 가치철학을 지닌 회사들이 지속적으로 등장해야 하고, 그런 문화의 정착 속에 투기 목적의 사행성 회사들이 자연스레 퇴출되는 자정작용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손 대표는 이번 ‘그랑 프로젝트’가 완전히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전통적인 기술 기반의 기존 ‘플레이어’들이 보다 자유로운 시장에서 상호 보완적인 역할을 해내는 것이 그의 ‘큰 그림’이다. 궁극적으로는 그렇게 사용자 친화적인 서비스가 정착되고 나서야, 블록체인 시장이 현재의 ‘갈라파고스’ 신세를 벗어나 성장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랑의 뜻이 뭔지 아십니까. 외국어가 아닙니다. ‘동그랗게 잘 어우러져 살자’라는 의미의 순우리말이죠. 지금껏 운 좋게 여러 프로젝트와 사업을 해왔는데, 사실 이는 수많은 이들과의 연결과 결합을 통해 가능했습니다.. 원론적이지만 사업이나 회사는 고객들, 외부 파트너들, 회사 구성원들과의 연결들을 바탕으로 성장할 수 있죠. 그랑 프로젝트는 바로 그 철학 위에서 시작합니다.”

 

/사진: 트위닝

 

필자소개
이창희

부(不)편집장입니다. 편집을 맡지 않았고 편집증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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