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 멈춰!”…기술과 의지로 안전을 창조하는 스타트업들
방재의 날 특집, 산재 예방 스타트업 열전
“위험 멈춰!”…기술과 의지로 안전을 창조하는 스타트업들
2021.05.24 22:06 by 최태욱

재해는 늘 우리 곁을 서성인다. 태풍, 홍수, 지진이 철새처럼 드나들고, 급격한 온난화로 인한 기상이변도 위험 수위를 넘은지 오래다. 전 세계 35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코로나19 펜데믹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여기에 사회가 복잡다단해지며 생기는 인재(人災)도 점점 다양화‧대형화되는 추세. 믿을 건 부지런히 축척한 기술의 힘을 바탕으로 보다 고도의 대응 능력을 갖추는 것뿐이다. 빅데이터,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등의 혁신 기술을 총동원하여 재난‧재해를 조금이라도 일찍 탐지하고, 가장 신속히 대응하려는 노력은 ‘재해의 시대’를 살고 있는 동시대의 필사적인 과제다. 

산업 현장은 이러한 시대적 과제의 작은 시험대다. 자연 재해에 비해 제어가 용이한 환경에, 피해 역시 예측 가능하다는 점에서 안전을 위한 기술의 효용성은 극대화된다. 필요를 사업으로 빚어내는 스타트업에게도 매력적인 시장이다. 특히 산업현장 안전사고로 한 해 30조 가까운 경제적 손실을 입으며, OECD 국가 중 산재 사망률 상위권에 걸쳐 있는 우리나라의 상황을 생각하면 혁신을 통해 세상을 이롭게 하는 스타트업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진다. <더퍼스트미디어>에서는 재해에 대한 국민의 경각심을 높이고, 보다 효율적인 재해 예방과 대처 방안을 추진하기 위해 제정된 ‘방재의 날’(5월 25일)을 맞아, 안전산업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는 스타트업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봤다. 

 

안전이 미션인 스타트업들을 만나보자.
안전이 미션인 스타트업들을 만나보자.

| 추락하고 끼이고…산업 현장의 고질적인 위협을 제거하라
지난해 산업 재해로 인한 사망자 수는 총 882명, 이는 전년보다 27명 증가한 수치다. 피해자 모두 한 가정의 가장이란 걸 감안하면 가정과 기업, 나아가 사회 전체에 미치는 손실을 가늠할 수 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대부분의 재해가 비슷한 원인과 형태로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조사에 따르면 산재 사망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산업 현장은 건설업(51.9%)과 제조업(22.8%)이며, 각각의 현장에서 가장 빈번한 유형은 추락(51.5%)과 끼임(29.9%) 사고인 것으로 나타났다. 공단의 한 관계자는 “건설 현장에서 추락하거나 제조 설비에 끼이는 재래형 산업재해가 전체 사고사망자의 절반 이상”이라며 “최근에는 플랫폼 노동자와 같은 고용형태가 대두되며 택배‧배달 등 코로나 시대의 필수노동자에 대한 안전과 건강 문제도 부각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지난 2016년 10월에 설립된 ‘세이프웨어’는 건설 현장의 가장 고질적인 위협 요소인 ‘추락’을 뾰족하게 겨냥하고 있는 스타트업이다. 이 회사의 핵심기술은 추락, 전도, 낙상 등에 대한 사고감지 센싱과 전기 인플레이터를 통한 에어백 팽창 기술. 이를 바탕으로 인체에 착용할 수 있는 에어복과 보호복 등을 연구‧개발‧제조한다. 

대표제품은 웨어러블 에어백 안전복. 내장된 센서가 추락을 감지하여 0.2초 이내에 자동으로 에어백을 팽창시키는 원리로, 낙상 테스트 결과 최대 55%의 충격 완화 효과가 검증됐다. 여기에 사고 발생 시엔 등록된 연락처로 응급 콜이 발송되어 사고자의 골든타임까지 확보할 수 있다. 남궁민지 세이프웨어 선임연구원은 “산업 현장에서 추락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지만, 안전대와 그물 외에 안전대책이 미미했기 때문에 예방 제품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면서 “국내의 법‧규정이 미처 확립되지 않아 개발이나 사업화 단계에서 어려움이 컸지만 수많은 전시회 출품과 입상 경력을 통해 서서히 제품의 우수성을 입증해 나가고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세이프웨어의 웨어러블 에어백 안전복
세이프웨어의 웨어러블 에어백 안전복

실제로 세이프웨어의 제품은 제3회 산업안전 오디션 최우수상(2018년), 국방기술활용 창업경진대회 최우수상(2019년), 발명특허대전 국무총리상 수상(2020년) 등 크고 작은 무대에서 경쟁력을 인정받았다. 제품의 디자인과 시스템에 대한 특허도 수두룩하다. 이들은 이제 건설 현장을 넘어 일상 및 레저 분야까지 주시한다. 노인 낙상 보호복, 전동킥보드 탑승자 보호 에어백, 바이크 보호 에어백, 승마용 보호 에어백 등이 그것이다. 남궁민지 연구원은 “최근 이용이 크게 늘고 있는 전동 킥보드 사고에 대비한 보호장구, 고령화 사회에 치매 다음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낙상사고에 대비한 보호복 등 여러 분야로 개발을 확대하고 있는 추세”라며 “지금까지의 경험과 수집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안전 디바이스 뿐만 아니라 안전 모니터링 플랫폼까지 구축해 내는 것이 향후 목표”라고 덧붙였다. 

 

| 세상을 위한 IOT…산업 현장에서 확인해보세요
어떤 종류와 규모의 재해든 최고의 방책은 역시 예방이다. 사고 대처를 아무리 훌륭히 해낸다고 해도 결국 ‘사후약방문’을 면치 못한다.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 이하 IoT)이 방재 분야의 핵심 기술로 떠오르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런 예측‧예방의 광범위한 활용성 때문이다. 각종 감지 기술과 유‧무선 통신, 네트워킹 기술, IoT 인터페이스 기술 등과 맞물려 재난‧재해를 사전에 감지하는 첨병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2013년 4월에 창업한 ‘지에스아이엘’도 이런 부분에 주목했다. ‘위험을 보는 것이 안전의 시작’이라는 미션을 세웠고, 이를 위해 IoT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안전사고 예방, 안전 점검, 현장 모니터링 서비스를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솔루션인 ‘스마트 건설 안전관리 시스템’이 대표 상품. 건설현장에서의 풍부한 경험을 지닌 이정우 지에스아이엘 대표는 “1건의 대형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는 300여 가지의 크고 작은 신호가 있다”면서 “이는 300여 가지의 경미한 신호를 미리 감지하고 대비할 수만 있다면 수많은 생명과 재산을 앗아가는 대형 사고를 막을 수 있는 얘기와 같다”고 했다.

 

이정우(사진) 지에스아이엘 대표
이정우(사진) 지에스아이엘 대표

현재 지에스아이엘은 건설신기술 제 828호, 방재신기술 제2019-5호 등 IoT를 활용한 신기술 지정 2건과 안전관리시스템에 관한 38개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이 회사의 기술과 특허가 특히 주목하고 있는 부분은 터널, 지하, 건물 내부 등 밀폐된 공간의 안전이다. 도시 공간이 복잡해지며 점점 지하화되는 사업이 늘고 있고, 그만큼 밀폐된 공간에서의 작업량과 위험성 또한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 착안한 것. 이정우 대표는 “사업을 처음 시작했을 때만 해도 안전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크게 주목 받지 못했지만, 점점 관련 인식이 높아지고 법령이 보강되면서 우리의 미션과 비전에 공감하는 고객사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2014년 11월 닻을 올린 ‘넥시스’는 건설 현장의 사회적 약자를 돕자는 취지로 설립된 스타트업이다. 기술을 통한 사회적 문제 해결을 위해 10년 이상의 소프트웨어·하드웨어 엔지니어 경력자들이 의기투합했다. 김동현 넥시스 대표는 “산업 재해의 90%이상은 의사소통의 부재와 안전수칙의 미준수로 발생하는 것”이라며 “제품개발 단계부터 이런 맹점을 해결시키는 쪽에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의 핵심 제품은 ‘IoT 스마트 헬멧’이다. 무선 통신을 기반으로 하는 모니터링 기능을 탑재했고, HD카메라를 통해 현장 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 관제실과의 실시간 교신을 통해 작업 과정과 환경도 공유한다. 김 대표는 “작업 진행과 관련해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지면, 안전은 물론 생산성까지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넥시스의 스마트 헬멧 제품
넥시스의 스마트 헬멧 제품

넥시스의 스마트 헬멧은 경기지방중소기업청장상부터 행정안전부장관상까지 고루 휩쓸며 제품력을 인정받았다. 세계 3대 디자인 대회인 독일의 ‘IF 어워드’에서 수상했을 정도의 수려한 디자인도 장점. 사회적 약자를 돕고 싶은 이 회사의 바람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향후 국가적인 고령화로 인해 작업자들의 연령이 높아질 경우를 대비해, 작업자의 심박을 측정하여 건강 이상 유무를 파악할 수 있는 신제품도 한‧미‧일의 특허 등록을 마치고 출시를 앞두고 있다.  

 

| 안전보건 시장은 기회의 땅, 사업성과 공익성의 두 마리 토끼를 향해 
앞서 언급했듯 우리나라는 산업재해 사망률이 유독 높은 나라다. 올해 초 발표한 국제노동기구의 <OECD국가 10만 명 당 산재 치명률 비교>자료에서도 우리나라는 10만 명 당 4.6명을 기록, 전체 37개국 중 5번째로 위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당국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공공기관 안전등급제 시행, 산업안전보건법 강화 등의 노력을 적극적으로 이어가고 있는 이유다. 주무부처인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에서도 ‘재래형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패트롤 현장점검 사업'과 ‘안전 인프라를 강화하는 안전투자 혁신 사업'을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등 산업현장의 안전을 확보하고, 안전에 대한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산업재해 예방 및 대처 분야에서 사업 가능성을 발견하고, 새로운 발상과 기술로 문제해결에 나서는 스타트업의 등장은 그래서 더욱 간절하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과 울산창조경제혁신센터가 2018년부터 안전에 대한 혁신적인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벤처 및 예비창업자를 발굴‧육성·지원하는 ‘안전 신기술 공모전’을 매년 개최하고 있는 것도 그래서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한 관계자는 “안전보건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높아지고 시장 수요도 늘면서 이 분야에서 사업가능성을 찾는 예비창업자들이 많아지고 있다”면서 “이는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은 물론, 안전에 대한 사회적 인식 수준을 높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했다. 

 

산재 분야의 창업 활성화는 경제성장, 일자리 창출, 안전의식 제고에 기여한다.
산재 분야의 창업 활성화는 경제성장, 일자리 창출, 안전의식 제고에 기여한다.

이 분야를 목표로 하는 예비 창업가들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달라진 산업 지형도에 주목해 볼 필요도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기조 이후 택배‧배달 등 플랫폼 노동이 급격하게 확대되면서 해당 분야의 산업재해 우려와 산재보험 적용 여부 등이 뜨거운 감자로 급부상한 것이 대표적이다. 정부에서도 이미 ‘이륜차 배달 플랫폼 재해예방 시스템’의 개발 및 고도화에 집중하는 등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여기에 갈수록 고령화되는 현장 노동자와 점점 높아지는 외국인의 현장 투입율도 고려해볼만한 이슈다. 가뜩이나 작업자의 숙련도 부족과 현장 의사소통의 부재가 사고로 직결된다는 우려 속에서 잠재된 시한폭탄이 하나 더 늘어나는 셈이다. 

 

/사진: 각 사 제공 

 

필자소개
최태욱

눈이 보면, 마음이 동하고, 몸이 움직이는 액션 저널리즘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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