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아의 담관이나 췌관이 막힌 경우 성인용 십이지장 내시경을 이용한 내시경적 역행성 담췌관조영술(ERCP)이 치료 방법 중 하나로 활용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다만 연령이 낮을수록 시술 후 급성 췌장염 위험이 높아질 수 있어 환자의 연령과 체격, 질환 및 시술 난도 등을 고려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인제대학교 일산백병원 소화기내과 이태승 교수 연구팀은 2011년부터 2024년까지 19세 미만 소아 82명을 대상으로 성인용 십이지장 내시경을 이용해 시행한 ERCP 153건을 분석한 결과, 전체 시술의 91.5%에서 계획한 치료를 성공적으로 시행했다고 밝혔다.
ERCP는 입을 통해 내시경을 십이지장까지 삽입한 뒤 담관과 췌관에 접근해 결석을 제거하거나 좁아진 부위를 넓히고 스텐트를 삽입하는 시술이다.
소아는 성인보다 신체 크기가 작고 담관과 췌관의 직경도 상대적으로 좁아 시술 난도가 높다. 또 소아 전용 십이지장 내시경을 갖춘 의료기관이 제한적이어서 일부 의료기관에서는 성인용 장비를 활용해 시술하고 있다.
연령별 치료 성공률은 1~6세 89.3%, 6~12세 86.4%, 12~19세 95.1%로 나타났다. 특히 1~6세 소아에서도 28건의 ERCP가 시행돼 성인용 내시경을 활용한 시술 경험이 확인됐다.
ERCP의 주요 적응증은 담관 결석이 18.3%로 가장 많았다. 이어 반복성 췌장염 10.5%, 간이식 후 담도 연결 부위의 담즙 누출 9.2% 등의 순이었다. 전체 시술 가운데 89.5%는 진단만을 위한 검사가 아니라 치료 목적으로 시행됐다.
시술 후 이상반응은 전체의 30.1%에서 발생했다. 가장 흔한 합병증은 시술 후 급성 췌장염으로 14.4%에서 나타났다. 특히 연구 분석에서는 연령이 낮을수록 시술 후 급성 췌장염 발생 위험이 높아지는 경향이 확인됐다.
반면 중환자실 치료가 필요할 정도의 중증 합병증이나 장기부전, 수술, 사망 등은 이번 분석에서 발생하지 않았다.
연구진은 이번 결과가 모든 소아 환자에게 성인용 십이지장 내시경을 적용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태승 교수는 “소아 전용 십이지장 내시경을 사용할 수 있다면 이를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전용 장비가 없는 경우 환자의 나이와 체격, 질환의 종류, 예상되는 시술 난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성인용 내시경 사용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어린 환자일수록 시술 후 급성 췌장염 위험이 높을 수 있는 만큼 시술 전 환자 상태를 충분히 평가하고, 시술 중에는 기도 관리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며 “시술 후에도 합병증 발생 여부를 면밀히 관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BMC Pediatrics’ 최근호에 게재됐다.
이번 연구는 소아 전용 장비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성인용 내시경을 활용한 ERCP의 실제 시술 경험과 결과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단일 연구에서 확인된 시술 결과인 만큼, 성인용 내시경의 적용 여부는 개별 환자의 해부학적 특성과 질환, 시술 환경 등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 /더퍼스트미디어 임한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