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위원 마음을 얻기 위한 정부지원사업 계획서 작성법
심사위원 마음을 얻기 위한 정부지원사업 계획서 작성법
2019.09.17 16:33 by 이창희

‘Guide業’은 세무·노무 같은 법리적 내용부터 투자 유치와 정부지원사업 등의 재원 조달 문제까지, 예비 혹은 초기 창업가들이 간절히 필요로 하는 정보를 다룹니다.

정부지원사업은 스타트업 혹은 초기 창업자라면 간과할 수 없는 존재다. 나랏돈을 지원받아 사업 자금 혹은 연구·개발(R&D)에 투입할 수 있다는 건 분명 떨치기 어려운 유혹이다. 물론 ‘남의 돈’이 으레 그러하듯, 양날의 검이 되기도 한다. 지원사업에만 목을 매다 정작 본연의 비즈니스에 소홀해지거나 심하면 좀비 기업이 되는 이들도 부지기수니까.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다. 불필요한 품을 들이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효율적으로 받아내고 합리적으로 사용하는 것. 여기에는 철저한 계획과 고도의 실행력이 요구된다. 막연하고 어렵게만 느껴질 당신을 위해 전문가의 가이드를 전한다.

 

‘스타트업 정부지원사업 사업계획서(PSST) 작성법’ 강의.(사진: 더퍼스트미디어)
‘스타트업 정부지원사업 사업계획서(PSST) 작성법’ 강의.(사진: 더퍼스트미디어)

┃사업을 위해 구분해야 할 것들

지난달 29일 관악 창업공간(서울시 관악구 봉천동)에서는 ‘스타트업 정부지원사업 사업계획서(PSST) 작성법’을 주제로 강연이 열렸다. 연사는 경영컨설팅 전문기업 ‘위캠’의 김세호 대표. 그는 실무적인 방법론 소개에 앞서 초기 창업가들이 저지르기 쉬운 실수나 모호한 개념 정리로 강연을 시작했다.

김 대표가 첫 번째로 강조한 것은 ‘수익 모델’과 ‘비즈니스 모델’의 구분. 실제로 현직 창업가들이 대다수였던 이날 참석자들 중 이 두 가지를 명확히 구분하는 이는 거의 없었다. 수익 모델은 (그의 발언을 빌려 조금 거칠게 표현하면) 소위 ‘수금 모델’이다. ‘직접적으로 돈이 되는 것’에 한정해 규정할 수 있다.

반면 비즈니스 모델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소비자에게 제공하고 마케팅하는 방법이 담긴 계획이다.

“자, 따라하세요. 현재는 이러 이러 하지만,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하면), 미래는 좋아진다. 저 괄호 안이 바로 비즈니스 모델입니다. 분명히 구분하고 숙지하시길 바랍니다.”

 

비즈니스 모델과 수익 모델의 구분은 사업의 기본.
비즈니스 모델과 수익 모델의 구분은 사업의 기본.

모델의 구분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고객의 구분이다. 그의 정의에 따르면 가끔 적게 돈을 지불하는 고객은 가장 하위에 위치한다. 그 위에는 자주 적게 돈을 지불하거나, 가끔 많이 돈을 지불하는 고객이 존재한다. 당연하게도 자주 많이 돈을 지불하는 고객이 가장 상위층에 위치한 진정한 ‘Customer’다.

“차별이 아니라 구분입니다. 물건과 서비스는 필요한 사람에게만 가게 돼 있고, 그것이 자본주의 시장의 미덕입니다. 세상 사람들 혹은 회사들을 모두 동일선상에 놓고 바라보는 건 무모하고 무책임한 비즈니스죠.”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정부지원사업 종류의 구분으로 이어졌다. 크게는 창업 지원과 연구개발 지원으로 나뉘는데, 전자는 예비창업자·주니어(만 39세 이하)·시니어(만 40세 이상)으로 다시 구분된다. 후자는 내역 사업과 내내역 사업으로 갈라지며, 디딤돌·혁신형·선도형 창업과제로 세분화된다.

심사와 집행 주체 역시 다양하다. 중소벤처기업부·농림축산식품부·교육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의 중앙정부 부처와 창업진흥원·중소기업진흥공단·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등의 산하기관이 있고, 각 지자체에서도 자체 지원하는 경우도 있다. 핵심은 자사의 비즈니스에 맞는 지원기관과 프로그램을 찾아내 도전하는 것이다.

 

자사에 맞는 지원사업 주체와 프로그램을 구분하자.
자사에 맞는 지원사업 주체와 프로그램을 구분하자.

┃사업계획서의 3요소, 그리고 “숫자로 이야기하라”

서론을 마친 김 대표는 사업계획서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정부지원사업 성패에 있어서 사업계획서의 비중은 절대적이다. 가장 객관적인 비교우위를 가늠케 하는 자료이기 때문이다.

사업계획서의 기본 틀을 크게 3가지로 정리했다. 그것은 ‘아이템(item)’과 ‘마켓(market)’, 그리고 ‘액션(action)’이다. 이를 구분해 작성할 때 사업계획서는 기본적인 짜임새가 갖춰진다.

아이템은 말 그대로 고객이 필요로 하는 제품 혹은 서비스다. 아이템이 무엇이고, 누가 왜 사용하며, 어째서 구매할 필요가 있는지에 대한 내용을 담아야 하는 영역이다. 이는 다시 말해 ‘고객의 니즈(needs)’이며 수익 모델로 연결된다.

여기에서는 ‘누구나’가 아닌 ‘특정인’을 타깃으로 해야 하고, 내가 아닌 고객에게 이로워야 하며, 고객이 자주 혹은 오래 사용할 수 있는 아이템이라는 사실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마켓은 간단하다. 기업이 바라보는 시장의 동향과 크기, 그리고 예상되는 매출이다. 사업계획서에서 이 영역은 자사의 아이템이 ‘얼마나 어떻게 돈이 되는지’를 나타내준다. 자사 제품·서비스와 연관된 인접시장의 규모, 독점했을 경우의 시장 규모, 초기 핵심타깃의 시장 규모 등을 뚜렷하게 기재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액션은 방법론 영역이다. 생산·판매·관리·자금조달까지의 추진 전략을 밝히고, 기존 방식 혹은 잠재적 경쟁자와 비교해 어떤 우위를 가졌는지 어필해야 한다. 기업의 미션과 비전도 여기에 담을 수 있다.

 

아이템과 마켓, 고객의 3요소를 간결하게 담아내는 것이 핵심.
아이템과 마켓, 고객의 3요소를 간결하게 담아내는 것이 핵심.

김 대표는 3가지 영역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방식으로 간결함을 강조했다. 가장 쉽게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은 숫자로 이야기하는 것이다. 모호한 표현으로 에두르지 말고 정확하고 공인된 데이터를 제시해야 한다. 숫자의 빈틈을 글줄로 채우려는 무리수를 두다 보면 사업계획서에 뻔한 이야기만 넘쳐날 수밖에 없다. 사람이 준비가 부족하거나 아는 것이 없으면 중언부언하게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돈 안 되면 글자 하나라도 아끼라’는 말이죠. 쓸데없는 단어 쓰지 마십시오. 가치의 제공은 고객에게 쓸데없는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것을 의미합니다. 고객이 원하는 가치만 전달하려 노력하시기 바랍니다.”

 

┃‘내’가 아닌 ‘수용자’ 입장에서 먼저

김 대표는 사업계획서를 만들기 전에 발표를 먼저 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지원하려는 정부지원사업에 대한 이해도와 필요성을 스스로 높이고 재확인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나아가 청자로부터 질문을 받고 답하는 과정까지 추가된다면 더욱 객관적으로 자사의 아이템을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작성 단계에서는 자사의 제품이나 서비스 혹은 기업 자체가 대단하다고 강조하면 안 된다. 사업계획서가 아닌 실제 비즈니스를 대단하게 하는 것이 진정으로 대단한 일이기 때문이다.

 

열강 중인 김세호 위캠 대표.
열강 중인 김세호 위캠 대표.(사진: 더퍼스트미디어)

그는 사업계획서도 문서의 일종이기 때문에 원리는 같다고 말한다. 가독성을 높여야 이해도가 올라가고 논리가 정립된다. 내용 파악을 못 하는 건 심사위원의 잘못이지만, 내용 파악을 못하도록 글을 쓴다는 건 작성자 잘못이다.

“계속 강조하지만 간결함이 생명입니다. 화려함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디자인에 지나치게 신경 쓰는 것은 금물이죠. 강조의 영역은 볼드체나 큰 폰트면 충분합니다. 도표나 이미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럴듯한 느낌을 주기 위해 첨부하고 싶겠지만 심사위원에게 해석을 맡겨서는 금물이고, 이해를 돕기 위한 적절한 설명이 필요합니다.”

 

필자소개
이창희

부(不)편집장입니다. 편집을 맡지 않았고 편집증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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