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빛 전략의 시대, 유통·물류 스타트업 ‘춘추전국’
무지개빛 전략의 시대, 유통·물류 스타트업 ‘춘추전국’
2021.04.05 20:44 by 이창희

유통과 물류는 가장 역사가 긴 산업군 중 하나다. 산업 형태가 다양화된 오늘날에도 해당 분야의 변화와 발전의 속도는 계속해서 가파른 기울기를 나타내고 있다. 단순히 몸집만 커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기술 개발을 바탕으로 다양한 서비스가 속속 등장하고 업계 전반이 점점 넓어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 안에서 저마다 다른 전략이 갖춰지고 바람직한 경쟁 또한 치열해지고 있다.

 

범위와 서비스 다양성이 날로 넓어지는 유통·물류 분야
범위와 서비스 다양성이 날로 넓어지는 유통·물류 분야

|“결국 핵심은 인프라 싸움”
기술과 시대가 아무리 발전해도 본질은 하나. 유통·물류를 전통적이고 본질적인 시각에서 접근하려는 스타트업이 있다. 2018년에 설립된 ‘체인로지스(대표 김동현·전일현)’가 바로 그들이다.

체인로지스는 서울 전역의 오프라인 배송 조직을 구축한 김동현 대표와 배송 과정의 온라인 프로그램 개발 능력을 가진 전일현 대표가 합작해 만들어졌다. 현재 서울에서 지역 거점을 중심으로 월 10만 건 가량의 물동량을 소화하고 있다. 2019년 11월 첫 투자를 시작으로 지난해 초 시리즈A 투자 단계까지 올라섰다.

 

체인로지스의 직원이 물류 관제 업무를 진행 중이다.(사진: 체인로지스)
체인로지스의 직원이 물류 관제 업무를 진행 중이다.(사진: 체인로지스)

이들의 서비스는 서울을 여러 지역으로 쪼개 해당 지역의 물량을 그 지역 기사들이 처리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농구로 치면 맨투맨이 아닌 지역방어 개념이다. 향후 서울을 넘어 타 지역으로 서비스를 확대할 때도 지역 거점 중심으로 간다는 전략에는 변함이 없다. 이유는 견고한 인프라 구축이 핵심이라는 판단에서다. 김동현 대표는 “기술보다는 물량으로 승부하는 것이 여전히 이 분야의 트렌드”라며 “여러 기술이 개발되면서 서비스가 다양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결국 본질은 달라지지 않는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기술 앞에 장사 없다”
반면 변화의 흐름이 갈수록 빨라지는 것에 대응하기 위해 기술이 필요하고 그 활용 가치가 높아지는 것에 주목하는 이들이 있다.

부산에 위치한 스타트업 ‘코봇랩(대표 민중후)’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유통·물류에 쓰이는 각종 로봇의 생산부터 설계·운영 기술까지 갖춘 토털솔루션이다. 지난해 열 감지 로봇을 시작으로 스마트팩토리·물류센터·병원 등에서 활용 가능한 로봇을 만들었고, 올해는 소방·방역·응급 현장에서 쓰이는 로봇을 개발 중이다.

이들은 인력 위주로 돌아가는 기존 물류 분야에서 사망사고가 좀처럼 줄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했다. 로봇을 투입함으로써 안전을 높이고 노동력을 저감할 수 있는 서비스를 구축하는 것이 코봇랩의 미션이다.)

병원 내 병실 이동구간을 지원하는 로봇 ‘Near H’(사진: 코봇랩)
물류센터 내 다품종 소량 화물 이송용 로봇 Near W.(사진: 코봇랩)  

이 분야에서 많은 실적과 성과를 보유한 ‘모션투에이아이(대표 최용덕)’ 역시 마찬가지다. 이들은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물류센터 동적자원 관제 플랫폼 비즈니스로, 모든 물류센터 동적자원의 생산성·효율성·안전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솔루션이라고 자부한다.

글로벌 종합물류기업인 판토스와 국내 굴지의 홈쇼핑 GS샵, LG전자의 물류센터를 운영하는 미국 현지 물류기업 FNS이 이들의 서비스를 이용 중이다. CJ대한통운 및 쿠팡과는 PoC(Proop of Concept)를 진행하기도 했다.

지난해 데이터댐 사업 성과발표에서 우수기업사례로 선정돼 과학기술부 장관표창을 받았고, 현재 시리즈A 투자를 앞두고 있다. 이전 라운드까지 누적 유치액은 8개 투자사로부터 약 21억원이다. 최용덕 대표는 “이 분야 스타트업들이 인공지능과 IoT 기술을 결합해 좀 더 똑똑하고 안전한 사업 환경을 만들어가는 추세”라며 “최근 대기업과의 전략적 제휴는 이러한 트렌드를 따라잡기 위한 노력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용덕 모션투에이아이 대표.(사진: 모션투에이아이)
최용덕 모션투에이아이 대표.(사진: 모션투에이아이)

|“첫째도 둘째도 고객의 만족”
제품과 서비스가 다양해질수록 고객의 경험이 중요해지는 만큼, 고객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기업들의 다양한 시도가 필요하다는 철학을 가진 스타트업도 있다.

‘바로고(대표 이태권)’는 근거리 물류 IT 플랫폼을 운영하는 스타트업이다. 현재 전국 1000여 개 허브(지사)에서 ‘바로고 프로그램’을 사용 중이고, 2만 9000명의 활동 라이더가 10만개 등록 상점에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배송시간 단축의 핵심은 배송거리를 줄이는 것이고, 그 방법 중 하나는 바로 도심 거점을 활용하는 것이다. 바로고는 이 점에 주목해서 전국 1000여 개 허브 내 유휴 공간을 활용한 도심 거점 물류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기업은 임대료를 절약해 도심 거점 물류사업에 쉽게 진출할 수 있고, 바로고는 이들과의 제휴를 통해 수익과 물동량을 확보해 상품군을 넓힐 수 있는 시스템이다.

 

근거리 물류 IT 플랫폼 바로고.(사진: 바로고)
근거리 물류 IT 플랫폼 바로고.(사진: 바로고)

지난해 비대면 소비 증가로 인해 바로고를 통해 배달된 상품 거래액은 2조 9165억원을 기록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수요가 폭증하면서 이들은 앞으로 고객이 상품을 접하는 마지막 순간의 만족을 최적화하는 배달 즉. ‘라스트핏 딜리버리 서비스’에 주목하고 있다.

김가현 바로고 매니저는 “앞으로 배송 소요시간은 하루에서 반나절, 3시간 내, 30분 내로 더욱 짧아질 것으로 본다”며 “고객의 니즈가 더욱 세분화되고 있기 때문에 더욱 정교한 라스트 마일 서비스가 필요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함께 생존할 수 있는 건강한 생태계”
경쟁도 중요하지만 유통·물류 분야의 모든 구성원들이 건강하게 공존하는 것을 보다 큰 가치로 여기는 스타트업도 있다. 종합 운송 플랫폼 ‘에코엑스랩(대표 안성찬)’이다.

유통·물류 업계에서 수차례 창업과 경영 경험을 가진 안성찬 대표는 화주와 차주가 모두 상생할 수 있는 물류 프로세스에 집중했다. 물류시장에서 직접 운송을 맡은 이들이 가장 중요한 플레이어고 그들이 충분한 수익을 가져가야 한다는 게 안 대표의 철학이다. 그래서 플랫폼을 바탕으로 물건을 보내는 화주들이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차주 역시 지금보다 더 수익을 가져갈 수 있게끔 한 것이 에코엑스 코어 시스템이다.

 

안성찬 에코엑스랩 대표.(사진: 에코엑스랩)
안성찬 에코엑스랩 대표.(사진: 에코엑스랩)

이는 AI와 데이터를 활용해 시간과 용역이 낭비되지 않고 정확한 곳에 쓰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택시처럼 먼저 누르는 사람이 우선권을 가져가는 기존의 ‘화물콜’ 대신 데이터를 기반으로 배차를 정교하게 구축함으로써 각종 중간 비용이 줄어든다. 이를 통해 화주는 운임 비용을 낮출 수 있고, 차주는 무리하고 경쟁적인 운행 대신 자기 시간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면서도 수익성을 높일 수 있는 것이다.

안 대표는 “누군가를 쥐어짜서 이익을 내고 그 이익을 항상 특정한 이들이 독식하고 구조가 지속되면 시장은 갈수록 멍들 수밖에 없다”며 “모든 플레이어들이 상생하기 위해 공정한 이익 배분은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필자소개
이창희

부(不)편집장입니다. 편집을 맡지 않았으며 편집증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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