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여성의 저체중 비율이 남성보다 4배 가까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질병관리청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여성의 저체중률은 6.2%로 남성(1.6%)의 약 3.9배에 달했다. 특히 서울 여성의 저체중률은 8.2%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이는 서울 남성(1.6%)과 비교해 약 5.1배 높은 수준이다.
일각에선 여성의 저체중 증가 배경으로 ‘뼈말라’로 불리는 마른 체형 선호 현상과 젊은층의 비만치료제 사용 증가를 꼽는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보면 한 비만치료제는 국내 출시 이후 올해 5월까지 누적 처방 건수가 150만건을 넘어섰으며, 이 중 절반 이상이 20·30대에 집중됐다.
문제는 이 같은 흐름 속 저체중의 위험성은 상대적으로 간과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비만이 관절과 척추에 부담을 주는 위험요인이라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지만, 지나치게 마른 몸 역시 근골격계 건강에 적신호가 될 수 있다. 영양 섭취 부족과 근육량 감소가 이어지면 골다공증이나 근감소증 위험이 커지고, 허리를 받쳐주는 근육이 약해져 척추 건강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자생한방병원이 내원환자 200명을 대상으로 체중과 허리 통증의 연관성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이 같은 경향이 확인됐다. 여성 저체중군의 평균 허리통증지수(VAS; 0~10)는 5.7로 과체중군(3.9)보다 높았다. 또 저체중 여성 25명의 인바디 (Inbody: 체성분 측정 시스템으로 체중, 근육량, 체지방률 등을 측정)를 분석한 결과 17명(68%)은 근육량이 표준 이하였다.
따라서 체중 감량을 할 때는 단순히 몸무게를 줄이는 데만 집중해서는 안 된다. 근력운동 없이 식사량과 칼로리만 과도하게 제한하면 허리 주변 근육량이 감소해 척추를 지지하는 힘이 떨어질 수 있다. 단백질과 칼슘, 비타민D 등 뼈와 근육 유지에 필요한 영양소를 충분히 섭취하고, 걷기와 근력운동을 병행해 근육량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만, 이 같은 근육량 유지 노력에도 허리 등 근골격계 통증이 지속된다면 근감소를 방지하기 위한 전문적 치료를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한의학에서는 근감소를 예방하는 한약재인 ‘사과락’을 활용해 관련 증상의 한약을 조제한다. 사과락은 박과의 수세미오이 열매에서 씨앗과 껍질을 제거하고 말린 한약재다. 기존엔 발열·출혈·염증 등을 완화하는 데 사용됐지만, 최근 사과락에 함유된 페놀산·플라보노이드 등의 성분이 근육 성장을 촉진하는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실제 국제 학술지 ‘근육연구 및 세포 운동성 저널(Journal of Muscle Research and Cell Motility)’에 게재된 자생한방병원 연구에 따르면, 한약재 ‘사과락’이 근육 형성을 촉진하고 근위축을 방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실험 쥐의 근육 조직에 스테로이드 계열 약물 ‘덱사메타손’을 처리해 근위축을 유도한 뒤 사과락 추출물을 투여했다.
그 결과 투여량이 높을수록 근세포가 활성화되는 것이 확인됐고, 근세포의 생존율을 높여 세포 증식을 촉진했다. 구체적으로 근위축 유도 단백질 ‘아트로진-1’과 ‘MuRF1’ 수치를 유의하게 억제하고, 줄어든 근관 세포의 크기와 수를 회복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진정한 체중 관리는 얼마나 줄였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지켰느냐로 판단해야 한다. 무리한 감량으로 근육량까지 잃는다면 허리는 오히려 더 큰 부담을 떠안게 된다. 숫자에 집착하기보다 적정 체중과 근육량을 함께 지키고, 몸이 보내는 이상 신호에 귀 기울여 조기에 진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글=일산자생한방병원 김동우 병원장

