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쌓아온 데이터가 새로운 사업의 씨앗이 되고 있다. 과거엔 효율화를 위한 ‘기록’에 가까웠다면, 최근에는 이를 분석·재가공해 새로운 서비스와 시장을 만드는 핵심 자산으로 활용하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 관건은 양보다 질이다. 어떤 데이터를 꾸준히 모았고, 이를 새로운 가치로 전환할 수 있느냐가 사업 경쟁력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최근 런드리고가 공개한 디지털 옷장 ‘클로렛’은 좋은 사례다. 클로렛은 고객의 옷 세탁은 물론 AI 기반의 스마트 옷장 관리까지 지원하는 서비스다. 해당 서비스의 기반은 하루 최대 27만 벌을 처리할 수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스마트팩토리 인프라를 통한 세탁 데이터다. 착용 빈도·세탁 주기·브랜드 선호도 등 독점적인 세탁 데이터는 물론, 의류 구매 데이터까지 총망라한다. 회사 측 관계자는 “축적된 데이터는 AI 분석을 거쳐 개인 맞춤형 서비스에 활용되며, 고객이 런드리고를 반복 이용할수록 개인별 데이터가 쌓여 AI 알고리즘이 더욱 정교해진다”고 강조했다.
지난 7월, 마크앤컴퍼니가 글로벌 투자 데이터 서비스 ‘Pathfinder’를 출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Pathfinder는 주요 글로벌 투자사의 최근 투자 데이터를 분석해, 자본이 어디로 흐르는지를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서비스다. 글로벌 자본의 흐름과 맞닿은 국내 스타트업까지 연결해, 해외의 흐름이 국내 어디로 이어지는지도 가늠할 수 있다. 회사 관계자는 “해당 서비스는 국내 최대 스타트업 데이터 플랫폼 ‘혁신의숲’의 방대한 데이터와 이를 분석·연결하는 AI 기술이 결합을 통해 구현된 것”이라며 “차세대 유망 분야의 성장 신호를 가장 빠르게 확인할 수 있는 도구로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려동물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세이펫(SEIPET)의 리브랜딩도 축적된 데이터의 결과다. 이 회사는 최근 ‘반려 가구’ 전문 브랜드로의 전면 리브랜딩을 공식 론칭했다. 기존의 반려동물 용품을 넘어, 집사와 반려묘가 함께 살아가는 공간을 위한 인테리어 비즈니스를 열겠다는 포부다. 경쟁력은 역시 데이터다. 지난 10년간 쌓아온 반려묘 행동 데이터가 두 번째 여정의 발판이 됐다. 회사 관계자는 “지난 십 년이 고양이의 행동을 관찰하고 이해하는 시간이었다면, 앞으로의 십 년은 그 관찰을 더 정교한 디자인과 사용자 경험으로 구현해 나가는 시간”이라고 설명했다.

공급망 데이터 역시 새로운 사업 자산으로 활용될 수 있다. AIoT 기반 공급망 인텔리전스 기업 윌로그는 팬스타그룹의 국내 첫 북극항로 상업 운항 화물에 IoT 센서를 부착, 온도·습도·충격·기울기 등 화물 상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있다. 북극항로는 물류 효율성은 높지만 빙하와 급격한 온도 변화 등 운송 리스크에 관한 데이터가 부족하다는 한계가 있었다. 회사 관계자는 “이번 운항에서 축적한 데이터를 기존 항로의 운송 데이터와 비교·분석해 화물 종류별 북극항로 적합성과 구간별 위험도를 파악하고, 향후 포장·적재·보험 설계와 공급망 리스크 관리 기준을 마련하는 데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 번의 운송 과정에서 수집된 데이터가 향후 새로운 물류 항로를 선택하고 운영하는 의사결정 자료로 확장되는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