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이커머스의 중동 상륙작전 ‘아부하킴’①
한국 이커머스의 중동 상륙작전 ‘아부하킴’①
2019.07.31 15:40 by 이창희

사막에서 불어오는 모래바람, 치렁치렁한 옷차림, 잔인한 테러리스트, 그리고 침대 축구. 중동 혹은 아랍에 대해 우리가 갖고 있는 이미지다. 지리적으로도 멀지만 문화적 정서적으로는 더더욱 먼 지역. 그런데 이곳에 진출하겠다며 호기롭게 나선 스타트업이 있다. 디지털 인프라가 낙후된 지역에 전자상거래 비즈니스로 승부를 걸겠단다. 한 손엔 코란 대신 아랍어를, 다른 손엔 칼 대신 한국 제품을 들고 중동을 겨냥하는 아랍 전문 이커머스 플랫폼 ‘아부하킴’이다.(TMI: ‘한 손엔 코란, 다른 손에는 칼’이란 말은 13세기 철학자 토마스 아퀴나스의 표현으로, 이슬람에 대한 오해의 소지를 담은 문구로 알려져 있다.)
 

유덕영 아부하킴 대표(오른쪽).
유덕영 아부하킴 대표(오른쪽).

| 외국어에 관심 많던 청년, ‘레어템’ 아랍어를 장착하다
말끔한 옷차림, 부드러운 미소. 깍듯한 매너. 강남 ‘패스트파이브’에서 처음 만난 유덕영 아부하킴 대표(34)의 첫인상이다. 중동에서 사업을 벌인다고 하기에 필자도 모르게 떠올린 모습과는 정반대였다. 사실 구릿빛 피부에 턱수염도 조금은 있는, 약간은 거친 그런 모습을 예상했었다. 역시 고정관념이 불러오는 편견은 무섭다.

유덕영 대표는 청소년기부터 외국어에 관심이 많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외국에 대한 관심이었다. 한국보다 해외의 소식과 상황이 신기하고 늘 궁금했다. 하지만 당시 TV나 신문 등으로 접하는 정보는 항상 부족했다. 막연하게나마 ‘언젠가 해외로 나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세계를 무대로 이곳저곳을 누비는 상상만으로도 그는 적잖은 행복감을 느꼈다.

그런 관심은 그를 외국어고 진학으로 이끌었다. 독일어와 영어를 배우며 외국어 습득에 맛을 들인 그는 대학 진학을 앞두고 고민 끝에 아랍어과를 선택했다. 남들이 많이 배우지 않는, 할 줄 아는 이들이 많지 않은 희귀한 언어에 대한 관심이었다. 어쩌면 그때부터 그의 몸속에는 ‘인싸’의 피가 흐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사실 처음에는 중국어를 생각했었어요. 그 당시 중국은 지금보다는 베일에 싸인 영역이 커서 관심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외고 들어갈 때 중국어과에 똑 떨어졌지 뭡니까.(웃음) 결국 중동이 새로이 저의 호기심을 끌어당긴 지역이 됐죠.”(유덕영 대표)

 

어서와, 아랍은 처음이지?
어서와, 아랍은 처음이지?

그렇게 야심차게 아랍어과에 진학했고 열심히 언어를 공부했다. 하지만 그가 궁극적으로 원했던 현지 경험의 기회는 얻기 어려웠다. 교환학생 프로그램과 어학연수 모두 이런 저런 사정으로 여의치 않았던 탓이었다. 그렇다고 그저 단순히 여행으로 짧게 다녀오는 것은 별로 내키지 않았다.

현지에 나갈 기회가 없다는 사실은 그에게 큰 갈증을 느끼게 만들었다. 그렇지만 그는 언젠가 찾아올 기회를 기다리며 칼을 갈았다. 교우들과 연구모임을 만들어 한국무역협회나 대한무역진흥공사(KOTRA) 등에서 발간하는 자료를 샅샅이 훑고, 국내에서 유학 중인 중동 유학생들과 적극적으로 어울렸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던가. 졸업반이었던 2012년, 그에게 뜻하지 않은 기회가 생겼다. 삼성전자에서 사우디아라비아 현지 근무 기회를 제공한 것. 사우디에 진출해 있는 생활가전 마케팅 부서 소속으로, 아직 학생 신분인 그에게는 절호의 기회였다.

“재고할 이유가 없었어요. 결국 졸업식도 하기 전인 2012년 12월에 사우디로 날아갔죠. 잘 적응할 수 있을까 걱정도 있었지만 기대와 설렘이 훨씬 더 컸습니다.”(유덕영 대표)

 

유 대표가 4년간 머물렀던 사우디아라비아 제다.
유 대표가 4년간 머물렀던 사우디아라비아 제다.

| 참수형이 존재하는 곳, 중동에 대한 101가지 오해
유 대표가 도착한 곳은 사우디 제 2의 도시 ‘제다’였다. 한국을 떠나올 때는 한겨울이었으나 도착하니 섭씨 47도의 무더위가 그를 반겼다. 말로만 듣고 책으로만 보던 중동은 예상과 달라도 한참이나 달랐다. 하루하루 새로운 것을 깨달아가는 재미도 있었지만, 동시에 ‘헉’ 하고 놀라는 일도 적지 않았다.

가장 먼저 깨닫게 된 사실은 그의 직무에서였다. 현지에서 그는 가전제품 마케팅을 담당했다. 워낙에 더운 지역이다 보니 에어컨과 냉장고 등이 주요 제품이었는데, 마케팅의 전략 자체가 한국과는 크게 달랐다. 한국의 경우 전기비용 부담을 최소화한 제품일수록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었던 반면 그곳에선 에너지 효율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에너지에 들어가는 비용이 상상 이상으로 저렴했기 때문이었다. 사우디는 전기의 원천인 기름이 무한대에 가깝게 생산되는 지역. 한국에서 2000원을 호가하는 고급휘발유 가격이 그곳에선 150원에 불과했다.

 

사우디에서 열일하던 시절의 유 대표.
사우디에서 열일하던 시절의 유 대표.

또 다른 것은 경찰 제도. 사우디에는 다른 나라에는 거의 없는 ‘종교 경찰’이 존재한다. 치안을 담당하는 일반 경찰과 달리 종교 경찰은 이슬람 율법을 위반하는 사람들을 제재한다. 일반 경찰에 비해 권위도 훨씬 높고 권한도 강력하다는 특징이 있다.

종교적 색채가 강해 국가적으로 알콜·돼지고기·마약·포르노·도박을 5대 악으로 규정하고 통제한다. 밀주를 만들어 마시거나 돼지고기를 먹다 적발되면 높은 벌금과 함께 징역형에 처해질 수도 있다. 그래서 중동 지역 주재원들은 삼겹살에 소주 한 잔이 간절할 때면 멀리 두바이까지 다녀오곤 했다고.

“공항에서 입국할 때 외장하드까지 검사합니다. 예전에 어떤 분이 외장하드에 19금 영상물을 넣어 왔다가 적발돼 압수를 당하고 큰 벌금을 물은 경우도 있었어요.”(유덕영 대표)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공개 참수형이 아직도 존재한다는 것이었다. 오늘날 사형제는 한국에서도 사실상 사문화됐고, 중국 등 몇몇 나라에서만 남아 있는 상태다. 그나마도 격리된 곳에서의 교수형이거나 전기의자를 이용하는데, 사우디에서는 지금도 공개된 곳에서 목을 벤다. 호기심이 매우 강했던 유 대표는 “문화적 이해 차원에서 한번쯤 참관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사우디에서 친해진 지인이 극구 말렸다. 엄청난 트라우마를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란 충고였다.

 

아랍에서의 여성 억압과 차별, 사실일까.
아랍에서의 여성 억압과 차별, 사실일까.

대학 시절에 아랍어를 배우면서 중동에 대해 습득했던 사실과 달랐던 부분도 꽤 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여성에 대한 억압과 차별이다. 유 대표도 처음엔 이를 부정적으로 인식했다. 하지만 지낼수록 조금은 이해가 가는 측면이 있었다.

이를테면 사우디의 스타벅스에 가면 출입문부터 주문 매대가 ‘싱글’과 ‘패밀리’ 2가지로 나뉘어 있다. 싱글은 성인 남성만, 패밀리의 경우 여성이나 부부 또는 가족만 이용할 수 있게끔 분리해놓은 것. 여기까지만 보면 분명 차별이다. 그러나 실제로 들여다보면 패밀리 쪽의 편의성이 훨씬 높다. 동선이 짧고 테이블과 의자가 고급이며, 화장실도 더 구비돼 있다. 이는 거의 모든 상점에서 동일하게 적용된다. 무엇보다도 무슬림 여성들 스스로가 이 모든 것들을 차별이라 이야기하지 않는다.

“중동은 여성의 지위가 낮고 차별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일정 부분 틀린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지나치게 서구적 시각일 수도 있다고 봐요. 차별이지만 동시에 저는 배려라고도 느꼈으니까요.”(유덕영 대표)

이렇듯 4년간의 사우디 생활 동안 유 대표는 나날이 ‘새로움’과 부딪혀야 했다. 하지만 그 과정은 일종의 ‘학습’이었다. 스스로도 모르는 사이에 비즈니스의 싹이 움트고 있었던 것이다.

/사진: 아부하킴

 

②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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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희

부(不)편집장입니다. 편집을 맡지 않았고 편집증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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