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 안의 법률 서비스…리걸테크의 시대가 온다
내 손 안의 법률 서비스…리걸테크의 시대가 온다
2021.05.11 07:59 by 이창희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일반 대중들에게 ‘법률 서비스’는 보편적인 성질의 서비스가 아니었다. 소송으로 재판 받을 일 때문에 변호사를 선임하는 것은 영화·드라마에서나 나오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졌다. 연간 고소·고발이 50만 건을 넘어설 정도로 소규모 법적 분쟁이 증가하고 있고, 법률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개인들이 크게 늘어났다.

규모가 작은 스타트업도 마찬가지다. 회사의 종류와 형태가 세분화되고 수가 많아지면서 제품·서비스의 법적 문제 여부를 따져봐야 하는 일도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동시에 신기술을 둘러싼 갖가지 분쟁이나 갈등도 적지 않다. 법률과 IT(정보·기술)의 결합으로 등장한 ‘리걸테크’의 시대가 열린 배경이다.

 

개인에게도 작은 기업에게도 법률 서비스가 필요한 시대다.
개인에게도 작은 기업에게도 법률 서비스가 필요한 시대다.

리걸테크의 특징은 그간 높게만 보였던 법률 서비스의 문턱을 크게 낮췄다는 점이다. 변호사와 의뢰인을 연결해주는 법률서비스 플랫폼 ‘로톡’이 대표적이다. 의뢰인이 키워드 검색을 통해 해당 분야 전문 변호사 리스트와 경력 등을 확인한 뒤 자신에게 맞는 변호사를 찾을 수 있다.

변호사가 매월 일정 금액을 지불하고 광고 키워드를 구매하면 로톡 이용자가 해당 키워드로 검색했을 때 변호사 광고가 노출되는 시스템이다. 현재 4000명 가량의 변호사가 가입돼 있는데, 변호사 3만명 시대에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변호사들의 참여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아울러 수임료의 투명화를 통해 이용자의 부담을 낮추고 법률 서비스 시장의 정보 비대칭 문제까지 해결한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사진: 로톡)
(사진: 로톡)

소규모 민사 소송을 대행해주는 플랫폼 서비스도 등장했다. 떼인 돈을 대신 받아주는 스타트업 ‘머니백’은 AI(인공지능) 기술 기반의 자동화 시스템을 갖추고 지급명령·가압류·민사소송을 대리 진행한다. 이용자가 회원가입 절차 없이 사건 정보를 입력하고 결제하는 과정이 10분 안에 모두 이뤄지는 것이 특징. 이를 바탕으로 최종 결과가 나오기까지 머니백이 모든 과정을 수행하며 이용자는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다.

법조인을 위한 법률정보 검색 플랫폼 ‘엘박스’도 주목 받는 리걸테크 스타트업이다. 판례와 법 관련 논문·기사 등 방대한 법률정보를 손쉽게 검색할 수 있도록 했으며, 현재 전체 변호사의 10% 이상이 가입돼 있다. 이들은 변호사들이 본연의 업무인 법 논리 개발과 소송전략 수립에 집중해서 업무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겠다는 의지다. 연내에 판결문 100만 건을 등록하고 검색 성능을 고도화해 국내 등록 변호사의 50%를 유저로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사진: 엘박스)
(사진: 엘박스)

이처럼 리걸테크가 그간 경직돼 있던 법률 서비스 시장에 변화를 예고한 가운데 기존 플레이어들의 반발과 견제도 적지 않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오는 8월부터 리걸테크 서비스에 변호사들이 참여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변호사 업무 광고 규정’을 최근 개정했다. 리걸테크 서비스 대부분이 기존 규정을 벗어나 위법·탈법성의 광고 행위를 부추기고 법률 서비스의 질이 낮아지게 만든다는 논리다. 일각에서는 리걸테크가 ‘제 2의 타다’가 될지 모른다는 시각도 있다.

이에 리걸테크 스타트업들은 디지털 전환과 법률 서비스 저변 확대를 막는 처사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로톡을 서비스하는 로앤컴퍼니는 최근 변협의 규정 개정에 대해 헌법 소원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갈등을 두고 법조계 안팎에서는 리걸테크의 비약적인 성장으로 인한 신구 세력 간 충돌이 앞으로 계속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실제로 지난해 로톡을 통한 거래액 추정치가 20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지면서 김앤장·태평양·광장·율촌·세종 등 대형 로펌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필자소개
이창희

부(不)편집장입니다. 편집을 맡지 않았으며 편집증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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